늦가을은 유난히 사람을 쓸쓸하게 만든다. 굴러가는 낙엽에도 마음이 울적해지는 때, 살짝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현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몇 년 전부터 농촌지역의 폐교를 이용해 조성한 다양한 문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폐교’라고 하면 을씨년스러울 것 같지만 오히려 아늑함을 안겨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부모 세대에게는 시골 학교의 정다운 추억이 살아날 정도.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기 안성맞춤이다. 폐교 문화공간들이 대체로 한적한 농촌에 있다보니 현대인들의 원초적 향수를 자극하게 되는 것이다.
폐교 문화공간들을 들르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 또는 연락이 필수다. 가끔 전시물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예고 없이 휴관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꼼꼼하게 폐교 문화공간이 위치한 지역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지역 정보를 확인해두면 즐거운 ‘폐교 여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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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시과학연수원에서 운영하는 울산들꽃학습원. 5800평 대지에서 자라는 오동나무를 비롯한 300여종의 수목, 금낭화를 비롯한 230여종의 화초, 농작물 70여종까지 약 600여종의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볼 수 있는 야생초들을 직접 만나보는 들꽃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아동ㆍ성인을 위한 다양한 학습프로그램도 마련돼 식물에 대한 전문적 지식도 쌓을 수 있다.
메모지와 필기 도구는 필수. 11월 4일과 18일 열리는 들꽃교실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052)211-9163, www.ue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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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양당초등학교 자리에 문을 연 강화은암자연사박물관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공룡의 모습부터 심상치 않다.
아이들에게는 공룡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인기 만점. 자연사박물관이지만 너무 무겁지만은 않은 분위기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볼거리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아울러 마련된 7개의 전시실에서 조류, 곤충 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이지만 자연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물웅덩이 등도 마련돼 있다.
다음사이트에 개설된 카페를 이용하면 강화은암자연사박물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032)934-8872~3, http://cafe.daum.net/eunam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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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당산할아버지, 법수. 이는 모두 장승을 일컫는 말이다. 양평 단월초등학교를 개조해 장승박물관을 만든 장승촌에 가면 장승의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직접 장승을 깎는 ‘촌장’ 채용병씨는 “장승을 통해 우리 민족의 숨결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장승촌에서는 채씨가 만든 지역별, 유형별 장승들도 만나볼 수 있지만 직접 깎고 만드는 과정까지 경험할 수 있다.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민속 공예를 경험하는 와중에 '우리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031)775-3422, www.garun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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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단체로 미술교육을 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화성 창문아트센터는 창문초등학교에 세운 곳. 어린이들을 위한 벽화그리기, 찰흙 빚기, 놀이터 만들기 등 산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창문아트센터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이들의 꿈, 상상력을 지켜주는 것이다. 기교보다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 어린아이들을 위한 미술교육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여기서 어린이들의 농촌체험도 가능하다. 창문아트센터는 단체예약을 통한 교육만 가능하나, 11월 6일까지는 ‘창문자연예술제’가 열려 관심 있는 이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031)355-2206. www.changmoonart.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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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트인 외관, 아늑한 까페테리어 같은 실내공간. 정말 이 곳이 학교였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곳은 99년 폐교된 영천 화산초등학교 가산분교를 리모델링해 이제 지역 미술관으로 우뚝 선 시안미술관이다.
2004년 개관했지만 굵직한 미술전들을 통해 이제 유명 미술관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결코 문턱이 높은 미술관은 아니다. 시안미술관은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면서 작가가 직접 이야기해주는 ‘전시 프리뷰 프로그램’ 등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시는 ‘대지미술과 섬유예술전’으로, 연말까지 열려 실용 미술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 휴관.
(053)338-9391, www.cyan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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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촌에서 고향을 지키는 박물관.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정선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은 ‘향수’ 그 자체가 된다.
이 박물관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자료들은 민요, 고문서 등 다양한 우리 옛것이다. 여기에 폐광촌이라는 점을 살려, 광업에 관련된 자료까지 구비하고 있어 이색 박물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박물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인근 신동읍에서 물건을 2000원 이상 구매해야 한다.
그 영수증이 있으면 박물관 입장권과 교환이 가능한 것. 지역 박물관과 상인들 사이의 훈훈한 인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033)378-7856, www.arar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