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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경주 남산 불법묘지로 몸살
남산에 2만여기, 유적지 내에 1200여기 분포

경주남산 장창곡 삼화령 미륵삼존불 출토지에 만들어진 민묘. 사진제공=박형준 의원실.
신라인의 불심이 깃든 불국토로 사랑받는 세계문화유산 경주남산이 민묘(民墓)로 뒤덮여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박형준 의원(한나라당)은 최근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남산에 현재 2만여 기의 민묘가 들어서 있고, 그 가운데 유적지 내에 분포한 무덤만도 1206기나 된다”며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국립공원이며 사적 제311호로 지정돼 있는 남산에 묘지를 조성하는 것은 불법행위.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적지 내 현상변경은 금지돼 있다. 박 의원은 “대부분의 민묘는 해방 전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나, 근래에도 매년 100여기씩 무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민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김환대 경주문화유적답사회장은 “무덤은 이미 경주남산의 익숙한 풍경이 됐다”며 “특히 배리삼존불 인근지역은 공동묘지처럼 보일 지경”이라고 말했다. 봉분이 오래돼 가라앉아서 외관상 무덤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아 사실상 통계가 불가능한 형편이다.



경관뿐 아니라 문화재 훼손 우려 커


박 의원에 의하면 경주남산 민묘의 전체 면적은 8.4㎢에 달한다. 경주 남산의 2%에 달하는 면적으로, 경주남산의 경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묘지 조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화재 훼손이다. 경주남산에 무덤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남산이 명산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좋은 터’는 옛 절터와 일치하기 마련. 중요한 사적인 절터나 석탑 주변에 민묘가 집중 분포돼 있다. 무덤을 만들기 위해서는 1~2m 깊이로 땅을 파헤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묘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구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조계종문화유산발굴단(단장 탁연) 한 관계자는 “경주 남산처럼 문화유적이 광범위하게 분포했던 곳은 표토만 걷어내도 유구가 나올 수 있다”며 “시신을 매장하는 과정에서 유구가 파손될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간 100여기에 달하는 새 무덤이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단속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도굴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경주시 한 관계자는 “지금의 인력과 예산으로 남산의 넓은 지역을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결국은 예산 문제


경주남산의 민묘 문제에 대한 해법은 기존 분묘를 이장하고, 철저한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새 묘지가 조성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국 많은 비용이 들어, 결국은 예산문제로 귀결된다.

경주남산에서 사유림이 차지하는 비율은 55%에 달해 도유림보다 더 넓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유지의 민묘를 이장하기 위해서는 보상을 통해 사유림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만만치 않다.

도유림에 있는 민묘의 경우에도 이장이 쉽지않기는 마찬가지. 절차를 거쳐 이장 결정이 나더라도 무덤 주인공의 후손들이 스스로 이장하지 않는 한, 1기당 300~500만원에 달하는 이장 경비를 경주시가 떠안게 된다.

현재 상황으로는 야간 암매장을 막는 것도 문제다. 박형준 의원에 따르면 경주사적관리인원은 총 20여명. 이 가운데 남산 전담인원은 환경미화원 4명과 순찰직원 3명뿐이어서 상시적인 관리체계가 불가능하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윤형원 학예연구실장은 “조상 묘에 대한 민족적 정서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경주남산의 분묘문제를 짧은 시일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장기적인 계획과 예산을 세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5-10-27 오전 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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