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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존의 새 요새 국립중앙박물관 오픈
28일 개관 앞두고, 언론에 공개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10월 28일 서울의 한복판 용산이 민족의 역사와 혼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1997년 시작된 8년간의 대역사(大役事)와 경복궁 전시를 중단한 1년여의 휴지기를 끝내고 국립중앙박물관이 드디어 문을 연다.

9만2936평 부지에 지하1층, 지상6층으로 지어진 국립중앙박물관은 연건평 4만616평에, 건물 전시면적만 8101평으로 건물면적만 따지면 세계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관람코스 길이가 4km, 1만1000여점의 전시 유물을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시간이나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건물길이가 404m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에 형상마저 전통성곽을 닮아 거대한 ‘요새’를 연상시킨다. 자랑스러운 민족의 문화유산이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요새 안에서 안전하게 보존될 것만 같은 믿음을 준다.

19일 공개된 불교조각실. 좌측의 철불은 춘궁리철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332호)이다.


국내박물관 건축사상 최고 수준인 내진(진도6 대비) 기능에 더하여, 땅의 진동이나 변형을 흡수하는 면진(免震) 장치, 공기정화 시설과 대기오염 감시장치 등 특수설비시스템까지 갖추었으니 그 믿음이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수장고를 지하가 아닌 지상에 둠으로써 환기문제나 수재의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성도 확보했다. 또 지반을 3.5m 성토해 한강의 범람에도 대비했다.

이같은 외형 못지않게 전시품도 알차다. 소장유물의 질을 지정여부로 판단하는 무식의 소치를 범하자면, 상설전시실에는 총 59건의 국보와 79건의 보물, 중요민속자료 1건이 전시돼 있다. 국보 59건 가운데 18건, 보물 79건 가운데 27건이 불교문화재여서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조상의 불심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불교문화재가 집중돼 있는 곳은 미술II관의 불교조각실(3층)과 미술I관의 불교회화실(2층), 그리고 금속공예실이다.

보물 제282호 고달사지쌍사자석등. 박물관 역사의 거리에 위치해있다. 멀리 뒤편으로 경천사지10층석탑이보인다.


불교조각실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춘궁리철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332호)으로 불리는 고려시대 철불이 눈에 들어온다. 경기도 광주군 동부면 하사창리 절터에서 발견된 불상으로 무게가 6.2톤이나 되는, 한국에서 가장 큰 철불이다.

그 왼편으로는 충남 서산 운산면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 자리하고 있다. 8세기 작으로 백호와 양손은 간데없지만 항마촉지인을 한듯한 팔의 자세로 보아 여지없는 석가모니상이다. 면진대 위에 놓인 다른 불상들과는 달리 이 석가모니상만은 장엄을 위해 닫집까지 갖춰진 불단 위에 정성껏 모셨다. 닫집은 부석사 무량수전의 것을 따랐는데, 단청은 돼 있지 않다. 그 이유는 관람객이 단청에 시선을 빼앗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가장 많은 공을 들인 곳은 단연 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 전시공간이다. 약 5m×8m 크기의 독립 공간에 단독 전시된 반가사유상은 캄캄한 암흑 속에서 벽면을 타고 조용하게 흘러내리는 몇 줄기 조명을 받으며 아름다운 자태를 선보인다.

불화실은 두 층이 트인 전시공간을 확보해 커다란 괘불도 걸어놓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번 개관에 즈음해서는 일본 나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두 점이 대여 전시된다.

금속공예실의 천흥사종. 국보 제280호로 지정돼 있다.


금속공예실에서는 ‘청녕4년이 새겨진 종’(보물 제1166호)과 천흥사종(국보 제280호)을 비롯해 감은사터동탑사리기(보물 제1359호) 등 화려한 사리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범종은 종각을 만들어 걸지 않고 바닥에 받침을 괴고 그 위에 올려놓는 방법을 취했다. 종각이 주변 전시장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최응천 전시팀장은 “지금으로서는 종소리를 들려줄 수 없어 아쉽다”며 “종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박물관 야외에는 갈항사동서삼층석탑(국보 제99호), 남계원칠층석탑(국보 제100호), 보신각종(보물 제2호)를 비롯해 11건의 석탑과 부도·석등이 전시돼 있다. 경천사10층석탑(국보 제86호)는 박물관 실내 역사의 길에서 만날 수 있다.

경남의령 출토 연가칠년명금동여래입상(국보 119호).



◇불교조각 어떻게 감상할까?


-시대·양식별 특징에 따라 배열된 순서를 따라 감상할 필요는 없다.
-감상할 때는 양식이나 형식에 집착하지 않는다.
-공부한다는 생각은 잠시 접고, 그냥 마음에 드는 불상을 찾아본다.
-“이 불상이 부처님의 모습이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시선을 마주 한다.
-“불상을 조성한 이들은 어떤 마음가짐이었을까” 생각해본다.
-가능한대로 자주 그 불상을 찾아와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도록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닫집을 볼 수 있게 됐다. 충남 서산 운산면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



◇박물관 이용정보


-박물관 관람은 개관일인 10월 28일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 2005년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으므로 매표소에서 무료입장권을 발급받아 입장하면 된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7시까지다.(매주 월요일 휴관) 일정액을 지불하면 PDA나 MP3플레이어를 이용한 안내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개관을 기념해 28·29일 양일에 걸쳐 국제심포지엄 ‘미래의 문화와 경제 : 미래는 문화에 있다’를 주제로 개최한다. 프랑스의 지성으로 꼽히는 기소르망(프랑스 불로뉴 빌랑꾸르 부시장)과 창조도시 연구의 거장 사사키 마사유키(일본 오사카 시립대 교수), 저스틴 오코너(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수) 등이 참가한다.

-10월 28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특별전시 ‘국립박물관 60년사-겨레와 함께한 박물관 60년’이 열린다. 특별전에서는 박물관의 역사 외에도 첨단시설 수장고 체험, 보존처리 과정 공개 등이 이뤄진다.

-개관에 따른 관람객 폭주에 대비, 안전조치로 동시관람인원은 3000명, 1일 최대 1만8000명으로 제한된다.

-교통편은 국철과 지하철4호선 이촌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박물관이다. 버스는 0211번과 9502번이 있다. 주차장을 이용하면, 2시간 기준 소형차 2000원, 대형차 4000원이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5-10-20 오후 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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