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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홍기삼 총장은 이날 오전 교무위원회 회의를 열고 “뜻밖에도 강정구 교수의 발언이 정치적, 사회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학교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빠지고 말았습니다”며 강 교수 문제가 갈수록 사회적 이념논란으로 확산되는데 대한 곤혹스러운 심정을 밝혔다.
또 “동국대는 사상적 편향과 편견을 경계하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타인을 섬기고 존중하며 아울러 세계를 넓게, 바르게 보고 실천하는 삶을 그 무엇보다도 존중하는 학풍을 이루어오고 있다”며 “순수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성장하는 학생들이 기성세대의 갈등 때문에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며 최근 동국대생들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을 경고한 일부인사들의 부적절한 언사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아래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
동국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먼저 우리 대학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하여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대학은 일제시대에 두 번의 폐교 사태를 비롯한 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교육의 사명을 다해왔습니다. 마침 내년은 건학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여서 큰 희망과 기쁜 마음으로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뜻밖에도 강정구 교수의 발언이 정치적, 사회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학교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학교는 수많은 개인과 단체로부터 끊임없이 질책과 항의를 받아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동국대 교직원, 동문 등 대학 전체가 받은 피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동국대생 모두를 ‘친북반미’ 사상으로 몰아 사회 진출을 막아버리겠다거나 학생들을 결코 보내지 않겠다거나 하는 가혹한 항의가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여 미래를 힘차게 열어가도록 힘쓰지 않으면 안 될 우리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과 앞이 캄캄한 암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잘 아시는 대로 우리 대학은 사상적 편향과 편견을 경계하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타인을 섬기고 존중하며 아울러 세계를 넓게, 바르게 보고 실천하는 삶을 그 무엇보다도 존중하는 학풍을 이루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으나 학술, 예술, 정치, 경제 등 많은 분야에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였고 그들의 활동을 통해 한국인의 문화적 삶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은 자유로운 진리 추구가 보호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강 교수 등의 발언은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서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우리 교무위원 일동은 그 점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향후 당국의 법적인 처리 결과에 따른 조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학으로서 부디 바라는 것은, 대학을 보호할 힘을 가진 각계각층은 대승적 사고를 통해 지나친 갈등을 자제해 달라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 역시 화합과 평화를 존중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갈등을 극복하는 지혜와 자제력을 발휘해야 할 것입니다.
동국 가족 및 학부모 여러분. 우리 대학은 학생들을 바르게 인도하고, 바르게 가르칠 것입니다. 순수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성장하는 우리의 소중한 학생들만은 기성세대의 갈등 때문에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심려를 끼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강 교수 등의 발언으로 말미암아 혼란을 겪으셨을 동국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다시 한 번 송구한 말씀을 드리면서 100년 전통의 사학이 교육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부디 애정 어린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동국대학교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고 세계의 대학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2005. 10. 17.
동국대학교 교무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