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을 통해 범죄를 막고자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농사와 가축 기르기에 열심인 자에게는 씨앗과 사료를 지급해야 하고, 상업에 열심인 자에게는 자금을 지급하고, 관직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는 생활에 합당한 봉급을 지급해야 한다.” 〈아함경〉
‘6ㆍ25 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조계종 종립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기고문 중 일부 표현이 석 달째 우리 사회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강 교수는 지난 7월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6ㆍ25 전쟁은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학계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정ㆍ재계로 이념적 논쟁이 불이 붙었다.
특히 김상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올바른 시장경제 교육과 시장경제 이념이 뿌리내리기 위해 앞으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대학수업 내용 등을 참고하도록 경제단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동국대 이사장 현해 스님도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강 교수를 면직시키고 싶지만 현행 교육법상으로 걸려서 그렇게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불구속 수사하라”는 수사 지휘권을 발동함에 따라 이 문제는 다시 정치권으로 옮겨 붙었다. 하지만 지난 석 달 동안 보여줬던 것처럼 불교계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불교계 대학의 한 교수가 학자적 소신 때문에 철창에 갇힐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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