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1 (음)
> 종합
화성 신흥사 '성불장터' 열리던 날
#자식은 부모에게, 부모는 자식에게 커다란 의미 되고


신흥사 신도들이 성불장터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항상 깨끗한 정장차림에 당당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고교 2년생인 김진솔(18) 양은 끝내 편지를 읽지 못했다. 아버지를 향한 편지는 이내 눈물로 얼룩졌다. 아버지 김광로 거사는 법당 천장만 바라본다. 딸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였을까. 법당에 모인 5백여 신도들과 청년회 학생회원들이 진솔이를 격려하기 위해 박수와 함께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결국 성일 스님이 대신해 진솔이의 편지를 읽었다.

"아빠가 아프셨는데, 기적적으로 깨어나셔서 부처님께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아빠 엄마는 제 희망이에요. 오늘 밤 저는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심을 거예요, 아주 작은 꿈나무를요."

증권회사에 다니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수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던 진솔이는 편지를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마음만은 아버지에게 전했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이 밝다.
초등학교 6학년인 김예원 어린이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부모님에게 마음을 전했다.

"맨 처음 절에 와서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부처님을 알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요, 또 저를 위해 애쓰시는 부모님 은혜에도 감사드리고요…,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도록 노력할께요."

박정미 보살(39)은 두 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학원에서 늦게 돌아와 책상 위에서 잠이 든 너희들 모습에서 늘 부처님을 본단다. 너희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불심이란다…"


#모두가 하나되어


10월 16일 정오 경기도 화성 신흥사. 올해로 두 번째 열리는 신흥사의 '성불장터'는 자식과 부모가 마음을 나누는 편지 읽기로 시작됐다.

성불장터는 선재어린이회와 야사중ㆍ고등학생회 창립 28주년과 청년여래회 창립 14주년을 축하하고 신도들 모두가 함께 정을 나누는 잔치 한마당이다. 법당 안에 모인 신도들은 자식이 부모에게, 부모가 자식에게 보낸 편지의 사연을 들으며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성불장터가 열리기 전에 열린 식전 법회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사찰 측에서는 편지쓰기 외에 학생회 회원들과 지도간사에게 장학금을, 학생회를 잘 뒷바라지한 학부모와 자모교사들에게 지원금을 주며 격려했다.

또 올해 8월 서울대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한 전재근 신도회장에게 공로패와 금메달을, 활발한 포교활동으로 조계종 포교사단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은 신현덕 거사에게는 축하상이 수여됐다. 신도들은 박수를 치며 마치 '내 일'처럼 즐거워한다.

이렇게 신흥사에서는 모두가 하나다. 신흥사 스님들은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 틈에 앉아 주지 성일 스님의 법문을 경청했다. 성일 스님이 그렇듯이 이곳의 사중 스님들은 격의없이 신도들과 함께 어울리길 좋아한다.


#성불장터가 열리고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성불장터. 법당 옆에 마련된 성불장터에는 사찰 측에서 마련한 50여 종류의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학용품에서부터, 주부들을 위한 주방용품, 칫솔과 비누 같은 생필품, 단주와 차걸이 같은 불교용품 등.
성불장터 개장식을 알리는 테이프 커팅이 끝나는 순간 학생 풍물패의 공연과 어린이회의 율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불장터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저마다 동자승이 그려진 쿠폰을 몇 장씩 내놓고 물건과 바꾸느라 정신이 없다.

성불장터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수단은 '쿠폰'이다. 신흥사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정기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에게 동자승이 그려진 쿠폰을 주고, 신도들은 쿠폰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20여 신행단체 소속별로 마련된 빨간 돼지통에 넣는다. 그리고 쿠폰은 1년 동안 모아져 성불장터가 열리는 날 다시 개개인에게 다시 돌아가고, 이 쿠폰으로 성불장터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그러니까 쿠폰은 성불장터에서 쓸 수 있는 현금과 같은 것이다. 쿠폰 가격은 성인 신도용 쿠폰은 500원, 학생용은 200원, 어린이용은 100원이다. 정기법회와 특별법회를 한 차례도 빠지지 않은 신도는 30여장의 쿠폰을 얻게 된다.

쿠폰에는 사찰측에서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뜻이 담겨있고, 신도들에게는 신흥사 신도라는 자긍심과 함께 흥미를 느끼게 하는 매개체인 셈이다.

가장 먼저 성불장터를 찾은 손은향 보살(38ㆍ부천 원미구)은 딸을 주겠다며 염주주머니를 골랐다. 법회에 몇 차례 빠졌다는 손 보살은 "다음부터는 법회에 빠지지 말아야겠네요. 더 많이 사려면요"하면서 웃는다.

정경현 보살(47ㆍ수원 권선구)은 쿠폰 12장이라고 붙어있는 차걸이를 골랐다. 남편과 함께 신흥사에 다닌다는 정 보살은 "스님께 감사하죠. 법회 참석한다고 이렇게 좋은 선물도 주시고…"하면서 다른 물품을 둘러보기 바쁘다.

중학교 1년생은 전기찬(14ㆍ안산 시곡중)군은 학생회 친구인 장민호(14ㆍ서울 성남중)군과 함께 성불장터에서 어떤 물품을 살지를 의논한다. 한 차례도 법회에 빠지지 않았다는 전 군은 "작년에도 필요한 물품을 사서 요긴하게 썼다"며 물품선택에 신중을 기한다.
기찬군과 민호군 옆에서는 김순자 보살(60ㆍ수원시)이 남편 것까지 합해 모두 48장의 쿠폰을 들고 이것저것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물품가격은 시중가의 1/5∼1/10 수준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품목은 예쁜 지갑. 아이들 쿠폰 10장이 있어야 한다. 성불장터 가격으로 2천원이고, 시중 가격은 1만원 정도 된다. 5살난 동산 현조와 손을 잡고 온 정원석(10ㆍ용인 언동초) 어린이는 지갑과 지우개를 집어들고 쿠폰을 세고 있다.


#휴식처 같은 도량


성불장터가 열리는 동안 주변에 쳐진 천막에서는 먹거리가 잔치가 계속됐고 가족 단위로 자리를 틀고 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신도들이 많다. 신도회장인 전재근(65ㆍ수원)씨도 아내와 아들 내외, 딸 내외, 손자들까지 모두 9명의 가족들이 성불장터에 왔다. 가족들 모두가 신흥사 신도다. 신흥사에는 이렇게 가족단위로 신행생활을 하는 불자들이 상당히 많다.

"신흥사는 집처럼 편안한 도량입니다. 그래서인지 가족단위로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신도들끼리도 가족처럼 지내요. 우리 절에 오면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많습니다."

전 회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신흥사에는 늘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신도들에게 절에 오는 재미를 붙여주고, 또 그 속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 그래서 우란분절에는 효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70세 이상 어르신 신도들에게 특별선물을 드리고, 칠석법회 때는 '좋은 부부인연상'을 선정해 시상을 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한다.

"매력있는 사찰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절에 오면 무엇인가 얻는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신적인 것은 물론이고, 흥미를 느끼며 보람을 얻을 수 있어야만 열의가 생깁니다. 절이 해야 할 일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조계종 전법도량이자 한국불교 최고의 청소년 수련도량으로 알려져 있는 화성 신흥사의 신도들은 신흥사가 전국에서 가장 따뜻하고 내 집같은 신행도량이라고 자랑한다.
한명우 기자 |
2005-10-24 오전 10:28:00
 
한마디
오래전 청소년포교지침서를 발간하신 주지 성일스님의 신흥사를 불교성지를 순례한다는 마음으로 방문한 일이 있다. 이런분이 부처가 아니면 누가 부처일 수 있겠는가? 이런 살아 있는 포교의 표본을 조계종 웃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는지 청소년포교는 고사하고 밤낮 낮뜨거운일만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신흥사여!! 요원의 불길처럼 포교의 성지로서 방방곡곡 불국정토를 향하여 퍼져나아가리!!! 나무석가모니불!
(2005-10-26 오후 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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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좋은 도량으로 부처님이 기뻐하실 일만 골라서 하시는군요^^* 신흥사 주지스님 가르침이 우주에 충만해서 듣는이 마다 신심내서 불교를 위하고 개인삶을 살찌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2005-10-26 오전 8: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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