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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위원회 위원장 염수정 주교는 “성당 짓는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1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며 강한 결의를 보였다. 가톨릭계의 상징적인 존재 김수환 추기경도 9일자 가톨릭신문에서 인간배아를 명백한 인간생명으로 규정하며 배아줄기세포연구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개신교 61개 교단과 20단체가 가입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 최성규·이하 한기총)는 7일 세미나를 열어 배아줄기세포 대신 성체줄기세포를 연구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 같은 입장을 13일 개최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공식입장으로 채택했다.
기독교계의 신속한 대응과 달리 불교계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조계종이 제1회 불자대상 수상자로 황우석 교수를 선정한 바 있고, 지난 달 입적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생전에 황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해 격려하는 등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그것만으로 불교계가 공식적으로 배아줄기세포연구를 지지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불교학자들 사이에서는 “불교교리에 따르면 배아는 생명이 아니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불교교리상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본지 호 참조)
이와 관련한 불교계의 공식입장은 내년 중에나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지난해 발족한 ‘불교생명윤리정립을 위한 연구위원회’의 심포지엄을 11월 26일 열어 그간의 연구성과를 발표케 하고, 이를 토대로 공식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불교적 관점 정리가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배아줄기세포를 다루게 될 ‘생명조작분야’ 위원들의 고심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포지엄에서는 ‘생명조작분야’의 미산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허남결 동국대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 ‘낙태분야’의 고영섭 동국대 교수, 조은수 서울대 교수, 유호종 연세대 교수 등 5개 주제 분야에서 총 15명이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선 11월 12일에는 불교학연구회(회장 이중표)가 ‘불교와 생명윤리’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불교계는 이제 겨우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불교적 관점 정리를 위한 걸음마 단계에 있는 셈이다.
이같이 불교계의 반응이 느린 까닭은 무엇일까. 윤영해 동국대 교수(불교학과)는 한국불교가 ‘지혜’와 ‘자비’의 균형을 잃고, 지혜에만 편중하는 경향에서 원인을 찾는다. 윤 교수는 “한국불교는 여전히 자기 해탈에 주력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자기내면에 침잠해 있다보니 사회현안에 대한 인식도 더디고 반응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재영씨(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는 타종교의 신속한 반응에 초조해하기보다는 더디더라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씨는 “종교가 사회현안에 대한 도덕적·종교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가능해도, 과학연구에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본분을 벗어난 것”이라며 가톨릭계의 성체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비판한 뒤, “불교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가 그룹을 조직해서 그 안에서 충분한 논의를 한 다음에 공식 입장을 밝히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체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는 인간 성체의 골수나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으로, 배아를 이용해 배양하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생명윤리 논란이 적어 배아줄기세포연구의 대안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는 치료에 충분한 양을 얻기 어렵고, 타인의 세포를 쓸 경우 면역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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