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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성보박물관(관장 범하)이 통도사 개산 1360주년을 기념하고 APEC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10월 10일부터 11월 28일까지 통도사성보박물관 불교회화실과 기획전시실에서 열고 있는 ‘조선시대 감로탱 특별전 감로(甘露)’가 그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것은 왜 이리 고통 투성이인가? 고통의 실타래를 풀어내고 훌쩍 벗어날 수 있는 이상향은 없는가? 이런 고민에 휩싸인 사람들이 감로탱 특별전을 본다면, 의문의 실체와 그 답을 동시에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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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다”
둥근 서포터라이트를 받으며 던져진 이 명제는 감로탱을 보기도 전에 쿵 하고 가슴을 울린다. 그리고 문구는 이렇게 계속 된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발버둥치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점점 죽음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예기치 못한 위난의 순간들을 통해 죽음과 삶의 무상함을 인지한다.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반복되는 희노애락. 그대는 바르게 살고 있는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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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흩어져 있는 감로탱의 수는 대략 60여 점.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며 감로탱 조사를 벌이던 중 10여점을 추가하는 성과를 거두었을 정도로 이번 전시는 감로탱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전시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특별 테마를 주제로 기획된 국내 최초의 불화기획전인데다 이렇게 많은 감로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는 두 번 다시 열리기 어렵다는 것이 전시회를 본 전문가들의 평이다. 게다가 국내 최고의 감로탱인 보석사 감로탱(1649)과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처음 공개되는 경북대학교 박물관 소장 감로탱(17세기)이 함께 전시되고 있어 학계 및 인근학문 관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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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한 점의 감로탱속에는 그 시대의 삶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인물들이 금방이라도 걸어나올 듯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어떤 이는 마차에 깔려 죽고, 무너진 집에 깔려 죽고, 칼을 들고 싸움을 하고 있다. 지옥과 중생계를 형상화하기위해 갖가지 재난 장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사실적으로 표현된 하단과 수륙재, 우란분재 등의 의식을 그려놓은 중단, 그리고 중생계를 향해 구원의 번을 드리우고 있는 불보살의 세계가 상단에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신음소리가 새나올 듯한 중생계에서 눈만 살짝 올려떠도 그 위로 중생들의 구원을 위해 번을 휘날리며 고통받는 영혼을 응시하고 서 있는 인로왕보살의 자비한 눈과 맞주친다. 그 순간, 불보살의 세계, 즉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발원이 꿈틀거린다. 인간의 내면에 뿌리깊게 박힌 끝도 없는 욕망을 상징하며 감로탱 정 중앙에 버티고 있는 아귀가 힘을 잃는 순간이다.
색이 바래고 원형조차 잃고 있는 감로탱속에도 고통의 삶은 있었고 그 삶을 토대로 나아가야 할 깨달음의 세계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 현실의 고통은 희망을 잉태하게 한다.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부처님께서 일깨워주신 깨달음의 길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발심을 일으키게 하는 이번 전시는 11월 28일까지 이어진다. 그리 길지 않은 기간동안이다. 그냥 흘려 보내기엔 아까운 시간이고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