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1 (음)
> 종합
대불청 서울지구 제1회 통일자전거대행진
북녘 땅까지 법륜 굴러가길


서울지구 청년불자들이 하나로 모였다


쾌청한 가을 하늘이 드러난 10월 9일. 120여 명의 대중이 이 땅의 자주통일을 염원하며 임진각까지 달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일산 여래사에 모여있다. 조계종 대한불교청년회 서울지구(지회장 현일환ㆍ이하 서울지구)가 마련한 제1회 통일자전거대행진이 열리는 현장이다.

서울지구는 전날인 8일에 이미 여래사에 모여 불청대회를 통해 화합을 다졌고, 행사 당일에는 동희 스님의 범패공연, 풍물패 한마당 등 각종 문화행사로 시종일관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통일을 위해 달린다

오전 9시. 108대의 자전거가 일산 여래사를 출발해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불교에서 108이라는 숫자는 매우 의미가 깊다. 세간사의 모든 고뇌를 집약해 흔히 108고뇌라고 부르기도 하고, 참회하거나 발원하기 위해 불자들이 흔히 올리는 가장 간단한 절 역시 108배이다. 그래서 서울지구도 통일을 염원하기 위해 108대의 자전거로 숫자를 맞추었다.

평화통일을 발원하고 있는 대불청 서울지구 회원들


이날 행사일정은 일산 여래사에서부터 임진각까지 약 30여 km에 이르는 구간을 자전거로 달리는 것이다. 봉은사청년회, 보문사선재청년회, 화계사청년회, 도선사청년회, 구룡사청년회, 금강정사 금강청년회, 길상사청년회, 영화사 용화수청년회 등 서울 각 지역에서 모인 청년 불자들이 우렁찬 구호 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남자는 앞에, 여자는 뒤에서 따라오세요!” 맨 앞에서 행사진행차량을 몰던 서울지구 지도위원 인성호씨(조계종 포교원 신도계장)가 외치자, 대열이 금세 정돈된다. 일산 교통정리를 위해 출동한 경찰차의 엄호를 받으며, 108대의 자전거가 힘차게 달려 나갔다.

“속도가 15km도 안 나와요. 아무래도 다들 자전거를 전문적으로 타는 사람들이 아니다보니까…” 진행차량을 몰며 속도를 살피던 인씨의 무전기에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사고가 났습니다!”
행렬을 멈추고 차에서 뛰어내려 사고가 난 지점으로 달려가니 다행히 자전거를 몰던 젊은 여성 불자가 잠깐 넘어진 것에 불과했다.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쓸어내리며 인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바로 옆으로 승용차들이 달려가는 6차선 도로라 잠시도 지체할 수 없다. “자전거 몰 수 있어요?” “네, 끝까지 몰 수 있습니다!”

넘어진 참가자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행렬은 지체 없이 출발했다. 중간 중간 사거리가 나올 때마다 온통 긴장의 연속이다. 백여 대의 자전거가 재빨리 지나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하고, 뒤쳐지는 자전거를 위해 속도도 조절해야 하며, 도로 우측으로 끼어드는 차량을 통제해야 한다. 진행요원들은 그때마다 차에서 내려 도로를 교통정리 했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참가자들은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통일로 가는 길이 멀고 험한 것처럼, 자전거로 국토를 달리는 일도 쉽지가 않군요.” 인씨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말했다.

복잡한 도심을 지나고 나니 이번에는 가파른 언덕이 나타났다. 평탄하게 뻗은 도로에서는 쉴 새 없이 천천히 달리며 전후좌우를 살펴야 한다면, 오르막에서는 오히려 속도를 높여야 한다. “오르막을 달릴 때는 페달을 최대한 빨리 밟다보니, 속도가 더 빨리 나와요. 이럴 때 진행차량이 앞에서 얼른 끌어주지 않으면 참가자들이 더 힘들어하지요.” 인씨가 설명했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로를 내려가는 참가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어느새 참가자들의 마음은 이미 임진각 너머 저편까지 성큼 달려가 있었다.

대불청 회장 김익석씨(사진 중앙)가 서울지구 임원들과 함께 임진각 평화의 종을 타종하고 있다


#“통일! 통일! 화이팅!”

중간 휴식시간. 15km를 쉴 새 없이 달려온 자전거들이 멈추자마자, 참가자들은 탄성을 질렀다. 오늘 처음 자전거를 타본다는 오현주씨(23ㆍ봉은사청년회소속)는 “내리막을 달릴 때의 기분이 너무 상쾌하다”며 상기된 얼굴로 웃었다. 오씨는 “오늘 꼭 완주해서 통일을 발원하는 법우들 마음에 내 마음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혜리씨(27ㆍ봉은사청년회소속)는 “처음에는 앞만 보고 달렸는데, 다른 법우들이 격려해줘서 점점 주변 풍경을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이번 자전거를 타면서 평소에 말을 자주 나누지 못했던 남자법우들과도 금방 친해졌다”고 말했다. 통일을 위해 달려가는 길 위에서 대불청 회원들은 어느새 이렇게 도반(道伴)이 돼있었다.

남들이 쉬는 동안에도 잠시도 쉬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박건원씨(24ㆍ화계사청년회소속)는 “평지에서는 기어를 둘다 H로 놓고, 오르막에서는 L로 바꾸라”고 곁에 있는 법우에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어서 오늘도 두시까지 학원으로 출강해야하는데, 가기 전까지 만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한 박씨는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태면 통일이 가까워진다는 각오로, 비록 하프코스만이라도 끝까지 뛰고 돌아가겠다”고 말해 동료들의 박수를 받았다. 약 30분여 남짓 쉰 참가자들은 다 함께 “통일! 통일! 화이팅!”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다시 출발했다.

현일환 서울지구 회장은“자전거는 자체 동력이 없어 스스로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진다. 이와 같이 통일 역시 우리 스스로 행동해야 다가올 수 있다는 뜻에서 청년불자들의 큰 원력으로 통일을 앞당기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앞으로 서울지구 뿐만 아니라 전체 대불청 회원들이 통일대행진을 계속 열어나가 개성도 평양도 지나 백두대간을 끝으로 향해가는 행렬의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고 말했다.

대불청 서울지구가 제1회 통일자전거대행진을 열었다


#자전거 바퀴처럼 북녘 땅까지 법륜이 굴러가길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임진각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곧바로 행사준비에 들어갔다. 괘불을 세우고 오색천으로 장엄한 불단에, 각 사찰청년회에서 두 명씩 선발된 여성법우들이 한복을 입고 육법공양을 올렸다.

이어 한마음으로 통일발원문을 낭독했다. “통일을 한마음 한뜻으로 염원하나니 젊은이다운 푸른 기백과 불퇴전의 용기로 이 나라의 통일을 앞당기는 동량이 되게 하소서.”

이날 서울지구 불자들은 북녁 땅까지 부처님의 법륜이 하루 빨리 퍼지기를 기원하며 임진각 범종 명종식을 가졌다. 또 중요무형문화재 제 50호 영산재 준 보유자인 동희 스님(동국대 국악과 교수)의 통일기원 범패공연과 봉은사청년회의 ‘그날이 오면’ 축가공연 등이 이어지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행사 마지막은 풍물놀이 한마당으로 신명나게 어우러지며 이 땅에 평화통일의 날이 어서 오기를 기원했다.
글=이은비ㆍ사진=박재완 기자 | renvy@buddhapia.com
2005-10-18 오후 7:01:00
 
한마디
그리고 공식행사가 끝나자 청년회원들은 전원 조계사인근 술집으로 몰려가서 새벽3시까지 음주가무 무애행을 했다..
(2005-10-18 오후 8: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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