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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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청정도 심각한 위기상황”
창간 11주년 특집 : '청정 요건' 재정 투명화-깨끗한 사생활 순

현행 제도 지키는 일이 청규 제정 보다 시급



1994년 조계종 개혁. 그것은 다름 아닌 승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자는 모두의 다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불교의 승가는 어떤 모습인가. 조계종을 비롯한 여러 종단에서는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부정부패가 횡행하고 있고, 계율은 ‘특별한 것’이 되었다. 청정해야 할 승가가 ‘오염’돼 가고 있는 것이다.
어디 이뿐인가. 무분별한 세속화로 불교는 ‘상품’으로 전락해가고 있고, 교육은 형식에 그치고 있으며, 곳곳에서는 돈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변해야 한다. 이에 현대불교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한국불교가 청정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승가로 돌아가기 위한 길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많은 사부대중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길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한국불교 청정도


이번 설문 결과 불교계 오피니언 리더들은 출·재가를 막론하고 한국불교의 청정도에 대해 낮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의 생명이 청정성에 달려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에 견주어보면 한국불교는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다.

이는 직접적으로 ‘출·재가자의 청정도’를 묻는 질문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출·재가자 모두 평균 6점대를 받았다. 6점대를 매우 낮다고 분석한 이유는 5~6점을 준 응답자들이 청정도가 낮다는 반응을 보였고, 어느 정도 괜찮다는 응답자의 경우는 8점 이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염준근 동국대 통계학과 교수는 “일정한 기준 없이 응답자가 자의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설문에서는 응답자가 적용한 기준을 평가척도로 삼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 경우 평균치인 6점대를 선택한 상당수의 응답자들이 청정도가 낮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6점을 낮은 점수로 분석해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출가자 보다 재가자들이 한국불교의 청정성 훼손을 더 높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출가자는 스스로에게 6.39점, 재가자에게 6.14점을 준 반면, 재가자는 출가자에게 6.06점, 스스로에게 5.75점을 매겼다.

청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한국불교의 세속화·권력화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재가자들은 출가자 보다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출가자는 ‘위험한 수준’ ‘우려할만한 상태’라는 응답이 각각 12.5%, 33.9%였지만, 재가자는 17.8%가 ‘위험한 수준’, 41.9%가 ‘우려할만한 상태’를 꼽았다. 이를 합하면 출가자의 46.4%에 비해 재가자는 59.7%에 달한 것이다. 여기에서 출가자도 스스로 한국불교의 세속화·권력화에 대한 위험성을 상당히 높게 판단하고 있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될 중대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한국불교가 청정해지기 위한 제1요건을 묻는 문항에서는 출·재가 모두 ‘종단 및 사찰 재정 투명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나 시각차도 드러냈다. 재가자는 재정 투명화(58.9%), 스님들의 깨끗한 사생활(16.1%), 부정부패 척결(8.2%) 순으로 응답했지만, 출가자는 재정 투명화(25.8%), 스님들의 깨끗한(검소한) 사생활(24.3%), 출·재가 교육 강화(16.9%)를 차례로 꼽았다. ‘종단 및 사찰 재정 투명화’와 ‘스님들의 깨끗한 사생활’이 우선순위로 꼽힌 점은 재가는 물론 출가도 한국불교의 청정도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종단 및 사찰 운영


불교계 오피니언 리더들은 불교계 각 종단과 사찰운영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번 설문에서 확인됐다. ‘각 종단의 인사·행정에 부정부패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가자의 66.0%와 재가자의 74.4%가 많이 있거나 있는 편이라고 답해 절반이 훨씬 넘는 수치를 보인 것.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많이 있다’는 응답은 스님들이 11.6%, 재가자들은 22.5%였으며, ‘있는 편’이라는 답은 출가자가 54.4%, 재가자가 51.9%로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재가자는 물론 심지어 스님들까지도 종단운영과 관련해 부정부패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전혀 없다’는 응답은 스님들과 재가자가 각각 4.4%, 0.8%에 불과했고, ‘없는 편’이라는 응답은 출가자가 20.5%, 재가자가 8.9%였다. ‘모르겠다’를 꼽은 응답자는 출가 7.1%, 재가 13.3%였다.

투명한 사찰 운영을 위한 우선과제를 묻는 문항에서는 사찰운영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재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33.2%의 스님들과 39.5%의 재가자들이 ‘사찰운영위원회의 실질적인 운영’을 꼽았고, 스님 31.2%와 재가자 36.6%의 응답자들은 ‘재정 공개’를 선택했다. 두가지 의견 모두 재가자의 수치가 높게 나타난 점은 사찰운영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재가불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음 순위로 재가자는 ‘투명한 불사’(13.3%) ‘공개적이고 투명한 인사’(8.9%)를, 출가자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인사’(13.3%) ‘투명한 불사’(12.5%)를 들었다.

‘청정한 교단을 유지하기 위해 현행 종법과 규정 외에 별도의 청규를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출가자에서 더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끈다. 스님들은 25.0%가 ‘반드시 필요하다’, 32.1%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를 꼽아 청규 제정이 필요하다는 답변(57.1%)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보다 많았다. ‘현행 종법과 규정을 보완하는 것이 좋다’ ‘필요치 않다’는 의견은 각각 29.4%, 13.3%였다.

그러나 재가자들은 청규를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비슷하게 조사됐다. 가장 많이 꼽은 항목은 ‘현행 종법과 규정을 보완하는 것이 좋다’로 41.0%에 달했고, 9.9%는 ‘필요치 않다’고 응답했다. 50.9%가 청규 제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셈이다. ‘반드시 필요하다’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응답은 각각 29.4%, 19.7%로 나타났다.

청규 제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출·재가자 중에는 ‘제도 자체’ 보다 ‘제도를 지키지 않는 풍토’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스님들의 생활


스님들의 생활과 관련해서는 재가자에 비해 출가자들이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또 재가자들은 스님들의 소비행태와 사설사암 소유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를 냈다.

출가자들은 ‘스님들의 사설사암(토굴 포함) 소유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32.2%가 ‘문제될 것 없다’고 응답했고, ‘작은 규모라면 괜찮다’는 응답자도 19.8%에 달해 사설사암 소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반해 재가자들은 ‘안하는 것이 좋다’(34.9%)를 가장 많이 꼽았고, ‘절대 안된다’는 응답도 29.5%나 됐다. 사설사암 소유를 부정적으로 보는 출가자의 응답도 41.9%에 달했다.

순위별로 보면, 스님들이 ‘문제될 것 없다’ ‘안하는 것이 좋다’ ‘절대 안된다’ ‘작은 규모라면 괜찮다’ 순으로 꼽은 것과 달리 재가자는 ‘안하는 것이 좋다’ ‘절대 안된다’ ‘작은 규모라면 괜찮다’ ‘문제될 것 없다’ 순으로 선택했다.

출가자와 재가자의 엇갈린 반응을 보인 이유는 사설사암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출가자는 사암 재산을 ‘종단에 등록한 사설사암’으로 이해한 경우가 많았고, 재가자는 종단 등록과 관계없이 공사찰 이외의 모든 사암을 사설사암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또 출가자들은 사설사암의 포교활동이 공사찰에 비해 더 활발한 현실을 높게 평가한 반면, 재가자들은 스님들이 삼보정재를 노후복지의 일환으로 전용하고 있다고 이해한 경우가 많았다.

스님들의 소비행태를 묻는 문항에서는 출가자에 비해 재가자가 보다 비판적인 성향을 보였다. ‘매우 사치스럽다’와 ‘풍족하게 쓰는 편’을 꼽은 출가자는 각각 7.1%, 16.9% 였지만, 재가자는 17.0%, 31.2%에 달해 출가자의 두 배가 넘었다. 반면 ‘검소한 편’이라는 응답은 출가자는 28.7%였으나 재가자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11.6%에 불과했다.

이번 설문은 한국불교의 청정도가 어느 정도 손상됐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종단 및 사찰운영이나 스님들의 행동에 대해 출·재가를 막론하고 비판적인 의견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인식의 핵심에 ‘돈’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승가로 돌아가자’ 설문조사 결과

(앞 괄호는 출가자, 뒷 괄호는 재가자 응답률)


*귀하의 소속 종단은?
*귀하의 신분은?
①비구 ②비구니 ③우바새(남) ④우바이(여)
*귀하의 연령은?
①20대 1명 (0.4%) ②30대 2명 (0.9%) ③40대 59명 (26.3%) ④50대 96명 (42.8%) ⑤60대 58명 (25.8%) ⑥70대 이상 8명 (3.8%)
*귀하의 공직(소임)은?
①교구본사 주지(교구 종무원장) 28명 (12.5%) ②총무원 부서장 18명 (8%) ③종회의원 20명 (8.9%) ④종단산하 기관(단체)장 22명 (10%) ⑤신행단체장 61명 (27.2%) ⑥기타 75명 (33.4%)

1. 한국불교가 청정해지기 위한 제1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①종단 및 사찰 재정 투명화 (42.6%)
②총무원 및 교구본사의 권력 분산 (5.8%)
④부정부패 척결 (20%)
③스님들의 깨끗한(검소한) 사생활 (6.6%)
⑤각종 선거제도 개선 (4.5%)
⑥출ㆍ재가 교육 강화 (11.6%)
⑦기타(의견을 써 주세요) (8.9%)

2. 귀하는 출가자의 청정도를 몇 점으로 보십니까? 6.3점
3. 귀하는 재가자의 청정도를 몇 점으로 보십니까? 5.9점

4. 한국불교계가 세속화ㆍ권력화 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①위험한 수준이다 (15%)
②우려할만한 상태다 (38%)
③그런 경향은 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27.2%)
④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 (9.5%)
⑤그렇지 않다 (10.3%)

5. 각 종단의 인사ㆍ행정에 부정부패가 있다고 보십니까?
①많이 있다 (17%)
②있는 편이다 (53%)
③없는 편이다 (14.7%)
④전혀 없다 (2.7%)
⑤관심없다 (2.3%)
⑥모르겠다 (10.3%)

6. 청정한 교단을 유지하기 위해 현행 종법과 규정 외에 별도의 청규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①반드시 필요하다 (27.2%)
②어느 정도 필요하다 (25.9%)
③현행 종법과 규정을 보완하는 것이 좋다 (35.3%)
④필요치 않다 (11.6%)

7. 투명한 사찰운영을 위한 우선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①재정공개 (33.9%)
②사찰운영위원회의 실질적 운영 (36.2%)
③공개적이고 투명한 인사 (11.2%)
④투명한 불사 (12.9%)
⑤기타 (5.8%)

8. 스님들의 소비행태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①매우 사치스럽다 (12.5%)
②풍족하게 쓰는 편이다 (24.1%)
③보통이다(41.5%)
④검소한 편이다 (20.1%)
⑤매우 검소하다 (1.8%)

9. 스님들의 사설사암(토굴 포함) 소유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①절대 안된다 (25%)
②안하는 것이 좋다 (28.1%)
③작은 규모라면 괜찮다 (19.6%)
④문제될 것 없다 (22.3%)
⑤모르겠다 (5%)
설문조사팀 |
2005-10-08 오전 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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