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핵심은‘돈’이었다. 계율이 지켜지지 않고, 종단과 사찰운영이 궤도를 이탈하고, 불교가 권력화ㆍ세속화되는 등 승가가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모든 이유는 결국 ‘돈’ 때문에 비롯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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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은 조계ㆍ태고ㆍ천태ㆍ진각종 등 10여 개 종단의 총무원 부서장과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ㆍ종회의원ㆍ종단 산하 기관(단체)장ㆍ신행단체장 300명(출ㆍ재가 각 150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출ㆍ재가 각 112명씩 224명이 응답했다. 설문방식은 9월26일부터 10월 5일까지 전화로 진행됐다.
먼저 ‘한국불교가 청정해지기 위한 제1요건’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종단 및 사찰재정 투명화’(42%)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는 ‘스님들의 깨끗한(검소한) 사생활’(20%) ‘출재가 교육 강화’(11.6%) ‘출가정신 회복’(9%) 순이었다.
또 응답자의 70%가 각 종단 인사ㆍ행정에 부정부패가 있다고 답했으며, 불교의 세속화ㆍ권력화에 대해서도 절반이 넘는 53%의 응답자가 우려할만한 상태(위험한 수준 15% 포함)라고 지적했다. 스님들의 소비행태에 대해서도 ‘풍족한 편(사치스럽다 포함)’이라는 응답이 36%나 됐다.
특히 응답자의 상당수는 설문에 응하면서 "9개의 모든 질문문항이 사실상 질문 형태만 다를 뿐 모두‘돈’문제를 묻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을 보여, 권력화ㆍ세속화ㆍ종단 부정부패ㆍ사찰운영 등 모든 문제는 돈과 직결되며, 그런 관점에서 한국불교 승가의 청정성은 낮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인식은 출ㆍ재가자의 청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응답자들이 매긴 출가자와 재가자의 청정도 각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 중 6.26점과 5.86점이었다.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낮다’ ‘엉망이다’라는 의견과 함께 5~6점대 점수를 주었으며, 특히 일부 출가자와 대부분의 재가자들은 '돈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청정도를 낮게 평가했다. 결국 불교계 오피니언 리더들은 한국불교 승가의 ‘청정도’를 낮게 보고 있으며, 문제가 돈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문항에 따라 출ㆍ재가의 인식 편차가 큰 부분도 있었다. 스님들의 소비행태와 관련해 ‘풍족한 편(사치스럽다 포함)’이라고 응답한 스님들이 28%인 반면 재가자는 56%나 됐다. 또 사설사암(토굴 포함) 소유와 관련해 스님들은 ‘문제될 것이 없다’(32.2%)는 답을 가장 많이 한 반면, 재가자들은 ‘절대 안 되거나 안하는 것이 좋다’(64.4%)는 견해가 훨씬 우세했다.
하지만 일부 응답자들은 “특정계층 스님과 재가자들의 모습이 전체 승가의 모습은 아니다”며 대부분의 스님들과 재가자들은 돈 문제를 포함해 권력ㆍ사치ㆍ부정부패 등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설문에 응했던 우리는 선우 이사장 성태용 교수는“한국불교 승가가 청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재정운영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문제"라며 "이제는 그동안 회피해왔던 승가의 돈 문제를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여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