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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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교육ㆍ참회기도ㆍ자자포살 활성화해야
【창간 11주년 기획】 출재가 청정성 교육에서 대안찾자

승가의 청정성은 엄격하고 치열한 교육으로 담보할수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전국강원교직자회의 모습
누구나 승가(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의 청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교육을 말한다. 교육 없이 청정승가는 기대할 수 없고, 청정승가가 아니면 올바른 신도의 교육도 없다. 지금까지도 승려교육은 엄하면 엄할수록 정예화 된다는 것이 교육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출가자는 출가자답게, 재가자는 재가자다운 청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 그만큼 강조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출ㆍ재가자 교육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시대, 과연 교육이 이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오늘날 출ㆍ재가의 청정성 회복을 위한 교육의 대안이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 승가 교육의 현주소

타 종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숙된 승가교육체계를 갖추고 있는 조계종은 1994년 종단개혁 후 기초ㆍ기본ㆍ전문ㆍ특수ㆍ재교육과정이라는 단계적 승가교육의 큰 틀을 완성했다.

이 가운데 기초교육(행자교육원), 기본교육(전통강원, 중앙승가대, 동국대, 기본선원)은 출가자가 반드시 이수해야하는 의무과정이다. 정식 스님이 되기 위해서는 출가 후 5개월 이상의 행자, 3~5주의 기초교육과 5급 승가고시 후 사미계 수계, 4년간의 기본교육과 4급 승가고시 후 구족계 수계 과정을 거쳐야하는 것이다.

이후 2년 과정의 전문교육과정(학림, 율원, 승가대학원)과 특수교육(어산작법학교)이 종단의 정규교육과정의 마지막이다. 정규과정을 마치면 일반연수(10ㆍ20ㆍ25년차)와 직무직능연수(주지연수ㆍ전산 등)을 거쳐 3급, 2급, 1급 법계를 품수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조계종은 다른 불교국가의 승가교육제도와 견주어도 매우 선진적인 교육체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최근까지 승가의 청정성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은 물론, 승가교육의 본질이 퇴색되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통적 승가교육의 본질은 수행자로서의 기본적인 덕목을 실천하고 체득하는 것인데 반해, 오늘날의 승가교육은 경학에 대한 이론을 학습하는 것으로 변질됐다는 우려에 직면한 것이다.

조계종 교육부장 현관 스님은 “강원의 유일한 계율관련 과목 <사미율의>와 1년에 한두 번 외부강사에 의한 계율특강으로 승단의 청정성을 담보하기에는 사실상 무리”라며 “승려재교육의 일환인 각종 연수와 법계고시ㆍ산림도 스님들의 청정성 재고보다는 종무행정 등 실무위주의 교육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 시작부터 어긋난 교육종책

1954년 이후 한국불교의 정화개혁은 인적쇄신의 역사였고 늘 승가교육에 대한 고민이 뒤따랐다. 비구-대처의 대립 역시 승단의 청정성 문제로 촉발된 충돌이었다는 점에서 교육은 승단의 가장 핵심적 과제였다.

승단의 체계적 교육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았던 정화 초기의 비구ㆍ비구니스님은 약 800명(수좌는 200여명)이었지만 통합종단이 등장한 1963년 5427명, 1964년 1만1899명으로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대한불교신문 기사). 이 시기 승단에 유입된 인물이 청정한 계율정신과 투철한 출가관을 가졌다면 문제가 복잡하지 않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뒤늦게 정화 지도부는 역경, 포교, 도제양성의 3대 목표를 내세우며 승려의 교육ㆍ재교육을 강조했지만 이미 청정한 승단의 가풍을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수좌들이 주도한 정화는 선(禪)의 우위만을 강조하는 교단의 분위기를 조성, 율(律)과 교(敎)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불교의 가치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러한 영향은 근래 강원교육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교과과정의 대부분이 전통적 경전과 <선요> <서장> 등 간화선 중심 과목으로 채워졌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최근 몇 년간 승가교육제도개선추진위원회(위원장 종범)라는 종법기구를 통해 현 승가교육체계 전반을 재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오랜 논의 끝에 출가자 개인의 위의와 승단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엄격하고 집중적인 행자교육으로 수행자의 청정성을 담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청정성 담보와 교육제도의 ‘거리’

그렇다면 교육을 통한 승단의 청정성 쇄신방안은 무엇일까?
조계종 교육부장 현관 스님은 우선 교육연한의 강화를 제시했다. “2008년부터 새롭게 시작될 3급 승가고시 응시자의 자격을 ‘전문교육과정 수료 후 선원 8~4안거 성만’으로 강화할 계획”이라는 현관 스님은 “이렇게 되면 전체 승가사회의 교육연한이 자동적으로 2년 정도 늘어는 것은 물론 율원과 전문학림 승가대학원 등의 실질적 교육기능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시위원장 법산 스님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행자교육 강화를 통한 ‘선교육 후득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의 3주 집체교육은 너무 짧고, 최소한 3개월은 돼야 하지만 지금 같이 느슨한 기초교육으로는 ‘승풍’을 살리는데 역부족”이라는 법산 스님은 “현대인을 선도할 수 있는 정신적 지도자를 양성하는 승가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기초교육뿐만 아니라 기본교육기관에서도 율원강사의 전임제로 계율교육을 정규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강조한 스님들과는 달리 동국대 선학과 교수 종호 스님은 “근본적으로 교육이라는 것이 피교육자의 의식구조를 바꾸는 어려운 과정”이라며, “내적(정신적) 청정성과 외적(행위적) 청정성에 맞는 행을 닦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말해 승가 구성원 윤리를 갖출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교육원 관계자들은 “계율에 해박하지 않아도 계율에 저촉되지 않고 존경심이 우러나오는 스님들이 셀 수 없이 많다”며 “아무리 제도를 강화하고 교육기간을 늘린다고 해도, 엄하면서도 치열한 교육으로 ‘사상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교육이 되지 않는다면 청정성 문제의 해결방법은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 늘어나는 신도교육ㆍ수계법회

2002년 조계종은 늦게나마 신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불교대학등록 및 관리령’을 설치, 교육내용과 과정을 비롯한 각종 규정들을 정비했다.

불교대학은 필수과목으로 교리심화, 불교사, 불교문화, 포교방법론·실천 및 수행 등을 정하고, 비교종교론과 불교상담개론을 비롯한 7개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두어 불자로서 갖춰야 할 소양 및 전문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편성했다. 연간 128시간 이상의 수업일수와 함께 조계종 스님 2인을 포함한 4인 이상의 강사를 구비할 것을 조건으로 정규 인가 불교대학의 교육과정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2005년 9월 현재 조계종 인가 불교대학은 54곳으로 매년 1500~20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 불교대학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종단 차원에서 2년 전문과정인 ‘불교대학원’과 3개월 ‘신도기본교육’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계율과 관련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연중 크고 작은 사찰들이 여는 보살계수계법회에 참석, 계를 받는 불자들의 수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조계종 포교부장 일관 스님은 “이렇게 교육받은 수많은 불자들의 배출되고 있지만 이들이 불자로서 갖춰야할 청정성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청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재가신도교육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계(持戒)에 무감각한 불자들
‘오늘의 운세’ ‘인생대박 상담’ ‘천기누설’ 등 점술광고들이 넘쳐나는 요즘 모 역술인 단체에 따르면 올해만 흔히 점집이라고 하는 무속인들의 매출이 4조원 규모로 산업화 되고 있다고 한다.

인천 용화사 송담 스님은 “우선 듣기 좋은 말을 통해 위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자신이 천길 낭떠러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도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불교와 무속을 혼동하는 재가자의 어리석음을 경계했다. 불교는 인간의 의지를 무시한 결정론적 숙명론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점술을 금기시하고 주어진 여건에 짓눌리지 말고 스스로 노력해 해탈을 성취하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불자들의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불자라면 한번은 받게 되는 5계도 자신을 속박하는 피곤한 구속쯤으로 여기고 계를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다. 각종 유혹에 빠지기 쉬운 현대사회에 남에게 해를 끼치는 범죄나 스스로를 망치는 폭음 등의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동국대 불교학과 김성철 교수는 “재가자들의 파계는 윤회와 인과응보에 대한 믿음과 이해의 결여와 공(空)사상에 대한 오해가 원인”이라며 “윤회와 인과응보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들은 파계를 하고도 죄책감을 못 느끼기 쉽고, '모든 것은 공하니 선도 악도 없다'는 공사상의 오해가 소신(?) 있는 파계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재가자들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내세의 과보를 야기한다는 인과응보의 법칙(연기론)을 믿는다면 내생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도 지계행(持戒行)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재가자가 청정성을 견지할 수 있는 기본적 교리교육, 참회기도, 계를 어길 경우 초래될 과보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계교육으로 ‘파계’ 막아야

조계사 포교국장 재경 스님은 경직되지 않은 지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계사의 경우 <범망경> ‘보살계본’에 나오는 보살도를 강의하면서 매월 보름법회를 ‘포살법회’로 진행한다고 한다. 현재 조계종 5대 총림을 비롯해 일부 사찰 및 선원 등이 정기적인 포살법회를 통해 재가불자들의 청정성을 고양시키고 있을 뿐이다. 조계종 포교원은 1999년 포살법회의 순서와 진행법을 담은 <재가보살 포살본> 3천부를 발행하는가 하면, 서울 불광사와 동산반야회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지계 체크리스트를 보급했지만 대중적으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95년 8월 개원이후 매월 한 차례 포살법회를 열고 있는 청주 관음사의 경우, 포살법사가 예경삼보, 헌향게 등의 포살요목과 보살계서문을 먼저 낭독하면, 신도들이 ‘나무석가모니불’를 외며 참회를 하는 순서로 진행한다. 포살법회를 참석하는 고보은씨(65ㆍ서울 반포동)는 “처음에는 지계에 대한 부담감이 컸지만, 지금은 자기반성은 물론 기복 중심의 신행에서 벗어나 복을 짓는 수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가자의 근본적 불성을 일깨우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주 법장사 주지 철우 스님은 “재가자의 청정성을 고양하기 위한 교육은 ‘대승보살심’을 체득하게 하는데 있다”고 주장한다. 불교 공부는 ‘마른지식(乾慧)’을 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흥 할 수 있는 행(行)으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부처님 법(法)안에서 불성을 살리는 교육만이 재가자의 청정성을 담는 깨지지 않는 그릇이 되기 때문이다.
조용수 기자 | pressphoto1@hanmail.net
2005-10-09 오후 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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