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 문화 > 출판
설선(說禪), 문 없는 문을 열다


흔히 ‘선(禪)’은 언어나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라고 말한다. 하지만 언어나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 깨달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없을 것이다. 불가에 수많은 경전과 법문이 존재하는 이유다.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10대 선사 초청 범어사 설선대법회에서 펼쳐진 감로법문을 묶은 <문 없는 문을 열다>
올해 3월 5일부터 5월 7일까지 부산 범어사에서 열린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10대 선사 초청 범어사 설선대법회’는 이러한 ‘언어를 넘어선 언어’로 선이라는 ‘문 없는 문’을 열어 보인 법열(法悅)의 장이었다. 지난해 조계사에서 열린 ‘간화선 중흥을 위한 선원장 초청 대법회’가 현대인들에게 ‘선수행’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면, 이번 설선대법회는 ‘왜 선이어야 하고, 어떻게 수행해야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자리가 됐다.

‘설선대법회의 의의’(지유) ‘무차선법회, 선이란 무엇인가’(진제) ‘21세기 대안, 왜 선인가’(혜국) ‘가장 행복하게 사는 길, 참선수행’(고우) ‘선과 삶’(인각) ‘자비와 지혜를 조화롭게 닦는 선수행’(현산) ‘선수행의 바른 길’(지환) ‘생사문제와 선수행’(무여) ‘화두는 조사공안이다’(원융) ‘선수행의 단계’(정광)를 주제로 진행된 10회의 법회에는 선 수행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연인원 5만여 명이 참석해 그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번에 발간된 <설선(說禪), 문 없는 문을 열다>는 설선대법회에서 펼쳐진 선사들의 감로법문과 법회 현장에서 오고간 질의응답을 고스란히 활자로 옮겨 놓은 ‘지상(紙上) 법회’다. 조계종 수행가풍 진작의 실질적 주역이자 우리나라 수행문화를 이끌어 갈 법주 스님들의 법문이 눈앞에 보이듯 생생히 펼쳐진다.

범어사 설선대법회는 불자들에게 간화선 수행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려주는 자리가 됐다.
“깨달음에 가까이 가려는 길은 가만히 있어서는 깨달아지지 않는다든 것을 알아야 합니다. 몸부림을 쳐야, 고통을 감내해야 됩니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가’ ‘내가 도대체 무엇인가’ 이것이 자기를 돌아보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것을 ‘화두공안’이라고 합니다. 그 화두공안도 열심히 하다 보면 깨달음이라는 것, 또 도(道)라는 것은 닦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지유 선사)

“참선공부가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꾸준히 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공부에 단속(斷續)이 있으면 공부를 하더라도 향상이 없고 하다 말다 하면 오히려 퇴보하기 쉽습니다. 깨칠 때까지 수행하되 내생이든 후 내생이든 시간을 논하지 않고 오로지 화두만 참구할 것이니, 이와 같이 수행해 나가기만 한다면 이루지 못할까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지환 스님)

“부디 이 자리에서 법문 듣는 것으로 다 됐다고 하지 마세요. 정 시간이 없으면 텔레비전 드라마 보는 시간이라도 줄여야 됩니다. 청소기를 돌리면서도 ‘이 몸뚱이 끌고 다니는 참나가 무엇인고?’하고 참구하세요.”(혜국 선사)

책에서는 특히 무차선법회로 진행된 회향법회에서 열린 법거량 현장이 눈길을 끈다. 자신의 공부를 점검받으려는 재가불자와 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려는 진제 스님의 서릿발 같은 경책이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100여 년만의 폭설이 내린 3월에 시작돼 봄꽃 향기가 만발하는 5월에 끝난 설선대법회. 계절의 변화를 통해 사물을 키워내는 자연의 진리처럼, 대중의 근기에 맞춰 울려 퍼진 설선대법회의 법문은 중생을 부처의 길로 안내하는 소중한 자양분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10-06 오전 10:07: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8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