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선(禪)’은 언어나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세계라고 말한다. 하지만 언어나 문자를 사용하지 않고 깨달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없을 것이다. 불가에 수많은 경전과 법문이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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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선대법회의 의의’(지유) ‘무차선법회, 선이란 무엇인가’(진제) ‘21세기 대안, 왜 선인가’(혜국) ‘가장 행복하게 사는 길, 참선수행’(고우) ‘선과 삶’(인각) ‘자비와 지혜를 조화롭게 닦는 선수행’(현산) ‘선수행의 바른 길’(지환) ‘생사문제와 선수행’(무여) ‘화두는 조사공안이다’(원융) ‘선수행의 단계’(정광)를 주제로 진행된 10회의 법회에는 선 수행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연인원 5만여 명이 참석해 그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번에 발간된 <설선(說禪), 문 없는 문을 열다>는 설선대법회에서 펼쳐진 선사들의 감로법문과 법회 현장에서 오고간 질의응답을 고스란히 활자로 옮겨 놓은 ‘지상(紙上) 법회’다. 조계종 수행가풍 진작의 실질적 주역이자 우리나라 수행문화를 이끌어 갈 법주 스님들의 법문이 눈앞에 보이듯 생생히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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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공부가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꾸준히 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공부에 단속(斷續)이 있으면 공부를 하더라도 향상이 없고 하다 말다 하면 오히려 퇴보하기 쉽습니다. 깨칠 때까지 수행하되 내생이든 후 내생이든 시간을 논하지 않고 오로지 화두만 참구할 것이니, 이와 같이 수행해 나가기만 한다면 이루지 못할까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지환 스님)
“부디 이 자리에서 법문 듣는 것으로 다 됐다고 하지 마세요. 정 시간이 없으면 텔레비전 드라마 보는 시간이라도 줄여야 됩니다. 청소기를 돌리면서도 ‘이 몸뚱이 끌고 다니는 참나가 무엇인고?’하고 참구하세요.”(혜국 선사)
책에서는 특히 무차선법회로 진행된 회향법회에서 열린 법거량 현장이 눈길을 끈다. 자신의 공부를 점검받으려는 재가불자와 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려는 진제 스님의 서릿발 같은 경책이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100여 년만의 폭설이 내린 3월에 시작돼 봄꽃 향기가 만발하는 5월에 끝난 설선대법회. 계절의 변화를 통해 사물을 키워내는 자연의 진리처럼, 대중의 근기에 맞춰 울려 퍼진 설선대법회의 법문은 중생을 부처의 길로 안내하는 소중한 자양분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