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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연기 분자 하나하나의 임의 운동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자들은 확률이라는 수학적인 기법을 사용한다. 즉 향 연기의 집단적인 움직임의 평균과 평균을 따르지 않고 퍼져있는 정도를 편차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이 편차가 우리가 느끼는 열과 본질적으로 같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기나 물 분자의 열이 높으면 그만큼 불규칙한 운동이 많아져서, 잉크나 향연기가 퍼져나가는 편차를 크게 만들 것이다.
TV나 전축에서 소리나 화상을 증폭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트랜지스터내부의 전자의 운동 또한 비슷한 임의운동을 하고 있다. 심야에 TV 신호가 끊겼을 때, TV 스크린에 나타나는 불규칙한 점들은 바로 전자의 임의운동이 화상으로 바뀐 것이다. 브라운 운동과 같은 불규칙한 운동은 실제로 우리 생활 도처에서 발견된다. 우리의 맥박이 뛰는 신호 역시 일정한 규칙성(평균)과 함께, 편차를 가지고 있다.
즉, 어떨 때는 평균보다 늦게, 어떨 때는 평균보다 빠르게, 예측할 수 없는 임의성을 가지고 뛰고 있다. 어린이가 어머니의 품속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은 어머니 심장 박동의 임의성 때문이라고 한다.
생물이 태어나는 모습 또한 부모 측이 만들어 내는 임의의 DNA 조합이다. 따라서 생물학에서 발현하는 모습을 예측하기 위해서 통계적인 기법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서 우성과 열성의 비를 예측하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생긴 모습, 살아가는 모습 또한 공기 중을 불규칙하게 떠다니는 연기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가 공기 분자에 의해서 임의로 움직이듯이, 나의 모습 역시 과거의 임의성에 의해서 만들어 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향 연기 분자 하나를 따라가면, 그 분자 하나가 어느 시점에 존재하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 분자를 있도록 한, 과거의 수많은 공기분자들의 부딪힘 또한 한가지 밖에 없다는 놀라운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다. 비록 인간이 불규칙한 임의 운동이라고 이름 붙였더라도 말이다. 내가 가끔 작은 존재라는 느낌이 들 때, 나를 있게 한 알 수 없는 오묘한 인연을 상기하도록 하자.
534호 [200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