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청춘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미국의 가수 Brothers Four를 기억할 것이다. 특히 이들을 통해서 유명해진 피터 시거즈의 노래 ‘꽃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는 한국에서도 많이 유행한 노래다. 가사는 ‘꽃들을 젊은 처녀들에게로, 처녀는 사나이에게로, 사나이는 모두 전장으로, 그리고 무덤으로, 그 무덤은 다시 꽃들로’라고 적고 있다. 반전과 평화를 갈망한 노래라고 보이지만, 윤회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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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가 없는 윤회라는 개념에 대한 밀란다왕의 집요한 질문에 대해서 나가세나 존자는 식사를 위해서 등불을 들고 집 꼭대기 방에 올라갔다가, 지붕을 태우고, 집과 마을 전체를 태운 사건을 들어 비유하고 있다. 비록 불이 식사를 위한 불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행동이 마을을 태운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불이라는 인연이 등불에서 집과 마을로 옮겨간 것과 마찬가지로 윤회는 이러한 모습으로 다음 생으로 옮겨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가세나 존자는 “대왕이여,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은 죽음과 함께 끝나는 현재의 명칭과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명칭과 다르기는 하지만, 두 번째의 것은 첫 번째로부터 나온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악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과학은 윤회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성냥이 불에 타는 것은 성냥을 이루는 탄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서 에너지(열)를 내고, 탄산가스로 변화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성냥에 불을 붙여주는 행위는 이 현상이 빠르게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 도와주는 일로 볼 수 있다.
화학에서 이러한 현상을 ‘촉매작용’이라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반응은 일어나지만, 느끼지 못할 만큼 서서히 일어나므로 속히 반응이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촉매의 역할이다. 생명에서는 단백질이 촉매작용을 담당한다. 생물이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서 배우자를 좋아하는 것, 이유 없이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것, 좋아하는 뇌의 신경학적인 작용 역시 신경 전달물질인 단백질이 담당하고 있다. 단백질의 모습을 결정짓는 것이 생명을 이루고 있는 핵 속에 한결같이 존재하는 DNA이고, 이 DNA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므로, 결국은 부모에게서 촉매 현상의 방법(즉, 불을 붙이는 방법)을 물려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의 과학은 놀랍게도 현재 나의 행동이 거꾸로 이 DNA의 발현하는 모습을 바꾸어 준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다.
이유 없이 번뇌가 일어날 때, 수억 겁의 결과로 생긴 나의 뇌에서의 촉매작용의 결과라는 것을 인식하자. 그리고 어떻게 업을 닦는 가에 따라서 나의 세포 모습 또한 다른 모습으로 다음 생으로 유전한다는 과학이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533호 [200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