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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 버무려진 ‘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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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식탁에 오르는 먹을거리 문제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요즘, 시골에 살면서 두부 한모에 따라 나오는 넉넉한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다행임을 느끼고 있다.

경주와 포항 사이의 조그만 산골 마을이기에, 어느 곳을 가더라도 아주머니가 내어 주는 김치에 납이 들었을까 하는 의심하지 않는다.

위덕대 한갑조 교수
건너 편 마을에 있는 식당은 김치에 검은 빛깔이 나는데 감칠맛이 난다. 또 다른 집은 김치의 붉은 빛이 아주 곱다. 아직도 내가 사는 이 작은 동네에는 이집 저집 김치 맛이 달라 식객이 맛을 논하곤 하지만, 이제 서울의 식당에 가면 어떻게 해야 될지 난감한 마음이 앞설 것 같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김치도 이미 중국산이 점령해 버렸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1kg의 김치에 0.3mg의 납이 들어있는 중국산 김치를 자신도 모르게 먹어왔다. 납은 체내에 축적되어 면역체계에 이상을 주는 등 위험요인을 안고 있는 중금속이다.

국내에 시판되는 김치의 15%가 중국산이라고 한다. 중국산 김치 1kg에 1000원인데 한국산은 3000원이라면 수익을 남겨야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중국산 김치를 수입해서 유통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다.

중국산 김치에 납이 많은 것은 수년 전에 조기에 납을 넣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제조자에 악의가 있었다가 보다는 좀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하는 한국쪽 수입업자와 이들의 수입업체를 관리 감독해야할 정부당국의 무관심이 주범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산 김치는 당분간 수입이 잠시 주춤하겠지만, 사람들의 기억이 흐려지는 시점이 오면 다시 늘어날 것이 뻔하다. 부족했던 생산과정에서부터 소비자의 입에 까지 유통과정을 심각하게 다시 점검해야 한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김치가 한국에 들어오면 납이 문제가 되지만, 일본에 들어가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일본 사람들은 생산에서부터 중국에 들어가 현지에서 철저히 관리 한다고 한다. 중국산 김치를 중국에서 먹으면 문제가 되지 않고, 일본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정부당국이 수입식품의 검사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우리는 여기에서도 인과(因果)의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어리석은 이기심을 앞세우기보다 인과의 무서움을 깨닫고 바로잡으려는 의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중국산 김치를 들여와 1kg에 2000원을 남기지 말고, 1000원 정도 남기려고 한다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최근 개강법회를 위해 학교를 찾았던 진각종 혜정 종사님도 법문을 통해 “내 앞의 밥상에서 인과의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고 하셨다. “부엌에서 밥을 만드는 사람이 일부러 밥을 덜 익게 하고, 된장찌개를 맛없게 만들려고 하겠는가, 내가 그 정도의 밥상을 받을 인을 지은 결과다”라며 좋은 인연 지을 것을 강조해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 사람들이 먼저 김치를 생산하는 중국인에게 좋은 인을 만들지 않았으니 당연한 업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치 1kg에 1000원이 아니라 2000원을 들인다면 우리식탁에 오를 김치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훌륭한 김치가 될 것은 뻔한 이치다. 물론 경제적인 정확한 수치의 이익이 계산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수입업자들도 1kg에 1000원의 이익이 고마움과 함께 돌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바꾸어 보면, 생산자나 수입자나 판매자나 소비자가 불법의 가르침에 따라 좋은 인을 지으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우리의 김치 맛을 돌려주지 않겠는가!


위덕대학교 외식산업학부 한 갑조 |
2005-10-03 오후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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