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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박물관 위상 높아지고 있다
국공립박물관과 공동 특별전 개최ㆍ문광부 교육기관 선정 등 약진


사찰박물관은 더 이상 도난 방지를 위한 유물 수장고가 아니다.

다수의 사찰박물관이 사찰 측의 무관심, 무계획한 운영으로 비판받는 가운데, 몇몇 사찰박물관의 참신한 기획과 운영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사찰박물관 활성화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월간미술 주최 월간미술대상 전시기획부문 장려상 수상자로 결정된 수덕사근역성보관. 현대불교자료사진.
수덕사근역성보관이 월간미술 주최 월간미술대상 전시기획부문 장려상 수상자로 결정돼 10월 10일 로댕갤러리에서 수상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통도사성보박물관을 비롯해 직지성보박물관, 대원사티벳박물관, 명주사고판화박물관 등 몇몇 사찰박물관은 국공립 박물관(미술관)과 특별전을 공동개최하는 등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수덕사근역성보관(관장 정암)이 수상하게 된 월간미술대상은 1996년 제정된 국내 유일의 종합 미술이론상으로, 사찰박물관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광주비엔날레나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규모 있는 기획전이 역대 수상자로 선정돼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적·물적 토대가 취약한 사찰박물관이 수상하게 됐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 장려상을 받는 수덕사근역성보관의 기획전은 지난해 10월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열린 ‘지심귀명례(至心歸明禮)-한국의 불복장(佛腹藏) 특별전'이다. 일반인의 범접이 쉽지 않았던 복장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복장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게 한 첫 특별전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복장 가운데서도 특히 직물·의류에 초점이 맞춰져 관련분야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1개월 전시기간 동안 찾아온 관람객만도 1만8천명에 달한다. 또한 공들여 제작한 ‘지심귀명례전’ 도록은 10만원이라는 판매가에도 불구하고 1000부 가까이 팔렸다.

사찰박물관의 ‘약진’은 수덕사뿐이 아니다. 통도사성보박물관(관장 범하)은 2005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해 열리는 특별전 ‘탱화, 그리고 현대적 읽기전’을 9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과 공동개최한다. 통도사성보박물관은 전시실 운영 외에도 지역민을 위한 문화강좌,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폭 넓은 활동을 보이고 있다.

2000년에 특별전 ‘한국고승진영전-깨달음의 길을 간 얼굴들’에서 백여 점이나 되는 진영을 동시에 전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성보박물관은 이미 범종·금석문 등의 탁본 특별전을 여러 국공립박물관에서 순회전시 한 바 있다. 전남보성 대원사티벳박물관(관장 현장)도 지난 8월 광주국립박물관과 공동으로 광주에서 ‘인도세밀화 특별전’을 주최한데 이어 춘천국립박물관과도 특별전을 가질 계획이다.

원주 명주사고판화박물관(관장 선학)은 교육기능이 돋보이는 곳이다. 고판화박물관은 문화관광부(장관 정동채) 선정 사회문화예술교육사업기관으로 선정돼 판화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판화체험관도 지었다.

아직도 상당수의 사찰박물관이 유물을 보관해두는 ‘창고’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 몇몇 사찰박물관이 일반 국공립박물관과 대등한 수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들 사찰박물관의 성공비결을 특화전략과 관장 및 학예사의 열정에서 찾는다. 통도사성보박물관 하면 불화가, 직지성보박물관 하면 금석문이, 수덕사근역성보관 하면 직물·의류가 떠오르는 것은 이들 박물관이 특화에 성공했음을 뜻한다. 대원사티벳박물관이나 명주사고판화박물관은 인도세밀화와 고판화라고 하는 특화된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이 분야 독보적인 박물관으로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보성 대원사티벳박물관과 인도세밀화 특별전을 준비했던 강순형 광주국립박물관 학예실장은 “좋은 자료를 갖고 있는 사찰박물관이라면 어디든지 함께 특별전을 진행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의 관장이 박물관과 문화재에 정통하며, 박물관의 발전방향에 대한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들 박물관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가령 수덕사근역성보관장 정암 스님은 직물과 의류에 관심을 갖고 4~5년 전부터 ‘지심귀명례전’을 기획해왔고, 다음 특별전으로 ‘지심귀명례II-직물로 승화된 불경과 불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화’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조계종 문화부 한 관계자는 “특정 시대 또는 인물 중심의 특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도갑사의 도선국사성보관이나 표충사 호국박물관, 흥국사 의군수병유물전시관 등과 같이 다양한 기획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관심의 크기만큼 박물관 운영에 쏟는 정성도 지극하다. 고판화박물관 선학 스님은 박물관 운영을 위해 문화관광부나 한국박물관협회, 강원도, 원주시 등 관계 기관을 뛰어다니며 부단히 자금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박물관의 특화전략과 시·도의 관광자원화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탓인지 고판화박물관은 시·도로부터 1억 6천만원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선학 스님은 “앞으로 ‘문화’가 포교의 가장 효과적인 방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박물관 운영이 쉽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만큼 조금씩 발전하는 박물관을 보면서 가능성이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익순 기자 |
2005-09-30 오후 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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