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 달아 밝은 달아/ 옛 나라에 비춘 달아/ 쇠창을 넘어와/ 나의 마음 비춘 달아/ 계수나무 베어내고/ 무궁화를 심으과저….
망국의 한과 구국충정을 무궁화에 투영시킨 만해 한용운의 시조 ‘무궁화를 심으과저’다. 나라꽃 무궁화는 5천년 동안 우리 민족과 운명을 함께 해온 우리 겨레의 꽃. 하지만 일제강점기 이후 지금까지 방치 되고 있는 것이 작금 ‘무궁화의 자화상’이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나라꽃 무궁화를 바로 알리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무궁화 도안 제작 및 무궁화 보급 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영만 한국고유문화콘텐츠진흥회 대표(4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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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나라꽃이지만 무궁화의 종류가 몇 가지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어 보면 선뜻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구요. 무궁화를 도안해 새로운 캐릭터로 만들고 이미지화 시키면 누구나 쉽게 무궁화를 이해하고 관심과 사랑을 보일 것 같아 이 일을 시작하게 됐죠.”
이때부터 김대표는 지하철을 탈 때도 무궁화 도안과 이미지를 스케치 했으며 심지어 화장실에서까지도 무궁화 그리기에 온 정성을 쏟았다. 회사 직원들은 물론 선·후배 디자이너와 친분 있는 대학 교수 등을 만날 때 마다 무궁화를 응용한 도안과 캐릭터를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무궁화 도안과 캐릭터 그리고 이미지를 합치면 현재까지 1만 2천 여점에 이른다.
1996년 나라꽃 도안하나 제대로 없었던 우리나라를 이제는 세계에서 나라꽃 도안이 가장 많은 나라로 우뚝 서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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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김대표는 ‘생활 속 무궁화 보급’을 모토로 그 동안 제작된 무궁화 도안과 이미지, 캐릭터는 물론 무궁화 관련 정보·게임·이메일·칼럼 등 다양한 콘텐츠로 무궁화 알리기에 팔을 걷어 부쳤다. ‘무궁나라’의 파급효과는 실로 상상을 초월했다. 사이트를 오픈한지 1년 만에 가입자는 10만명을 훌쩍 넘었고 대형 포털과 정보통신부 추천 사이트까지도 선정됐다.
이처럼 김대표의 무궁화 알리기 운동은 순풍을 타는 듯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사이트를 운영한지 채 3년도 못돼 문을 닫아야 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온 국민에게 나라꽃 무궁화를 바로 알려 민족의 얼을 되새기고 애국심을 고취한다’는 목적으로 비영리로 운영하다보니 계속해서 사이트를 꾸려나갈 돈이 없었던 것이다. 비록 사이트 문은 닫았지만 무궁화 바로 알리기에 대한 김대표의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오프라인에서는 계속해서 무궁화 디자인을 연구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전통문화를 현대화할 사단법인 창단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한 호스팅 업체가 무료로 무궁나라 사이트를 호스팅해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고 시인 김광림씨를 비롯해 미술계 인사들도 김대표를 돕겠다고 하나 둘씩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해서 2003년 창단된 것이 바로 사단법인 한국고유문화콘텐츠진흥회다.
“무궁화 알리기에 더 박차를 가해야죠.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무궁화 심기 운동과 무궁화 도안이나 디자인을 활용해 무궁화를 우리 생활 속에 더 가깝게 하려고 합니다.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상품에 응용한다면 사회적으로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김대표는 자체 제작한 무궁화 도안이 그려져 있는 타일, 도장, 십자수, 석고상, 벽지, 뱃지 등을 자매결연한 학교나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10년 동안 김대표가 이일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궁화를 사랑하는 ‘무궁나라’ 회원들의 응원과 성원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열성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강믿음(15)·김현우(17) 학생들의 무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남다르다. 강믿음 학생은 ‘무궁나라’에 마련된 ‘사이버 무궁화 심기’코너에서 지금까지 2002그루의 무궁화 나무를 심었고 오프라인에서도 수 백 그루의 무궁화 화분을 분양했다. 또 각종 무궁화 디자인 공모전에서 상을 휩쓴 김현우 학생은 “식물에 관련된 학과에 진학해 무궁화를 연구해 무궁화 박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며 매일 같이 무궁나라 게시판에서 김대표와 함께 무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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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무궁화를 사랑하고 무궁화 보급에 앞장서 온 김대표.
‘무궁화 지킴이’ ‘무궁화 박사’‘무궁화 아저씨’ 등 다양한 애칭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호칭은 자신에게 과분하다고 손사래를 친다.
“사재를 털어 무궁화 품종 개발과 연구에 평생을 바친 유달영 박사님 같은 분에 비하면 부끄럽습니다. 무궁화 디자인을 개발하고 무궁화를 심는데 만 그치지 않고 무궁화에 담긴 정신과 민족의 얼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김대표는 2008년까지 각 지역에 무궁화 테마 동산을 조성하고 무궁화 교육관 건립 및 무궁화의 날을 제정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의 원대한 꿈을 세우고 있다. 피고지고 또 피는 무궁화처럼 김대표의 무궁화 사랑 또한 쉼 없이 활짝 필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