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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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살리는 옛절터
545호 논설위원 기명사설


폐사지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텅 빈 공간에 아름다운 화음으로 가득 찬다. 생각만 해도 근사하다. 사실 폐사지는 텅 비었다라는 이유로 방치되어 온 공간이었다. 폐사지는 무관심 속에서 다만 썰렁할 따름이었다. 한때는 불자들의 각광을 받았을 절터가 시절인연이 다하여 상(相)을 지워내게 되자 망각의 대상으로 떨어진 곳이다. 사연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폐사지는 입을 다물고 있다. 누구 하나 제대로 귀를 기울이는 이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제 폐사지는 윤기를 내기 시작했다. 폐사지의 조용한 웅변에 귀를 기울이자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추진중인 1 폐사지 1 지킴이 운동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전국의 폐사지는 대략 2천 내지 3천 군데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 누구도 문헌 검색과 더불어 현지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폐사지 분포도 같은 지도를 구해 볼 방도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폐사지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고 있으니 문화재 보호 관련 정책은 모래 위의 집과 같았다. 1960년대 이후 발굴된 폐사지는 1백여 군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의 소중한 폐사지의 문화재가 무관심 속에서 망실되거나 상처를 입고 있는 중이다. 폐사지의 당간지주나 석탑 혹은 주춧돌 등이 훼손되고, 심지어 절터에 민가나 밭이 들어서 있는 경우도 있다. 유린당하고 있는 폐사지, 우리들은 그들의 신음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이에 국회에서 추진중인 폐사지 보존법안에 거는 기대 또한 적지 않다. 폐사지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 당국이나 지자체 혹은 관련 단체 등은 폐사지 보호에 적극적으로 정성을 모아야 할 것이다. 폐사지는 방치된 땅이 아니다. 그곳은 수행의 종교적 공간이었고 문화의 공간이었다.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공간이다. 폐사지가 죽은 공간이라는 고정관념부터 걷어내야 할 것이다.

양주시 문화복지연대와 양주시 사암연합회 주최로 양주 회암사지에서 음악을 개최한다. 정적(靜寂)의 공간인 폐사지에 조명을 비추어 ‘텅빈 충만’을 연출한다. 폐사지에서 음악회를 개최함으로서 그동안의 무관심을 반성하고 외로웠던 절터에 생기를 불어 넣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폐사지 지킴이 운동에 커다란 박수를 보낸다. 절터에 뒹굴던 석물들, 이제부터 폐사지는 외롭지 않을 것인가.
윤범모(경원대 미술대 교수) |
2005-09-27 오후 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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