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2대 총무원장 선거일이 10월 31일로 정해진 가운데 ‘합의 추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합의 추대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는 최근 원적에 든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대종사의 법구 기증과 보험금의 승려노후복지기금화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교구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 4가지 개정방안 중 총무원장을 추대하자는 의견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졌던 것에 기인한다.
합의 추대론을 내세우는 측은 “법장 스님 원적 후 사회 전반에서 불교의 이미지가 고조된 상황에서 이를 이어나가지는 못할망정 선거를 치를 경우 자충수를 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1993년 前 조계종 종정 성철 스님 원적 후 일반사회에서 불교에 대한 이미지와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94년 조계종 사태로 모든 것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 것을 든다.
합의 추대를 위한 움직임은 현실로도 나타났다. 중앙종회 종책 모임 일승회와 화엄회를 주축으로 한 18개(위임 2개 포함) 조계종 교구본사주지스님들은 9월 20일 대전 유성에서 모임을 열고 ‘공명선거’와 ‘총무원장 합의 추대’에 합의한 뒤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총무원장 추대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산하에 중앙종회의원, 비구니, 교구본사 주지 등을 포함한 소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화엄회 회장 장주 스님은 “일승회와 화엄회는 총무원장을 추대하기로 정책 공조를 약속했다”며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질 경우 선거인단의 70%를 점유할 수 있기 때문에 단일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합의 추대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현행 선거법대로 치러지기 때문에 합의 추대를 위해서는 단독 입후보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문중과 계파간 사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20일 열린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의 모임에 쌍계사, 고운사, 금산사, 월정사, 관음사, 은해사 등의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미 몇몇 스님이 ‘차기’를 준비한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종단 안팎에 떠돌고 있었던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정책 공조를 약속한 일승회와 화엄회뿐만 아니라 보림회나 금강회 모두 이해관계에 따라 저울질을 하며 ‘동상이몽’을 하고 있어 향후 조게종의 ‘선거국면’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질 전망이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9월 2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중앙종회 회의실에서 제137차 회의를 열고, 제32대 총무원장 선거를 10월 31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총무원장 후보자 등록 기간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이며, 선거인단 선출은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각 교구 본사별로 실시된다.
조계종 총무원장 후보자 자격은 승랍 30년 이상, 연령 50세 이상, 법계 2급 이상의 비구다. 총무원장은 무기명 직접 비밀 투표로 선출되며 후보자가 단독 출마한 경우 무투표로 당선이 확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