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1대 총무원장 법장 스님 원적 이후 차기 총무원장 선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총무원장은 불교계를 대표하는 ‘수장’일뿐만 아니라 조계종의 행정 전반을 관장하는 자리.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현재 종단 안팎에서 총무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스님은 대략 10여명. 조계종 원로의원 지관 스님을 비롯해 前 중앙종회의장 지하, 포교원장 도영, 부산 내원정사 주지 정련, 중앙종회 부의장 원택, 대흥사 회주 보선, 은해사 주지 법타, 군종교구장 일면, 중앙종회 의장 법등 스님 등이 잠재적인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역대 총무원장 선거와 같이 의외의 인물이 후보로 나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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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부분의 스님들은 아직까지 말을 아끼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조계종의 ‘여당’이라고 할 수 있는 일승회와 화엄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지관 스님은 맏상좌 세민 스님(前 해인사 주지) 등이 추대를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지관 스님의 핵심 측근은 “종도들이 추대하는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현행과 같이 선거를 통한 선출이라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일승회와 화엄회가 새 총무원장 선출을 추대제로 할 것을 합의한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종회의장이면서 여권을 실질적으로 대표하고 있는 법등 스님은 조심스런 반응이다. 법등 스님은 “법장 스님이 잘 가꿔 온 텃밭에 씨를 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내 얘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 야당격인 금강회와 보림회 역시 아직까지는 확실한 후보자를 세우지는 못한 듯 하다. 특히 불교중앙박물관과 동국대 문제로 일승회와 대립각을 세웠던 보림회는 더욱 몸을 낮추고 있다.
금강회를 이끌고 있는 보선 스님은 “뜻을 같이하는 스님들과 좀 더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도 “나보다는 더 좋은 스님이 나와서 종단발전을 이끌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보선 스님과 함께 금강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택 스님은 출마 자체를 강하게 부정했다. 원택 스님은 “사형인 법전 스님이 현재 조계종의 종정으로 계신 상황에서 출마는 말이 안 된다”며 “어쨌든 현재의 분위기를 살리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상황에 따라 원택 스님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법타 스님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 법타 스님은 “추대형식이 되고, 종도들이 뜻을 모아준다면 출마를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추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9월 23일 현재 정련, 도영, 지하, 일면 스님 등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아직 상중(喪中)이어서 스님들이 선거와 관련한 공개적인 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9월말~10월초사이에 대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사실상 닻을 올린 조계종 제32대 총무원장 선거. 물밑에서의 움직임은 이미 뜨거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