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문태준(35, 불교방송 PD)씨가 시 ‘누가 울고 간다’로 중앙일보사와 계간 <문예중앙>이 공동 주최한 제5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예심에서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받았고 대학에서도 시인ㆍ소설가 통틀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으니 그의 수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문단은 젊은 시인의 수상 소식에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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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큰 상을 여럿 받았는데, 상은 늪과도 같은 것이라 엉뚱한 생각이 들지 않게 ‘만난 듯 아니 만난 듯’ 그렇게 지내려고 합니다.”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문씨는 그동안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을 펴냈고, 동서문학상과 노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무려 41편의 시를 발표했다. 이런 문씨의 시에 대해 미당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우리 시를 위무의 성소(聖所)로 이끄는 언어의 축복”이라고 평했다.
“늘 존재에 대해, 생명에 대해 생각합니다. 존재 사이의 다툼이 없어지고 경계가 허물어진다면 모두가 서로 화해하고 소통하게 될 것입니다. ‘나’란 존재는 단독자가 아니라 다른 생명을 통해서 설명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적인 세계를 시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그에게 불교는 법당에 피워 놓은 향처럼 자연스레 배어들었다.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다니던 직지사나 취재 차 들렀던 사찰에서나 틈틈이 읽고 있는 경전에서도 불교는 그에게 조금씩 스며들었다.
“시인이란 ‘그런 척’ ‘그런 듯’ 하지 않고 대상과 완전한 합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자기 자신을 속여서는 안되겠죠.”
“시를 왜 쓰느냐”는 우문에 그는 “생명에 대한 연민 때문”이라고 답했다.
“왜 써야만 하는지, 무엇을 위해 쓰는지는 답하기 힘들죠. 다만 이제 시는 평생 같이 살아야 할 식구가 돼버렸습니다. 바깥에서 만나면 늘 측은하고 안쓰러운 그런 식구 같은.”
“누군가 내 시를 읽고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생명과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문씨는 “산(散)철 없이 수행하는 스님처럼, 돌이킴 없이, 평생 주저하지 않고 쓰고 싶다”고 말한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그의 시는 내년 초쯤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여 나올 예정이다.
시상식은 10월 28일 오후 5시 서울 서소문동 명지빌딩 20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