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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미술>이 8월호 특집 ‘한국전통의 미(美)’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 전문가 20인이 뽑은 한국전통건축 베스트10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부석사 선암사 석굴암 봉정사 불국사 수덕사 해인사 화암사 등 사찰 8곳이 포함됐다.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말처럼 한국 사찰건축에는 1600년 한국불교의 전통이 그대로 남아있다. 신라시대의 기품과 고려시대의 화려함, 조선시대의 절제미 등이 차곡차곡 배어 나오는 사찰건축. 이제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사찰건축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 부석사 무량수전(2위)
산세에 순응하는 그래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 부석사이다.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은 천장부의 아름다움과 장엄함, 외부의 세련된 풍모 등이 어우러져 한국건축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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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교수(한국전통문화학교)는 “부석사 무량수전은 ‘세련미’로 그 아름다움을 집약할 수 있다”고 밝힌다. 김봉건 소장(국립문화재연구소)도 “주변경관과의 조화와 무량수전의 가구미(架構美)”를, 김봉렬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역시 “불국토의 이상과 고전미의 완성, 불교국가인 고려의 염원과 미학이 집약돼 있음”을 선정이유로 밝힌다.
■ 선암사 승선교(5위)
‘세속의 세상을 떨치고 선계(仙界)로 오르는 다리’ 선암사의 승선교(昇仙橋, 보물 제4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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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훈 건축가(후리건축 대표)는 선암사를 “감춰 두고 싶은 불법(佛法)의 도시”라고 극찬한다.
선암사 전각의 배치는 영역마다 하나의 사찰이 될 정도로 독립적임을 지적한 민현식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는 “격자형 길에 배열된 현대도시의 축소판”이라고 선암사를 묘사한다.
■ 석굴암(8위)
베스트 10에 속해 있는 유일한 석조건축이 바로 석굴암(국보 제24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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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건 소장(국립문화재연구소)은 “환기, 결로 방지를 위한 과학적인 건축 수법과 뛰어난 조각 솜씨 등이 석굴암을 석조건축의 백미로 꼽는 이유”라고 말했다.
■ 봉정사 영산암, 불국사, 수덕사 대웅전, 해인사 장경각, 화암사 극락전(공동 9위)
영산암은 한국건축이 이룩한 최고의 공간이며 건축이라는 찬사를 받는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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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 건축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불국사를 김봉렬 교수는 “불경에 묘사된 여러 불국토를 입체적인 건축으로 표현한 ‘건축 대장경’”이라고 묘사한다.
전문가들은 수덕사 대웅전을 정확한 비례와 완벽한 조화로 공예품에 가까운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고 평한다. 특히 이상해 교수(성균관대 건축과)는 “구조미의 조형성과 더불어 정면의 육중한 양감, 측면의 유연함이 생동감을 더한다”고 설명한다.
김봉건 소장은 팔만대장경의 보고 해인사 장경각을 두고 “경판 보존에 유리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과학적 건축물”이라고 평한다.
우리나라 유일의 하앙식 공포를 간직한 백제건축의 산 증인 화암사 극락전. 양상훈 교수(순천향대 건축과)는 극락전 앞의 꽉 짜인 공간미의 탁월함을 지적했다.
◇ 불교건축 VS 유교건축
장엄하고 교화적인 불교 건축
흔히 사찰은 ‘00산 00사’ 라고 말한다. 해인사의 경우 가야산 해인사라고 표기한다. 여기서 가야산은 해인사의 뒷 배경이 되는 산이다. 사찰에서는 이처럼 뒷산이 중요하다.
불가에서는 왜 뒷산을 중시했을까? 불자들은 전각을 숭배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늘 전각의 바깥에서 전각을 바라보기 때문에 뒷산은 배경으로 전각과 함께 바라보는 대상이 된다. 그래서 전각은 정교하고 화려한 외형을 가져야 하며 뒷산과 잘 어울리는 형태로 지어졌다.
금욕적이고 정제된 유교 건축
병산서원의 병산은 서원 앞에 있는 산이다. 옥산서원의 이름 역시 서원 앞에 있는 자옥산에서 따온 이름이다. 서원에서는 앞산이 중요하다.
성리학자들은 왜 앞산을 중시했을까? 성리학자들은 늘 서원 내부에 머물기 때문에 뒷산을 볼 방법이 없다. 그들이 자주 대하는 산은 건물 안에서 바라보는 앞산. 당연히 모든 건축적 질서는 앞산의 방향과 형태에 맞춰져야 했다. 자신들에게 보이지 않는 건물의 외형에 대한 비례나 장식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 사찰건축에 숨겨진 과학! 그것이 알고 싶다
사찰은 불교의 교리와 한국 전통 건축 기술로만 만들어진 것일까. 선조들의 지혜로운 손길 속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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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건축에서 착시교정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배흘림기둥이다. 배흘림기둥의 높이 3분의 1지점이 제일 굵고 위는 아래보다 더 가늘게 만든다. 고려시대 부석사 무량수전, 조선시대 무위사 극락전 등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비밀은 단청이다. 단청은 단순한 장식예술이 아니다. 곽동해 겸임교수(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는 단청의 목적을 건축물 수명 연장, 권위와 위풍 장엄, 재질의 조악함 은폐, 기념비적 건축물의 전시 등으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