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아 취소된 가야산 골프장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판결이 난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았는데 전 건교부 장관까지 포함된 인사들이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 70% 이상의 동의를 얻어 건설을 추진하겠다 하니 아마도 주민들을 갈라놓아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일부터 시작할 모양이다. 주민들과 불교계가 가야산 골프장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힘을 합해 나섰던, 그러면서도 혹 판결에 져서 가야산 일대의 문화유적과 환경을 파괴할 골프장이 들어설까 애태우던 지난날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듯 하다.
| ||||
박세리 등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내어 국가의 위상을 높이면서 골프에 대한 인식이 많아 바뀌었다 하지만 그런 인기와 무관하게 국내 골프장 건설은 심사숙고하고 또 심사숙고해야만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좁은 국토와 기후적 여건 등으로 절대 대중적인 스포츠가 될 수 없는 골프가 대중들 삶의 환경을 파괴하는 요소가 너무 큰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거기다가 골프장 건설이 예정된 지역치고 주민들의 분열과 불협화음이 일어나지 않은 곳을 본 적이 별로 없다. 늘 개발이익을 둘러싸고 지역공동체가 깨지는 골프장이라면, 과연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역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이 과연 얼마만큼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들의 재정 확보을 위해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 주어 이미 넘칠 정도로 많은 골프장들이 이미 건설되었는데, 과연 그 골프장이 국민의 건강과 행복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를 전 국민들을 상대로 물어보고 싶다.
모든 골프장 건설의 타당성에 대해 일반적으로 논할 자리가 아님에도 이렇게 강하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골프장 건설은 그만큼 신중해야 하고, 아무 잡음없이 이루어질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만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주민들과 환경단체, 불교계가 반대하고 있는 가야산 골프장 건설은 절대 다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구시대적인 개발논리는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내겠다는 것은 결국 지역사회의 분열을 획책하겠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혹시라도 그 사이 지난날의 기억이 희석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움직임이라면 그 때에 모였던 것보다 몇 배 많은 깨어난 눈들이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와 환경단체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불교계도 가야산 골프장 건설 재 시도를 원천봉쇄하는 대열에 함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