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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 스님은 일본 유수 월간지인 〈세카이(世界)〉지 10월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한일간 우호 증진을 위해서는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시인하며 다시 그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반성과 참회를 해야 한다”며 “자신을 인정하듯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동아시아는 언제까지는 불안정하다”고 밝혔다.
법장 스님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전범을 신으로 모시는 야스쿠니 신사를 한나라를 대표하는 총리가 머리를 숙이고 참배하는 것은 마치 ‘당신들은 잘했다’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그것은 상처받은 사람에게 두 번의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법장 스님은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물질적, 경제적인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자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며 “일본의 정치인이 이러한 자세를 갖게 되면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일본은 존경받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 안정을 위한 일본의 역할론에 대해 법장 스님은 “이 세계는 ‘연기의 법칙’에 의해서 돌아간다. 오늘날 ‘경제대국 일본’은 일본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은 아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 미국 및 세계 여러 국가와의 교류에서 가능한 것”이라며 “일본은 자국만의 이익을 떠나서 동북아의 각 국가는 물론 세계의 모든 국가와 함께 지구촌을 형성하는 동등한 국가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모든 정치나 경제활동을 해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법장 스님은 또 “경제대국이라는 국가의 힘을 앞세워 과거의 잘못을 한쪽으로 밀어 붙인다면 그것은 인류가 추구하는 평화를 거꾸로 억압하는 것이 돼 큰 잘못”이라며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를 받아들이고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카이(世界)〉지는 이와나미(岩波) 서점에서 출판하는 지식층을 겨냥한 월간 저널지로 올해 창간 60주년이 된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행동하는 불자
기자 : 이라크, 미국, 그리고 평양방문이라는 긴 여정에 피로함에도 불구하시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 : 법장스님께서는 평양의 <축전>에 참가하고 귀국하셨고, 그에 앞서 이라크, 미국을 방문하시어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설득하셨습니다만, 이러한 이른바 민간외교는 한 종파의 대표로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떠한 생각으로 그러한 실천을 단행하셨는지요?
이라크를 방문하게 된 배경이나 경위를 설명해 주십시오.
법장스님(이하, 스님) : 먼저 일본에서 저의 행보에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불교종파입니다. 현실의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이라크나 미국, 북한을 방문한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6자회담의 복잡한 관계라든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당위성 문제가 지금 이 시점에 국내외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것이 아니고, 순수한 종교인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인이든지 이라크인이든지 세계인류는 행복을 추구하고 살아가며 그 행복을 공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왜 사람들은 모두 이라크에 가려고 하지 않는가? 이라크는 전쟁터이고 항시 테러가 일어나고 있고 생명의 위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곳에서 이라크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군대의 파병 자체는 문제가 있다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한국 군대의 젊은이들도 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 자신이 이라크에 가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도 일찍이 '일체개고아당안지(一切皆苦我當案止)'라 하셨습니다. 고통을 보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을 위로하고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은 종교인으로서 당연하기에 방문했습니다.
기자 : 법장스님께서는 역대 총무원장 중 공식적으로 처음 미국을 방문하시어 미국정부의 고위인사들과 만나 한반도의 핵문제 등 현안에 대해 많은 제안을 하셨다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스님 : 이번 미국 방문은 '뉴욕 사암연합회'의 초청이 계기가 되어 방문하였습니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을 방문하여 현지의 불교지도자와 신자를 만나 격려하였습니다.
그런데 막 방문하려고 할 때, 총무원장이라는 공인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시국이 이러하니까 이왕이면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위해서 미국 정부의 한반도문제 관계자에게 한국인의 생각을 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워싱턴 DC NSC 사무실에서 엘리어트 에이브럼스 NSC 선임보좌관과 마이클 그린 NSC 아시아 담당 등과 만난 자리에서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어떠한 명분의 전쟁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평화를 위한 전쟁은 없다'고 말씀하셨듯이 전쟁은 하나의 구실과 명분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또 '고양이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쫓는다'라는 한국의 속담처럼 "북한 체제의 붕괴를 꾀하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이는 앞으로 동북아 전역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핵문제와 통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한국 국민의 염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핵포기는 모든 인류의 희망이지만 이는 성급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포기시킬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설득했습니다. 기다리는 것을 하지 않고 강경한 태도로 나가면 오히려 한반도를 더욱 긴장시키게 된다. 기다리고, 설득하고, 이해하고, 대화한다. 이렇게 하면 반드시 북한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습니다. 두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고 미국측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 문제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대화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친서를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문제를 직접 담당하는 디트라니 6자협의 담당대사에게 '세계일화'라고 쓴 친필 휘호를 선물하고 "꽃에 달린 꽃잎들은 제각각이지만 붙어 있는 중심은 한가지여서 세계의 모든 국가, 인종, 민족은 지구를 구성하는 평등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모두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야하는 이웃이다. 불교적 해석으로는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미국측 관계자들은 "이 선물을 다음 북한과의 6자 회담에서 테이블 위에 오려 놓겠다"고 대답했습니다.
○ 남북의 가교로서의 인류애
기자 : 방북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스님께서는 지난 6월 14일부터 평양에서 개최된 <축전>에 참가하셨습니다. 한편 17일 정동영통일부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포괄적인 대형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중요한 제안'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을 방문하셔서 어떠한 점을 느끼셨고 그리고 이때 맡으셨던 역할에 대해서 들려주십시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스님 : 한국측 민간단체의 명예대표로서 14일 오후, 김일성종합경기장에서 개최된 <축전>의 개막행사에 참가하여 10만여 명의 평양 시민을 향하여 연설을 하였습니다. 그것은 대략 "6ㆍ15 공동 선언에 담긴 화해의 정신은 민족끼리 서로 대결하고 불신했던 과거의 멍에를 내려놓고 그 위에 신뢰와 단결의 주춧돌을 올려 놓는 것으로서 남북이 손잡고 세계와 협력하면서 이 땅을 평화와 번영의 땅으로 가꾸어 나가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다음날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매우 감동적인 연설이었다. 그 뜻은 충분히 전해졌다"라고 했습니다.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던 시간에 나는 북측대표 안경호 위원장과 만나 "미국의 대북 안보 담당관들에게 남측 불교를 대표하는 종교인으로서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대화로써 풀어갈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는 요지를 전했습니다. 게다가 "김정일위원장이 6ㆍ15 공동선언의 실천의지를 보이려고 한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던 것 처럼 답례로서 김위원장 자신이 반드시 서울을 답방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 했습니다. 하여튼 우리들은 어떠한 상황에서 살아가더라도 평화를 희구한다는 점을 정치적이 아니라 종교적인 차원에서 전했던 것입니다만, 북한 사람들은 이러한 메시지를 상당히 희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입니다. 분단의 고통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여러 가지 여건상 미국 등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와 나아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서는 '검은 안경을 쓰지 말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현실을 보고 답을 찾아야 할'것입니다. 분단의 해결도 단지 정치적으로만이 아니라 인류애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무력 등 군사적인 수단으로 북한을 개방하려고 하면 더욱 큰 화를 초래하게 되고, 인류 후손에게도 교훈이 될 수 없습니다.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설득의 지혜기 필요합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우선 밥을 주는 것은 인류애적인 인도적인 지원입니다. 한국의 속담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습니다만, 어떤 사람은 금강산 관광료가 비싸다고 합니다. 그러나 폐쇄되어 있던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것은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동안 개방되지 않았던만큼 그 값을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입니다. 나는 순수한 종교인으로서 식량이나 에너지는 북한의 주민을 위해서 가능한 한 원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평화적, 비폭력적인 환경을 만들어 갑니다. 식량, 에너지도 원조할 수 있는 사람은 원조합니다. 내가 몇년전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와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큰 변화를 느꼈습니다. 폐쇄되어 있던 북한이 서서히 개방되어 배가 조금씩 불러오면 안내원들부터 그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경계심도 많이 없어지고 그쪽에서 먼저 '뭐 좀 도와드릴까요?'하며 말을 걸어 오기도 하는 등, 자유스러운 분위기로 되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서로를 인정하고 자기 나라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다른 나라를 인정하는 관용과 상생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됩니다.
○ 한일간 벗어날 수 없는 괴로움으로부터
기자 : 마침 오늘은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방한하여 노무현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는 날(6월 20일)입니다. 과거 역사 인식은 물론 독도문제 그리고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로 한국민의 분노도 커졌고 양국간의 골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 일본은 과거 전쟁 때 죽은 자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미래를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 하는 인식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전후 일본인은 전쟁의 희생자들의 위령에 대해서도 상황이 말해 주듯이 산자와 죽은자를 분리하고, 특히 침략전쟁의 희생자를 둘러싸고 인접국가와 공유할 수 있는 시선을 갖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지금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는 인상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일간 우호를 증신시켜 갈 수 있을까요?
스님 :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국가간 문제 있어서 진실해야 합니다. 진실이라는 가치를 호도시키면 인류 역사는 후퇴합니다.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시인할 것은 시인하고 다시는 그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반성-참회를 해야 합니다. 평화추구라는 겉치레 슬로건만이 아니라 자신을 인정하듯이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 동아시아는 언제까지나 불안정합니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그 외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가 지금까지도 태평양 전쟁의 쓰라린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 말하자면, 전범을 신으로 모시는 야스쿠니 신사를 한나라를 대표하는 총리가 머리를 숙이고 참배를 하고 조의를 표하고 참배하는 것은 마치 "당신들은 잘했다"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다시 한번 죄를 짓는 것입니다.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두 번의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참배는 두 번의 상처를 주고 두 번의 피해를 주는 것입니다. 서로 자기가 범한 잘못은 인정하고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할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피해자인 상대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로 인식해야 합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물질적, 경제적인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자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일본의 정치인이 이러한 자세를 갖게 되면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일본은 존경받는 국가가 될 것입니다.
○ '대승적'정치의 방법을
기자 :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옛날에 일본은 조선으로부터 불교를 받아들여 국가를 이끌어가는 국가이념의 기초로서 그 가르침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한반도에 있어서 불교는 호국불교로서 국가통일에 커다란 역할을 하였습니다. 일본은 중국, 조선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문화를 전해 받았다는 관계를 떠나서 한반도의 통일과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하여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요?
스님 : 이 세계는 '연기의 법칙'에 의해서 돌아갑니다. 나 혼자만의 세상은 없습니다. 오늘날 '경제대국 일본'은 일본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독자적인 국가경영이나 경제활동은 있었겠지만 한국은 물론 중국, 미국 및 세계 여러 국가와의 교류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이는 나무(木)가 나무 자체로만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나무가 존재하려면 흙이나 물, 공기, 태양에너지 등 수많은 물질들이 인연에 따라 모여야 되는 것과 같다 할 것입니다. 일본인은 일본인인 동시에 아시아인이기도 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법칙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일본은 자국만의 이익을 떠나서 동북아의 각 국가는 물론 세계의 모든 국가와 함께 지구촌을 형성하는 동등한 국가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모든 정치나 경제 활동을 해야만 합니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중국과 한반도를 거쳐서 일본에 유입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국불교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불교라면 한국의 불교는 아버지 어머니의 불교라 할 수 있습니다. 어느쪽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모든 것은 시간과 공간 속에 연결되어 인연되어진 것입니다. 일본도 과거의 잘못을 추궁당하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더 이상 이야기 하지마"라고 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적도 아군도 모두 하나로 이어져 존재하는 것입니다. 자가 혼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일본은 불교의 가르침대로 과거의 잘못이 있었다면 진정한 참회를 통하여 자비스러운 국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경제대국이라는 국가의 힘을 앞세워 과거의 잘못을 한쪽으로 밀어 붙인다면 그것은 인류가 추구하는 평화를 거꾸로 억압하는 것이 되어 큰 잘못이 됩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상대를 받아들이고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자 : 세계사를 보면, 근대 기독교와 이슬람교와의 종교적 대립에 의한 전쟁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올해 4월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돌아가셨고, 그 때 서양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많은 신자들이 비탄에 잠기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종교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아시아에서는 아직도 과거 역사문제가 지금까지도 불씨가 되어 최근에는 예를들어 '강제 연행되었던 조선인 유골반환'에 대한 문제도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문제를 소위 '영혼, 마음의 영역'으로부터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전쟁에서 죽어간 사람과 살아남은 자들의 증오의 끊이지 않는 상처를 불교적 입장에서는 어떻게 치유해 갈 수 있겠는지요?
○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생의 길
스님 : 모든 전쟁의 원인은 결국 욕심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다른 국가를 내것으로 소유하여 강제 지배하려는 욕심 때문입니다. 과도한 욕심을 불을 냅니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투쟁도, 분쟁도, 전쟁도, 자기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과거의 불행한 인류의 역사를 교훈 삼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유교경(遺敎經)의 부처님 말씀처럼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비록 부유하더라도 가난하다 여기고 만족함을 아는 사람은 비록 가난하다 하더라도 부유하다고 생각하느니라", "만족함을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안락하리라"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새겨야 합니다. 즉 이것을 일러 '소욕지족(所欲知足) 무욕지족(無慾知足'이라 합니다.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이 특히 깊이 생각해야 할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배척해서는 안됩니다. 원융, 관용, 동체대비를 통한 세계평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실제로 일본으로부터 유골을 반환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2년전 동경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 유골이 일본에 있거나 한국에 있거나 그 어디에 있어도 괜챦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에서 생겨난 원한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원한을 버리게 하려는 마음이 필요한 것입니다. 다시말해 역사의 증거인 희생자의 유골을 통해서 현재를 인식하는 우리들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하고,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를 할 때 산자와 죽은자, 가해자와 피해자는 상처를 치유하고 상생의 길로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기자 : 세계는 지금 정보통신, 생명공학, 과학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은 더욱 고립, 소외되고 있으며 아직도 기아와 빈곤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없겠는지요?
스님 : 지구는 하나입니다만 국가간 환경은 다릅니다. 우리 인간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불교의 가르침에서 예로 든다면 '不二思想'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 인간은 각각 다른 문화와 환경 속에서 살고 있으나 결국 다르면서도 같은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진리의 세계에서 본다면 지구촌의 모든 인류나 국가는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입니다.
특정 종교나 사상을 떠나서 인류는 공동의 운명을 이해하고 자비행을 실천할 때 지구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조가 될 것입니다. 물질적으로 불행한 사람들이나 물질적으로는 풍요해도 정신적으로 불행한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이웃이며 가족이고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해야만 합니다.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며 특히 이러한 자세를 모든 나라의 지도자들이 우선 갖추어야할 덕목입니다. 즉 물질적이나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여유있는 국가나 기업, 단체를 위시한 모든 사람들은 조건없이 베푸는 자세 즉 보살행의 실천을 필요로 합니다.
기자 : 마지막으로 원장스님이 종교지도자로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특별히 하실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그리고 일본의 독자들에게 한말씀 해 주십시오.
스님 : 사람은 자주 만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방법론이 생기고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습니다. 이번에 북측의 박태화 조선불교도연맹위원장 등을 만나 남북불교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서로 공감을 했습니다. 북한 사찰의 복원을 통한 교류를 증진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부처님의 자비사상에 입각하여 북한주민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인도적, 종교적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는, 한국과 일본은 과거의 역사에서 대립관계가 있었습니다만 문화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공통된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드리고 싶습니다. 이질적이고 대립적인 요소보다는 동질적이고 긍정적인 역사와 문화를 부각시키고 이를 발전시켜 한일 양국의 우호증진은 물론 인류의 역사 문화 발전에 기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