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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면 주고 받을 게 많아요"
국제친교봉사단체 '월드빌' 대표



“월드빌은 외국인들에게 너무나 편안한 사랑방입니다. 비용부담 없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익히고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어 2년째 주 3회 정도 월드빌을 찾습니다. 월드빌에서 도움을 받고, 한국의 불우이웃들에게 밥퍼주기 등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 기쁩니다"<조조(47 ·인도인)>

“한국에 와서 얻은 큰 수확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형태의 NGO인 월드빌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스페인에서 NGO 활동을 했는데 월드빌을 보고 한국에서 나눔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배울 결심을 하게 됐어요” <앨버트 팔라치오(29 · 스페인인)>

문병환 월드빌 대표.
서울 동승동 대학로에 위치한 KIH월드빌리지(이하 월드빌) 인터넷카페(http://cafe.daum.net/worldvill)에 들어가보면 이 곳을 다녀간 외국인들의 감사 인사로 도배가 돼 있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이처럼 열광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 화두의 실타래는 문병환 대표(43)를 만나면서 이내 풀어졌다.

국제친교봉사단체인 월드빌은 1997년에 시작해 현재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쳐 8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어 정식명칭은 ‘세계언어문화공동체’로 ‘나눔’의 대원칙아래 인종과 종교, 지역을 초월해 세계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파하고, 지구촌 가족애를 바탕으로 상호 친교 봉사하는 아름다운 공동체이다.

지혜경영연구원에서 지난달 ‘8월의 지혜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문대표의 진짜 직업은 경제전문지 머니투데이의 기자다. 방과후와 주말 시간 등 여유 시간을 이용해 월드빌을 운영하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씨의 어릴적 꿈은 외교관이었다. 학창시절부터 예능과 외국어를 좋아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대학시절 언론에 매력을 느껴 진로를 바꿔 졸업 후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했다. 기자로 활동하며 1995년 독일에 취재 간 것이 오늘날 월드빌을 탄생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독일에서 동료가 아픈 바람에 갑자기 병원을 찾아가야 했는데 독일 사람들이 도움을 줘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월드빌리지에서는 한국어를 포함해 13개 국어의 언어강좌가 60여 국내외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열리고 있다. 사진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문병환 대표.
“이억만리 타국에서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으니 정말 고마웠어요. 나도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에 도움을 줘야겠다고 결심했지요.”

이후 출장에서 돌아온 문대표는 즉시 자신의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몇몇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모임을 알게 돼 그곳에서 문씨도 한국어 교사 봉사 활동을 하게됐다.

이후 문대표는 1997년부터 서울 동대문의 한 분식집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것이 월드빌의 역사가 시작된 단초가 됐으며, 월드빌 본부는 다섯차례의 이사를 거치면서 현재의 대학로에 안착하게 됐다.

월드빌은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또 한국인 자원봉사와 회원들에게 미국, 중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10여개 국가의 언어를 가르치는 쌍방향 봉사를 서로 펼친다.

문대표는 “일방적으로 한쪽에만 주는 봉사는 반쪽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봉사를 받았으면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무엇인가 타인을 위해 봉사할 것을 권합니다. 이 세상에는 누군가에게 아무것도 나눠주지 못할 가난한 이도 없으며, 아무것도 받지 못할 부자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봉사는 꼭 물질적인 것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월드빌은 원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그러나 한국어를 배우면서 자국 언어를 가르치는 외국인들, 그들에게 외국어를 배우러 오는 한국인들, 배낭여행객, 비즈니스맨, 어학연수생 등 다양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외국인 허브’로 거듭났다.

특히 한국어 수업을 할때에는 딱딱한 이론식 수업은 절대사절이다. 한국어방에서 자원봉사 선생님인 정윤경씨(27)가 한복을 차려입고 ‘신분에 따라 달랐던 과거의 한복’을 설명하자 인도인 조조 나타니엘(47)이 인도의 계급제도에 대한 ‘특강’을 자청하고 나섰다. 선생님과 제자가 순간 뒤바낀 것이다.

수업광경을 뒤에서 지켜본 문대표는 “이곳이 연세대 한국어학당이나 일반 사설 학원과 다른점이 바로 언어만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문화의 우수성도 함께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곳에선 현재 13개 언어, 강좌 48개가 진행 중. 한국어 강사 18명을 포함한 60여명의 강사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이 중 20여명은 한국어를 배우러 왔던 외국인들이다. 한국말을 배우는 사람이 자국 언어를 가르치면 수강료가 무료라서 ‘언어 물물교환소’라고도 불린다.

지금은 이곳을 다녀간 외국인들의 입소문 덕분에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외국인 여행객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꼭 들르는 필수코스로 소개가 되자 세계적인 여행잡지 ‘론리 플래닛’은 올해 처음으로 월드빌을 소개하면서 ‘저렴하게 한국어를 배우고 유용한 정보도 얻는 곳’이라고 적었다.

한 해 이곳을 거쳐 가는 외국인은 수백명.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바로 가정집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월드빌의 별관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강남구 신사동 빌라 부엌은 ‘키친 클래스’가 진행되는 수업현장이자 세계 각국 민속음식이 만들어져 소개되는 민간 문화친교장소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정기적이긴 하지만 문대표는 한국의 전통문화가 혼재돼 있는 사찰순례 기행을 기획하기도 한다. 지난해 찾아갔던 양평 용문사에서 외국인 회원 20여명과 템플스테이 체험 행사를 한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놓는다.

“피부색과 언어, 종교는 서로 다르지만 우리가 서로 상생하며 살고 있는 느낌을 공유한다면 아마 지구상에 전쟁같은 것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한국 문화 프로그램을 더 늘려 효과적인 한국어를 세계인들에게 가르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그럴때 우리 월드빌도 비로소 완전한 나눔문화공동체로 거듭날 것 같습니다.”


글=김주일 기자ㆍ사진=박재완 기자 |
2005-09-10 오전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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