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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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은 불자
미술평론가 윤범모 교수, 나혜석의 예술세계 원형 조명
□ <화가 나혜석>(윤범모 지음, 현암사, 1만5천원)

나혜석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나부(裸婦)는 일본화가 구메 게이이치로의 작품인 <습작>의 모사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호암미술관소장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정월 나혜석(1896~1948). 그러나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나혜석은 ‘화가’로서 보다는 ‘진보적 여성 운동가’이자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로 더 많이 기억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조(貞操)는 오직 취미’라는 정조론 발표와 남편과의 세계일주, 프랑스 파리에서의 불륜과 이혼 후 지면을 통해 발표한 ‘이혼고백서’, 천도교 지도자인 최린을 상대로 낸 정조유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그 당시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파격적 행보를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이 굴곡 많았던 그의 삶은 자신의 예술세계를 뒤덮은 채 대중적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미술평론가인 윤범모 교수(경원대ㆍ나혜석기념사업회 운영이사)는 최근 펴낸 <화가 나혜석>을 통해 나혜석 예술세계의 원형을 밝히려고 시도한다. 대중적 ‘스타’임에도 학술적 접근이 매우 부족할 뿐만 아니라 나혜석의 것이라고 전해오는 30~40점 유화작품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이들의 진위 여부에 대한 종합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화가 나혜석’의 삶을 재조명함과 동시에 ‘전칭(傳稱) 나혜석 작품’에 대한 위작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학창시절의 학적부와 당시의 신문 기사들을 꼼꼼히 살핀 자료와 더불어 ‘조선미전’에 출품하기 전인 1910년대, 즉 그의 초기 미술세계를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사료를 소개했는데, 1919년 <매일신보>에 연재했던 만평 형식의 소묘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연말연시의 세시풍속을 그린 소묘를 간단한 해설을 덧붙여 소개한 것으로, 윤 교수는 이 만평을 통해 나혜석의 현실인식과 작가적 예술세계의 토대를 살피고 있다. 즉, 밥상 차리기와 다듬이질, 바느질 등 여성의 가사노동을 그림으로써, 즐거운 명절 분위기 뒤에는 쉴 새 없는 여성의 노동이 깔려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나혜석이 ‘조선미전’에 출품한 ‘농가’(1922년 출품) ‘봉화산’(1923년 입상) ‘가을의 정원’(1924년 입상) 등의 작품과 평단의 비평을 차례로 살핌으로써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담보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윤범모 교수는 최근 출간한 <화가 나혜석>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의 예술세계 원형을 밝히고자 한다.
나혜석에 관한 글 한 줄, 삽화 한 장까지도 꼼꼼히 수집해 그의 작품세계를 살펴본 윤 교수는 미술 평단에 ‘전칭 작품’에 대한 진위 가능성을 묻는다. 대표작으로 알려진 ‘나부(裸婦)’의 경우 일본화가 구메 게이이치로의 ‘습작’의 모사화 가능성을, <한국근대회화선집>에 실린 ‘농촌 풍경’과 ‘무희’ 등은 전작(前作)들과의 판이한 표현 기법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만년이 불행했다’는 단편적인 평가 대신, 수덕사 밑 수덕여관에 머물며 불교적 세계관을 접하고 무소유를 실천하며 살았던 ‘무애행(無碍行)’으로 이해한 점도 나혜석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그가 세상을 뜬지 57년. 그러나 아직도 사망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아 호적상 영생(永生)하고 있는 나혜석은 자신의 작품으로,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적 행보로 우리 가슴 속에 아직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09-07 오후 4:33:00
 
한마디
우리 어렸을 때 들은 얘기론 ... 묘소도 없다구 하던데 .. 사실인가요?
(2005-09-29 오후 9: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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