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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는 '우뚝' 숲은 '울창' 주왕산 대전사
108사찰생태기행-(47)주왕산 대전사

주왕산은 매봉산, 일월산, 백병산, 통고산, 백암산, 보현산 등 1000m를 웃도는 고산준령과 함께 낙동정맥을 이루고 있다. 높이는 720m에 불과하지만, 튼실한 자연생태와 기묘한 풍광에서 손색없는 큰 산이다. 이웃에 고산준령을 두고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주왕산 지명과 관련된 전설에 신라 무열왕 후손인 김주원(金周元)과 당나라 때 반란을 일으킨 주왕이 등장하지만, 시기적으로는 모두가 의상대사가 대전사(大典寺)를 창건하고 난 다음의 일이다.
주왕산은 들어가는 주변 환경이 도무지 국립공원답지 않다. 음식점과 숙박업소들이 좌우로 밀집한 진입로는 시장통을 연상케 한다. 지난 2002년 환경부가 무질서하게 들어선 상가들을 자연발생취락지구로 변경해주는 바람에 더욱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다.

대전사는 우람한 자태를 보여주는 기암과 주변환경이 아름답다.
대전사는 마당이 넓지만, 가람배치가 산만한 것은 잦은 병화로 불사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못했던 까닭이다. 경내 조경 역시 이렇다할 특징 없이 밋밋하다. 그런데도 대전사가 아름다운 절로 탐방객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은 보광전 뒤로 우람한 자태를 보여주는 기암과 주변의 자연일 것이다.

주왕산 들머리부터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기암은 마치 산(山)자를 세워 놓은 듯한 모양이다.

산내암자인 백련암 숲에서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고 있다.

매미는 같은 나무에 여러 종류가 붙어산다. 그러면서도 한꺼번에 울지는 않는다. 한꺼번에 울면 자기 짝들이 짝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매미는 말매미대로, 유지매미는 유지매미대로 또 참매미는 참매미대로 각기 따로 운다. 자연의 질서는 이렇게도 신비하다.

백련암에서 광암사로 가는 묵밭 길에는 돌콩, 새팥, 쥐방울덩굴, 박주가리, 갈퀴나물, 고들빼기, 망초, 개망초, 달맞이꽃들이 어울려 저들의 세상을 이루고 있다. 산자락과 개울가로는 노인장대풀, 쑷부쟁이, 사위질빵, 꽃며느리밥풀, 맥문동, 마타리 등도 관찰된다.

화사한 묵밭은 나비들의 야유회가 열리는 곳이다. 산제비나비, 사향제비나비, 네발나비, 모시나비, 상제나비, 왕세줄나비, 꼬리명주나비 등이 날아든다.

왕원추리와 산제비나비.
산제비나비는 1년에 두 차례 나타나는데, 봄에 나타나는 것보다 여름에 보이는 것이 좀더 크다. 날개 표면 중앙에는 황록색의 비늘가루가 발달해 있고, 뒷날개 뒷면의 황백색 띠무늬가 선명하여 다른 제비나비와 쉽게 구별된다. 이름 그대로 산속의 계곡에서 많이 관찰된다.

백련사에서 계곡을 건너오면 주방계곡이 시작된다. 계곡의 초입에 해당하는 기암교-자하교 구간은 자연 휴식년제 구간으로 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주왕산이 자랑하는 산철쭉도 이 구간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대전사에서 주왕암과 폭포골로 가는 길은 걷고 싶은 사찰 숲길 가운데 하나이다. 갈참, 굴참, 졸참, 떡갈, 신갈 등 참나무류를 비롯하여 다양한 활엽수들이 띠숲을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군계일학은 천연기념물 제207호인 망개나무이다. 망개나무는 씨앗의 발아율이 극히 낮아서 멸종할 위험이 매우 높은 나무이다. 현재 주왕산을 비롯해서 월악산-주흘산-속리산 등 일부 백두대간 지역에만 분포되어 있는데, 모두가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다. 둥근잎꿩의비름꽃은 망개나무와 함께 주왕산에서 보호되고 있는 희귀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곳 주왕산에서만 분포하고 있는 희귀종이다.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꽃으로, 가지 끝의 잎은 분청색을 띠며, 둥글고 두툼하다. 진분홍빛 자잘한 꽃송이들이 주먹처럼 뭉쳐서 피어난다.

천연기념물 제27호로 지정된 망개나무.
숲길과 함께 하는 주방계곡은 주방천의 상류로, 갈겨니가 우점종으로 서식하고 있다. 갈겨니에 비해 몸집이 작은 버들치는 얕은 계류에서 관찰된다. 대전사를 지나면 강폭이 넓어지면서 물고기의 종류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몇 해 전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주방천에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가 약 27종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자가사리는 환경부에 의해 보호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한편 주방천은 새들의 무대이기도 하다. 호반새, 물까마귀, 물총새, 큰유리새 등이 대전사 주변 주방계곡에서 관찰된다. 여름 맹금류로는 붉은배새매, 소쩍새, 새매, 수리부엉이, 솔부엉이 등이 서식하고 있다.

팔각정에 이르면 오른쪽 계곡 건너 주왕암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주왕암은 대전사 ‘큰 절’에 견주어 ‘안 절’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주왕암 약수는 물을 마시면 지혜로워진다는 ‘총명수’로 소문이 나 있으나, 주왕굴로 올라가는 철제 사다리가 약수터 위로 지나가고 있어서 등산객들의 신발 등으로부터 흙과 이물질 등이 떨어져 약수로 스며들 위험도 높고, 장마철이 되면 지표수가 그대로 흘러들어가게 되어 있다. 게다가 관리가 부실하여 여름철에는 벌레들이 들어갈 위험도 높다. 수시로 수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왕암 앞 숲길로 생태탐방로가 이어진다. 주왕산은 전체적으로 소나무와 활엽수가 분점하고 있다. 주왕산은 산의 경사면에 따라서 소나무림과 활엽수림의 분포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전형적인 식생대의 천이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연화봉, 병풍바위, 학소대, 급수대, 시루봉 등이 어울어진 협곡은 기암절벽들이 노출되어 있어서 암극식생의 다양성을 잘 보여준다. 바위 절벽에 곡예 하듯이 붙어서 자라는 부처손은 암극식생의 대표적 식물이다. 부처손은 망개나무와 둥근잎꿩의비름꽃과 함께 주왕산의 환경지표종이다.

음식점
편백잎과 흡사한 부처손의 잎은 부채살처럼 퍼져서 자란다. 상록성 여러해살이 양치식물이라 습도에 민감하다. 물기가 공급되지 않거나 공기 중 습도가 낮으면 흡사 아이들 주먹처럼 잎이 안쪽으로 둥글게 말린다. 그러다가 비라도 내려서 습도가 올라가면 다시 새파랗게 되살아난다.

폭포골을 지나 더 깊숙이 들어가면 먼 옛날 어느 땐가 토굴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내원마을이 있다. 화전민의 후손 4~5가구가 약초 등을 캐어서 생계를 유지하면서 이따금 찾아드는 탐방객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살고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태양에너지로 불을 켜고 텔레비전을 본다.

유철주 기자 | ycj@buddhapia.com
2005-09-08 오후 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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