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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물질문명이 인류의 바람직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며 동양의 정신문화가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견이 실현되는 과정의 일환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근래에 서양에서도 불교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동양의 불교문화권에서 각자 자신의 불교전통을 가지고 서양 각지에 진출해서 포교활동을 펴고 있다. 티베트와 일본, 중국, 스리랑카, 타이 등 각 지역의 불교가 나란히 있는 광경을 보면, 과연 그 모두를 불교라는 명칭으로 싸잡아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채롭다.
거기에 한국불교도 나름의 전통을 들이밀며 끼어들 필요가 있다.
보조국사 지눌이 간화선을 소개한 이래 한국 선종에서는 전통적으로 간화선이 핵심 수행법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더욱이 선종의 본산인 중국에서 불교가 공산정권의 종교탄압으로 쇠퇴하고 전통이 심하게 단절되었으며 일본에서는 불교가 크게 변용된 반면, 한국불교는 조선시대 오백년 동안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간화선을 중심으로 전통을 지켜왔다고 하는 자부심이 있다. 바로 그 전통을 가지고 서양인들에게 선의 종취를 전해주는 것이 불교의 세계화에서 한국불교가 담당할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어떤 종교가 새로운 지역에 진출해서 포교할 때, 현지인 성직자가 배출되기에 이르면 하나의 중요한 고비를 넘는 셈이 된다. 그것이 곧 포교의 일차적인 성과이자 본격적인 토착화의 시발이 되기 때문이다. 불교의 경우에는 재가신도뿐 아니라 출가 수행하는 현지인 승려의 배출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 선종의 해외 포교에서는 현지인 가운데 마침내 출가수행을 결행하는 이도 나오고, 그리하여 한국 선종의 정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익히고 현지에서 가르치는 혜명(慧命)을 잇게 되면 큰 고비를 하나 넘는 셈이 될 터이다. 이번에 하와이 무량사에서 열리는 선법회가 그 초석을 닦고 지평을 활짝 여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