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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될 수 없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조계종이 나섰다. 조계종은 8월 30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사찰출토문화재의 보존·관리실태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현고 스님이 사찰출토문화재의 보존 및 관리 측면을, 조계종 법률전문위원 김형남 변호사가 사찰출토문화재에 관한 법률적 측면을 검토했다.
현고 스님은 “경내에서 출토된 유물은 해당 사찰뿐 아니라 불교계의 종교적 정통성과 정체성을 뒷받침하는 유산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운을 뗀 뒤 “전통사찰 894곳 가운데 36곳만 발굴이 이뤄져 앞으로도 더 많은 사찰에 대한 경내발굴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들 유물의 활용성을 살리기 위한 방안이 시급히 강구돼야한다”고 개선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현고 스님은 사찰출토문화재의 소유권 문제와 관련해서 △출토문화재 소유권 인정 기준이 탑과 불상에 달리 적용되는 점 △출토문화재 소유권 인정 기준이 문중의 묘와 사찰에서 달리 적용되는 점 △국가귀속시 면밀한 검토 결여 등을 문제 삼았다.
불상의 복장유물은 불상과 일괄적인 것으로 간주해서 사찰 소유임을 인정받고 있지만, 탑에서 나온 사리구는 매장문화재로 분류돼 탑과 별개의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 결과 많은 사리구들이 국가에 귀속됐다. 해인사 길상탑(보물 제1242호) 출토 사리구나 운주사·인각사·개태사 기와는 사찰명이 새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로 귀속돼버린 경우다.
이처럼 사찰측이 경내지에서 출토된 문화재의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데 반해, 문중묘에서 출토된 문화재는 문중 소유임을 인정받는 분위기다.
현고 스님은 “문화재가 원출토지를 이탈하게 되면 본연의 가치가 반감되고, 역사성을 상실하게 된다”며 “이렇게 국가에 귀속된 문화재들은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전시되지 않고 공개되지 않은 채 국립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소유권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현고 스님은 현존사찰 출토문화재에 대한 소유권의 법적 해석과 행정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심의기구 설치, 소유권을 객관적으로 판명할 수 있는 기준안 및 귀속절차의 행정지침 마련을 제안했다.
현고 스님의 뒤를 이어 발표에 나선 김형남 변호사는 현재 문화재보호법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민법과 문화재보호법이 매장문화재의 사적 소유를 인정하는 이상 국가귀속의 편의를 중심으로 규정돼 있는 문화재보호법과 실무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매장문화재에 대한 소유권 판정절차를 법상 명기할 것 △전통사찰경내지에서 발굴된 매장문화재를 전통사찰 소유로 추정하는 규정 신설 등을 주장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소유권 판정절차와 관련 “이 조항을 법상에 명기하지 않는다면 매장문화재의 소유자를 찾기보다는 공고 및 거치절차를 거쳐 국가로 귀속시키는 관행이 반복될 것”이라며 “대통령령으로 소유권자로 추정되는 자에게 통지하고 독립된 기구가 소유권자를 판정하는 절차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재훈 한국전통문화학교 석좌교수는 “문화재의 출토지, 원위치 보존이 이제는 실행단계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라며 현고 스님의 주장을 지지했다.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도 “국립박물관의 출토문화재 관리능력은 포화상태”라며 “향후 증가할 출토문화재 관리를 사찰이 직접 하도록 하는 것이 문화재관리보존에 더욱 효율적이다”며 사찰박물관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명대 동국대 교수(불교미술사)는 “현존사찰의 경내지 발굴유물이 불교유물일 경우 당연히 해당사찰유물로 추정할 수 있으므로, 이런 유물들에 대한 해당사찰의 소유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 내용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특히 조유전 전 문화재연구소장은 “문화재는 넓은 의미에서 국가 소유”라며 “소유의 개념보다 보존의 개념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현행법 테두리에서 운용의 묘를 살리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