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8월호 ‘갓 쓴 양반들의 성담론'의 필자인 백승종 푸른역사연구소장이 중앙시사미디어 이장규대표이사와 월간중앙 김진용대표이사가 어제(29일)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을 사과방문 한데 대해 '격렬한'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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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소장은“최근 조계종 측은 월간 중앙에 발표된 성담론을 문제 삼았고, 월간중앙측은 필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과의사를 공식표명했다”고 전제 하고 “이 문제에 대한 필자로서의 입장을 간단히 정리했으며, 인권을 무시하고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조계종단에 대한 항의의 뜻도 담았다”고 밝혔다.
백승종 소장은 "월간중앙 측이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과 한 점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한다"면서 "중앙의 사과문을 단호히 거부하며, 중앙은 일방적으로 조계종에 제출한 사과문을 파기하라"고 밝혔다. 또한 "조계종은 일체의 초법적인 종교재판을 즉각 중단하고 정중히 사과하라"는 주장을 폈다.
다음은 백승종 씨가 언론매체에 보낸 글의 전문.
2005년8월29일(월)16시 중앙일보 이장규 대표이사와 월간중앙 김진용 대표이사가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을 방문하여 발표한 사과문의 한 구절을 반박합니다.(본문: 0.1~3.6까지)
0.1(문제가 되는 사과문의 내용) 앞에 말한 사과문에서 중앙일보 및 월간중앙 측(이하 ‘중앙’으로 약칭함)은 “지난 8월호 월간중앙에 역사적 근거가 없는 ‘갓 쓴 양반들의 성담론’(이하 ‘성담론’으로 약칭)이라는 글이 많은 훌륭한 스님들과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하였습니다.
0.2(사죄 약속은 저와 무관) 중앙 측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불교계 언론매체에 사과광고를 싣겠”다고 약속하였고, 이와는 별도로 “월간중앙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성담론의 필자인 저와는 전적으로 무관합니다.
1.(중앙에 대한 항의) 저는 성담론의 필자로서, 중앙이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과를 발표한 점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합니다.
1.1(중앙의 일방적인 사과) 사과문이 발표되고 20분이 지난 뒤에도 저는 이런 조치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마침 그 시간에 저는 중앙의 담당 부장과 성담론에 대해 통화했고, 그 역시 중앙 지도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으나 성담론의 내용 가운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제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1.2(중앙의 결정에 반대함) 만약 제 성담론의 내용과 형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중앙은 그 문제를 두고 저와 토론하고 협의했어야 사리에 합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내용상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놓고는 제가 모르는 사이에 일방적으로 제 글에 대해 사과하였습니다. 이것은 중앙이 저와의 신의를 저버린 처사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중앙이 납득할만한 사유를 갖춰 공개적으로 사과하기를 촉구합니다.
1.3(중앙의 성실한 해명을 촉구) 특히 사과문 가운데 명시된 “역사적 근거가 없는”이란 일절에 대해서 중앙은 충분히 해명해야 될 것입니다.
2.1(사태의 근본원인은 조계종) 이 번에 일어난 월간중앙사태의 근본은 중앙이 아니라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이하 조계종으로 약칭)입니다. 조계종 측은 민주사회에 널리 통용되는 상식과 일반적인 관습을 무시하고, 마치 특권집단인양 개인의 인권을 짓밟는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마저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저는 피해 당사자로서 조계종 측이 정중하게 공개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2.2(조계종의 초법적 행위를 비판함) 조계종은 이른바 ‘항의 목적’을 빙자해 제 이름에 온갖 인신모욕적인 꼬리표를 붙였습니다. 또한 꼭두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전화를 걸어 제 일상생활을 심각한 정도로 침해하였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앙 측에 대해서도 조계종은 정도에서 벗어난 물리적인 항의를 한 것 같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조계종이 매사에 초법적이고 안하무인격으로 집단이기주의를 관철시키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조계종의 위세가 두려워 감히 입을 열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과연 지금 몇 시인지를 저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3(조계종의 종교재판을 강력히 거부함) 역사상 종교재판이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것은 서양 중세의 일입니다. 근대 이후 종교는 세속적인 일에 별로 간여하는 일이 없이 종교적 수행에 정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번에 제 글인 성담론을 둘러싸고 조계종이 보인 우악스럽고 몽매한 태도를 보면서 저는 조계종의 종교재판은 이제야 시작단계임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제 글이 조계종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중앙은 그 글이 실린 잡지를 시판할 수 없고, 조계종에 사과해야 합니까? 저는 조계종단을 방문해 사죄하고 108배로 참회해야 옳다는 말입니까? 조계종은 무슨 권리로 그런 결정을 내립니까? 진심으로 저는 조계종의 오만불손한 태도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듣고 싶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종교재판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습니다.
3.1(요약 및 결론) 저는 중앙의 사과문을 단호히 거부하며, 중앙과 조계종에 다음과 같은 3가지 사항을 촉구합니다.
3.2(중앙에 바람) 중앙은 일방적으로 조계종에 제출한 사과문을 파기하고, 제게 공개 사과할 것이며, 이후 어떠한 외부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언론 본연의 용기 있는 자세를 회복하여 독자들의 신망을 얻기 바랍니다.
3.3(조계종에 바람) 조계종은 일체의 초법적인 종교재판을 즉각 중단하고 제게 정중히 사과하십시오. 아울러, 세속의 일에 관여하기 보다는 종교적 수행에 전념하기를 재삼 촉구합니다.
3.4(사태해결을 위해 양측에 제안함) 제가 쓴 성담론에 문제가 있다면 중앙과 조계종이 발간하는 언론매체를 빌어 공개토론하기를 제안합니다. 글에 대한 의문과 문제제기는 우선 해당되는 글을 꼼꼼히 따져 읽고 질의응답을 하거나 토론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이런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채 조계종은 단 일회의 질의서를 보낸 적도 없으면서 일방적으로 제게 오명을 씌우고 참회를 강요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앙에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듯합니다. 이것은 민주사회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 됩니다. 부처님의 크신 지혜를 공부하는 스님들이 이를 모른 체 한다면, 누가 그 귀한 지혜를 배우려 하겠습니까?
3.5(일반에 대한 당부의 말씀) 성담론은 자유롭게 쓴 글이지만 중요한 논지는 역사적 근거를 갖춰 저술한 것입니다. 월간지의 특성을 고려해 일일이 주를 달거나 학설을 일일이 고증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무책임하게 함부로 쓴 글은 아닙니다.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6(조계종과 중앙에 대한 기원) 여러 스님들께서는 부디 성불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중앙의 기자님들께서도 고난을 이기고 언론의 정도를 걸어가기를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8월30일
푸른역사연구소장 백승종 드림
*백승종은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강대학교 사학과 부교수를 역임했다.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원과 독일 막스 플랑크 역사연구소 초빙교수를 지냈고, 독일 튀빙겐 대학교, 보쿰 대학교 및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강의했다. <대숲에 앉아 천명도를 그리네. 16세기 큰선비 하서 김인후를 만나다>, <그 나라의 역사와 말. 일제시기 평민지식인의 내면세계>, <한국사회사연구>를 비롯해 여러 권의 저서, 역서 및 편서가 있다. 현재 푸른역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