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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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동 밤길 우리가 지킨다’ 우먼캅스
범죄야 물렀거라‘UDT’ 나가신다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 수중폭파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 특수부대를 말한다. 그런데 지역에서 보충역으로 군 생활을 한 사람(일명 방위)을 일컬어 ‘UDT(별칭-우리 동내 특공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 ‘우리 동네 특공대’라는 별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단체가 있다. 주인공은 비록 군대 밥 한번 먹어보진 못했어도 당찬 대한민국 아줌마 15명으로 구성된 월계 3동의 ‘우먼캅스(대장 최양현)’다. 우먼캅스는 ‘범죄 없는 마을, 살기 좋은 동네,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최양현(52)씨와 월계동 통장 15명이 뜻을 같이해 1998년 창단했다.

야간순찰 5분전. 최양현(오른쪽에서 두번째)대장과 우먼캅스 대원들이 야간 순찰 임무작전을 최종 점검한 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의 주된 임무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월계3동 일대 8km 구간을 야간 순찰하는 것. 최양현 대장은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빽빽이 들어서고 근린공원도 조성돼 각종 범죄나 청소년 비행 등의 사건사고 발생률이 현저히 줄었지만 10년 전만 해도 월계동은 경찰차 사이렌 소리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우범지역으로 유명세를 떨쳤다”고 회고한다. 당시 마을은 공사장과 공터, 녹지 등이 많다보니 밤마다 몰려드는 비행청소년들의 탈선행위로 범죄의 온상이 돼 갔다. 때문에 주민들은 밤 9시가 넘으면 슈퍼마켓에 물건 사러가기도 두려울 정도였다.

이런 이유로 우먼캅스는 탄생됐지만 이들의 야간순찰 활동이 자리 잡기까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초창기에는 “힘없는 아줌마들이 뭘 하겠어?” “저 사람들 괜히 폼만 잡고 돌아다니는구만”하는 식의 핀잔도 많았다. 하지만 8년 간 야간 순찰 임무를 수행하며 아찔하고 긴박했던 순간 그리고 명쾌한 판단력이 돋보였던 일들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우먼캅스는 이제 명실공히 ‘월계동 UDT’로 그 몫을 다하고 있다. 순찰 중 가장 많이 겪었던 일은 새벽녘 놀이터에서 술에 취해 담배를 피우며 난잡하게 놀고 있는 남녀 청소년들을 선도한 일.

“우리 부모도 담임선생도 날 못 건드리는데 아줌마들이 뭔데 집에 가라 말아라야”라며 맥주병을 깨 행패부리는 아이들을 타이르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며 이길자(49)씨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영하 10도가 넘는 겨울밤 만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있던 취객을 발견하고 병원응급실로 후송한 적도 있었다. 택시에 무임승차한 승객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택시기사를 중재해 택시비를 받아 준 일은 다반사였다.

새벽 1시. 우먼캅스 대원들이 월게동 천내공원에서 청소년들을 선도하고 있다.
“‘남의 아이들이니까 탈선을 하든 말든 관심 없어’ ‘우리 가족만 안전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하면 이런 일 할 수 없죠. ‘남이 잘 되야 내가 잘 된다’고 부처님도 상생을 강조하셨잖아요.”라며 우먼캅스 대원들은 입을 모은다. 이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우먼캅스 대원들이 지도하고 타일렀던 학생들이 먼저 자신들을 알아보고 “아줌마! 안녕하셨어요. 그땐 제가 잘못했어요. 미안합니다. 우먼캅스 파이팅!”하며 반갑게 인사해 줄때 “더운데 얼마나 수고가 많으세요. 시원한 음료수 한 잔 씩 마시세요.”라며 음료수를 건네는 팬들의 응원도 청량제 역할을 한다. 월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신성균(58)씨는 “월계동에서 우먼캅스 모르면 간첩이죠. 청소년 범죄 예방은 물론 월계동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또 우먼캅스가 있기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이들도 있다. 바로 월계동지구대 경찰관들이다. 월계동지구대장 류제경 경위는 “우먼캅스의 자율방범 활동은 실제로 청소년 범죄와 사건사고 예방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경찰과 주민간의 유대관계를 개선시켜 준 공로가 크다”며 “앞으로 지역별로 제2·제3의 ‘우먼캅스’가 만들어져 민관이 함께 사건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것도 효율적인 범죄예방책이 될 것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월계동지구대는 우먼캅스가 활동하는데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구청과 동사무소에 협조관계를 구축해 야간지시등, 야광 X반도, 호루라기, 모자 등 야간 순찰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해 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기초 호신술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우먼캅스는 방범활동 외에도 다양한 봉사를 펼치고 있다. 매년 10월엔 노원구청과 자연보호협의회와 함께 수락산과 불암산 일대에 150여개에 달하는 새집 달기 운동도 펼친다. 새들이 편안한 보금자리를 틀 수 있도록 낡은 집을 새로 갈아 주는 일종의 생태보호 활동이다. 새집을 구입하는 비용은 구청에서 지원되는 돈과 우먼캅스 회원들이 한 달에 5천원씩 내는 회비로 충당된다. 두 달에 한 번씩 중랑천 쓰레기 수거 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임무다. 바로 월계동을 관통하는 중랑천 3km구간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이다.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오물, 스티로폼, 담배꽁초 등 우먼캅스가 하루에 수거하는 쓰레기만도 약 100가마.

또 노원경찰서 시민경찰로도 맹활약을 하고 있다. 노원구에 큰 행사가 있을 때나 각종 군경합동훈련 시 경찰관과 함께 도보순찰을 한다. 이런 우먼캅스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자 법무부 장관 표창, 노원구청장 표창, 노원경찰서장 표창 등 사회 각 분야로부터 많은 치하와 격려를 받았다.

‘상생과 조화’를 강조하며 아름다운 동네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우먼캅스 대원들의 공통된 키워드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불심(佛心)’이 아닐까. 15명의 대원들 중 반 이상이 독실한 불교신자로 구성돼 있다. 그 중 총무직을 맡고 있는 이길자(49)씨, 대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지만 누구보다 열성적인 전삼순(60)씨, 김순덕(54)씨, 이명자(50)씨, 박명옥(49)씨, 김순덕(47)씨 등이 핵심 대원이다. 김순덕씨는 1996년 신장이식수술을 받고 지금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며 성치 않은 몸에도 순찰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불공드리는 마음으로 야간 순찰을 돌아요. ‘저들을 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바른 길로 인도 하겠다’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야간 순찰에 임하면 병마와 싸우고 있다는 생각도 잊게 되죠.”

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병들과 경찰관들의 노고에 비하면 자신들이 하는 일은 고생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는 우먼캅스 대원들.
“안심하고 밤길을 다닐 수 있는 그날까지, 누구나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살기 좋고 아름다운 월계동이 되는 그때까지 우먼캅스의 순찰은 계속 될 거예요.”
글=노병철 기자 ·사진=고영배 기자 |
2005-08-27 오전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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