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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암 무문관 입관 추첨하던 날
깨침의 문은 어디입니까!

계룡산 갑사 대자암은 서울 천축사에서부터 40여 년간 계속되어 온 무문관 수행의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다.

꼿꼿한 수좌들의 기풍이 느껴진다.
8월 21일 대자암에서는 조실 정영 스님의 주관으로 올해 음력 시월보름 동안거부터 무문관 3년 결사에 들어갈 수좌 21명을 선발하는 입관 추첨이 있었다. 올 2차 결사에 동참할 뜻을 밝힌 조계종 수좌는 모두 100여명. 남다른 각오로 이날 오전 대자암 마당에 모인 인원은 그 절반인 50명이었다.

오후 1시, “또르륵 또르륵” 목탁 소리가 계룡산 자락에 흩어졌다. 비장한 결의가 느껴지는 비구·비구니 수좌들이 법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 뒤로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재가자들이 따라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법당에 모인 수좌들의 꼿꼿한 기풍과 푸른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신심이 나게 했다. 인자한 미소를 띤 정영 스님이 나지막한 어조로 추첨의 시작을 알렸다.

“을유년 동안거 무문관 입관자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정영 스님은, 1차 결사때보다 많은 인원이 입관을 희망하자, 이번에는 일종의 산통(算筒, 강원 수업에서 발표자를 뽑을 때 쓰는 대나무통)과 같은 방식으로 쪽지 추첨을 하기로 했다.

왜 하필 추첨으로 입관자를 뽑으려 할까? 의문이 들법했다. 여기에는 한국불교의 전통인 산통방식으로 정진에 들어갈 수좌를 선정해야 할 만큼 많은 수좌들이 몰린 탓도 있지만, 매사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공명정대함을 강조하는 정영 스님만의 고민이 담겨 있다.

계룡산 대자암은 2002년 시작한 3년 결사에 이어 올해 11월 동안거부터 두번째 3년 결사를 시작한다. 사진은 무문관 입관을 위해 추첨에 참가하고 있는 수좌들.
먼저 추첨을 위한 번호표 뽑기가 시작됐다. 스님들은 나무쟁반에 놓인 녹색쪽지를 차례로 집었다. 추첨도 먼저 뽑는 이가 유리하다는 시비를 줄이기 위해 순서를 정하는 것부터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이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정영 스님이 번호를 부르기 시작하자 비구 비구니들은 앞으로 나와 합장 반배 후 쟁반에 놓인 흰 쪽지를 집어 자리로 돌아갔다. 무문관 입관을 허락하는 숫자가 적힌 종이를 받아든 비구 13명과 비구니 8명이 결정됐다. 이들은 11월 16일 동안거 결제를 앞두고 대자암으로 다시 모인다.

곧이어 정영 스님이 손수 쓴 축원문을 낭독했다.

“원을 세워 바라옵건대 충청남도 대자암 3년 결사 무문관 입관하는 스님, 못 하는 스님 모두에게 부처님의 가피를 청하옵니다. 결사에 임하는 수좌들은 마장이 사라지고 공부가 순일하여 확철대오(確哲大悟)하고 모든 신통력 갖추어 중생제도 할 수 있기를 바라옵니다.”

지난 1차 결사에 이어 2번째 3년 결사를 허락 받은 서범 스님은 “이번엔 시행착오 없이 처음보다 더 열심히 정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범 스님은 1차 결사에서 건강문제로 애를 먹었다.

한국불교 전통의 산통 방식으로 진행된 추첨에서 비누 13명 비구니 8명이 선발됐다.
이날 8명의 수좌가 지난 1차에 이어 한번도 하기 어렵다는 무문관 결사에 다시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 공부는 오래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간절한 사람이 이루는 공부”라는 정영 스님은 “오늘 오신 스님들 가운데 중생을 제도할 힘을 갖춘 명안종사가 반드시 나오길 바란다”며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이날 추첨을 마친 스님들은 11월 26일부터 시작될 동안거를 기약하며 3년 결사 채비를 위해 총총히 하산했다.



문 없는 문, 무문관(無門關)


무문관 수행은 한번 시작하면 외부의 모든 알음알이와 단절한 채 ‘이 자리에서 깨치지 못한다면 일어서지 않으리라’는 각오로 오직 화두에만 정진하는 한국 선종수행의 가장 가혹한 수행법이다.
대자암 무문관이 있는 삼매당의 모습.
일단 들어가면 정해진 기한이 되기 전에는 절대 문을 열지 않는다. 실제로 올해 4월 대자암에서는 비구스님 한분이 무문관에서 정진하던 중 열반했다. 목숨은 물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깨달음을 얻겠다는 각오 없이는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

무문관은 원래 중국 송나라 선승인 ‘무문혜개(無門慧開)’ 선사가 지은 책 이름에서 유래했다. 경허 효봉 관응 재선 스님 등 근대 선지식들도 이 무문관 수행으로 자신의 공부를 단련했다.

계룡산 서편에 자리 잡은 대자암 무문관은 ‘삼매당(三昧堂)’이란 이름의 선방이다. 4~5평 크기로 삼매당 2, 3층에 4칸, 7칸씩 배치되어 있다.

3년 동안 아무도 만지지 않았을 문고리는 심하게 녹이 슬어 있었다. 각 방사마다 조그만 세면시설과 간단한 이불, 개인사물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지대방이 있다. 방바닥에는 작은 자명종 하나와 좌복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수행자 자신의 수행의지를 다지는 선시나 화두를 적은 종이가 벽에 붙여있는 방도 있었다. 방 한구석 빛바랜 종이에 연필로 꾹꾹 눌러쓴 ‘밀라레빠(티베트불교의 성자)’의 시가 인상적이었다.

동안거부터 3년간 폐문정진에 들어갈 대자암 무문관.
완전히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무문관 안에서도 정해진 일과는 있다. 스님들은 참선정진을 않는 시간을 이용해 화장실사용과 샤워, 삭발, 운동을 해야 한다. 조그만 소리라도 옆방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식사는 하루 1번 구멍처럼 뚫어 놓은 공양통으로 찬합에 밥과 찬, 간단한 국을 안으로 들인다.

무문관 안에 있는 동안은 당연히 묵언이라 긴요한 용무는 이때 메모로 해결한다.

평소 수행으로 단련된 스님들이라도 갑자기 몸을 가두고 하루 1종식을 시작하면 처음 3개월가량은 매우 힘들어한다. 그러다 차츰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 나가면서 조금씩 정진력이 생겨난다고 한다.

공부의 점검은 정영 스님이 직접 한다. 1차 결사가 중반을 지났을 무렵인 지난해 가을 각방으로 대학노트 1권이 들어갔다. 수시로 A4용지도 들어갔다. 정영 스님은 각자 자신의 공부가 어디쯤인지를 적어내게 했다. 각자가 겪고 있는 경계의 정도를 가늠하고 답을 주는 것이다.

한편 무문관 3년 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는 대자암은 경제적 어려움이 만만치 않아, 3년 결사의 원만한 회향을 위해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041)875-5880 후원계좌 310623-02-033475 우체국 문판오(정영).
글·사진/공주=조용수 기자 |
2005-08-27 오전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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