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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 현대수묵전으로 본 수묵화의 세계
서울시립미술관

‘형태를 구하되 형태를 구하지 않는다.’ 동양화의 정신을 집약한 말이다. 이 말은 현대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한국 수묵화에도 적용된다. 유독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는 수묵의 심미(深味)는 은유적이며 담담한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미륵반가사유상으로 읽어낸 이민주 작가의 문명의 화합과 충돌
현대 수묵화는 전통기법에서 많이 변화돼 왔다. 정신적인 세계를 화려하거나 대담한 필치로 화선지에 표현해 내는 실험 역시 꾸준히 시도됐다. 1950년대 이후 이 같은 한국 수묵화의 다양한 시도들을, 80년대 이후 중국의 실험적인 수묵화와 함께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한국과 중국의 현대 수묵화풍을 비교할 수 있는 ‘한ㆍ중 현대수묵전’이 8월 10일부터 9월 1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02-2124-8800)에서 열리고 있다. 한ㆍ중 대표 작가 40명이 110여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수묵화란 무엇이며 현대 한국수묵화의 변천사와 중국 수묵화의 실험정신을 살펴본다.






수묵화란

수묵화는 먹으로 그린 그림을 총칭한다. 수묵화는 선(線)의 분방함과 면백함, 여백의 미로 대변된다. 종이 위에 먹이 번져 퍼지는 효과를 내는 발묵법(潑墨法), 윤곽을 그리고 그 위에 서서히 짙은 먹을 칠하는 파묵법(破墨法), 옅은 먹색으로부터 시작해 농도가 다른 먹색을 겹쳐 칠하는 적묵법(積墨法) 등을 사용해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송수련 교수의 내적시선
먹빛으로 표현한 것이 전부는 아니다. 수묵화에는 채색을 하는 수묵담채화 농채화 진채화 등도 포함된다.

수묵화가 처음 그려진 것은 중국 당나라 시대. 수묵화는 기존의 윤곽 위주로 그리는 관습을 깨고 먹의 농담 변화와 효과에 의해 질량과 암영(暗影)을 나타낸 중국화단의 획기적인 변화였다.

특히 수묵 위주의 남종화가 채색 위주의 북종화 보다 인정받았고 중국의 이 같은 분위기는 그대로 우리나라에도 정착됐다. 초기에는 다양한 중국 화풍들이 전래됐는데 남종화에 기반을 둔 문인화가 본격적으로 유행하면서 한국에 실재하는 산천을 한국적으로 그린 진경산수화가 득세했다. 조선후기에 이르면 이인상, 김정희, 장승업에 이르기까지 파격적이고 개성있는 화풍이 선보였다.

중광ㆍ석정ㆍ수안 스님 등 현대의 스님들은 바로 수묵화의 전통을 선(禪)의 세계를 표현하는 방편으로 채택, 현대 선서화의 장르를 꽃피우기도 했다.



한중 현대수묵전에서 만날 수 있는 불자 수묵화가 송영방 송수련 송수남의 작품세계

수묵화의 대가이자 불화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송영방 명예교수(동국대).
중국 실험주의 작가 왕텐더의 중국옷
그는 독자적 문인화의 정신세계를 구축한 화가, 전통산수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화가, 문인화와 산수화 두 경지에서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일상의 중도를 지키며 생활 속의 도를 닦아 가는 소박한 심성의 화필 수도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송영방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항상 ‘심수일체(心手一切)’. 생각이 위대해도 손이 말을 듣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슬쩍 물에 적셔 독기를 걸러낸 듯한 먹색의 아름다움을 담은 ‘산과 구름’ ‘연밥’ 등을 출품했다.

산수를 소재로 현대 미술로서의 한국화를 이끌고 있는 남천 송수남 명예교수(홍익대). 그는 묵(墨)의 가치를 강조한다. “색의 시초이고 끝이며, 가장 우주적이고 영원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극치에 이르면 선(禪)사상과 맥락이 통한다”는 송수남 교수의 한마디는 먹빛을 통해 바라보는 그의 세계관이 녹아들어 있다. 출품작 ‘붓의 놀림’은 전면을 먹과 필선으로 덮어가면서 때로 격정으로 때로 여린 서정으로 물들였다.

송수남 교수의 붓의 놀림
송수련 교수(중앙대 한국화과)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고백한 글에서 “제 그림은 언제나 자연에 대한 관찰로부터 출발해 우리의 ‘내적 시선’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적 시선을 통해 단절된 개개인의 단편성을 극복한, 자아로서의 나와 집단으로서의 우리의 총체적 진실이 마치 역사라는 연못 속에서 연꽃처럼 피어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30여 년 동안 ‘관조’라 이름 붙여왔던 작품 제목을 이번 전시에는 ‘내적 시선’으로 달았다.

이외에도 불자는 아니지만 미륵반가사유상의 깊은 사고(思考)에서 문명의 화합을 읽어낸 이민주 대표(삼심아트)의 ‘문명의 충돌과 화합’, ‘영겁’의 순간을 화선지에 담아낸 정탁영 교수명예교수(서울대) ‘영겁’ 등이 시선을 끈다.


한국 VS 중국 수묵화
8월 17일 세미나 지상중계



한국의 수묵화에 대해서-오광수 前 국립현대미술관장, 미술평론가

근대 이후 수묵에 대한 최초의 인식은 1945년 해방 후 왜색탈피와 민족미술건설이란 시대적 요청과 함께였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한국의 현대수묵화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 수묵화의 새로운 모색은 57년 출범한 ‘백양회’를 통해 더욱 구체적이고 집단적인 의식에 의해 펼쳐지기 시작했다. ‘백양회’ 멤버들은 전통적 양식의 동양화를 현대적 회화로 올려놓는 양식적인 측면에서의 실험을 시도했다.

수묵화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했고 표현 가능성이 확대된 것은 60년 ‘묵림회’의 출현부터다. 서세옥 송영방 정탁영 등 서울대 출신들이 모인 묵림회 출범 후 수묵화는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났다. 비구상의 세계가 수묵화에서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묵림회 이후 정체됐던 화단은 80년대 홍익대 출신 젊은 한국화가들이 주도한 수묵화 운동으로 변화를 맞는다. 송수남 문봉선 등이 활동한 수묵화운동은 ‘수묵’이라는 문화적 맥락을 추적하려는 의욕을 보인 운동이라 평가받는다. 90년대 이후는 그룹 활동은 보이지 않고 몇 해 전 젊은 작가 중심으로 구성된 ‘동풍(東風)’이 의욕을 보였다.

수묵을 통한 정체성의 탐구란 화두가 전제될 때만이 수묵은 단순한 매재개념을 뛰어넘는 문화적 아우라(aura, 예술작품의 고유한 특성 미적 아름다움)로 우리들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현대 중국 수묵화-얜샨츈(嚴善錞) 중국 심천화원 부원장

천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수묵화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 형식의 하나이다. 중국 수묵화의 현대화 진통은 1920년에 발생하기 시작한 ‘미술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심천화원 얜산춘 부원장이 중국 현대 수묵화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후 수묵화의 현대화를 가속시킨 ‘실험수묵’은 90년대 수묵화계의 중요한 예술 운동의 하나로 학술성과 탐구성을 띤 운동으로 평가받았다.

수묵화는 현대화 과정에서 전통적인 매개를 이용해 현대의 도시 생활을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 하는 문제에 부딪힌다. 심천 화단은 90년대 초 ‘도시 산수화’라는 과제를 제기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수묵의 입체적 공간 표현에 대한 가능성을 개척하는데 왕텐더(王天德)는 가장 대표적인 화가이다. 90년대 중기 ‘수묵화 식탁’은 중국 당대 장치 예술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후기 왕텐더는 몇몇 ‘의복 산수’를 창작했다. 그는 최근 전통적인 그림과 실물을 조합해 우아함과 세속성이 함께 공존하는 특징적인 현대 예술 작품을 창작해냈다.

수묵화는 고대의 예술 양식 중 하나로 최근 20여 년 동안 중국 대륙에서 기본적으로 전통적 방향을 따라 발전해왔지만 동시에 전위적인 방향으로도 발전해 왔다.
강지연 기자 | jygang@buddhapia.com
2005-08-26 오후 8: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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