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3.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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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불교 신행에 주력하겠다"
정년퇴임 맞는 한국학중앙연구원 김형효 교수





오직 진리에 대한 열정만으로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거침없는 지적 항해를 거듭해온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철학종교연구)의 정년퇴임을 맞아 8월 26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기념강연회가 열렸다. 김형효 교수는 ‘자기철학’을 전개하는 몇 안 되는 철학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인물.

김형효 교수.
기념강연 주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철학’. 프랑스의 실존주의철학자 마르셀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래 레비스트로스, 라깡, 푸코에서 하이데거, 데리다 등을 거쳐 공맹과 노장, 한국의 퇴계와 율곡 등 동양철학에 이르렀던 김 교수가 이제 불교에 닻을 내렸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김 교수의 지론은 동서철학사가 구성철학과 해체철학으로 구분된다는 것. “자아·의식이 세상을 구성해 진리를 진리답게 만들려고 하는 철학이 구성철학”이라면, “의식이 세상의 왕인 양 진리를 만들어내려 하는 것을 부정하고 그러한 행위를 거짓된 것으로 간주하는 철학이 해체철학”이다. 김 교수는 “자아를 해체하고 무아를 주장하는 불교는 진정한 해체철학이며, 참된 지혜의 담지자”라며 “불교의 지혜를 배우는 것은 시대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색즉시공을 “소유되지 않는 것을 소유하려고 하는 유루법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고, 공즉시색이라고 하는 존재론의 대긍정을 위한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공즉시색에 대해서는 “모든 만물의 생멸과 존재방식은 무한대 허공에서 자동적으로 생겨나는 공의 현상임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여기서 김 교수는 소유론이 아닌 진정한 존재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봤다. “존재론을 말하면서 실상은 환상과 소유에 집착하는 대다수 철학의 한계를 넘어선 불교야말로 진정한 존재론이며 철학이 나아가야 할 미래사유의 모습이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다음은 김형효 교수와의 일문일답.

◇ 기념강연 주제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철학’인데
-퇴임강연은 학문 인생을 결산하는 의미를 갖는다. 철학 강연이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 사상을 드러내는 자리라고 본다면, ‘색즉시공 공즉시색’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주제라고 판단했다.
나의 학문적 관심사는 서양철학에서 동양철학으로 이동해왔고, 그 귀착점이 바로 불교이기 때문이다. 불교는 진정한 존재론적 철학으로서, 철학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본다.

◇ 비교철학적 연구를 하는 이유는
-나 자신은 비교철학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비교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순자를 보면 홉스와 비슷하고, 주자학을 보면 토미즘과 통한다. 서로간의 교류 기록이 없는데도 그런 유사성이 발견된다. 철학사를 보면 이 같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니 ‘과연 왜 그럴까’ 하는 질문을 피할 수 없지 않은가.
이로부터 사유의 패턴을 자꾸 따져 묻게 되고, 특정 철학에 머물지 못한 채 다양한 철학을 두루 공부하며 견줘보게 됐다. 이것이 비교철학으로 비쳐지는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즉 사유패턴을 발견하려 하고, 진리를 찾으려는 노력의 부산물로 볼 수 있다.

◇ 불교의 가치는
-과거 형이상학은 불교의 관점에서 볼 때 존재론이 아니라 소유론적이다. 즉 인간이 또는 의식이 진리를 잡으려는 시도였다. 그렇게 나타나는 것이 도덕명분학이고, 이것이 형이하학적으로 나타난 것이 경제기술학이다. 이들은 모두 재래의 모든 철학은 소유의 철학이고 유루법이다.
불교는 색(色)을 실체처럼 여기고 장악하려 드는 것이 허망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색즉시공이 바로 그런 의미다. 공즉시색은 마음과 진여의 아름다움을 말해준다. 즉 참된 존재론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가르침을 준다는 점에서도 불교는 의의를 갖는다. 나를 기준으로 삼으면 자기중심주의, 이기심을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여기서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기란 불가능하다. 불교는 아를 기준으로 삼지 말라고 가르침으로써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

◇ 선생에게 불교란 무엇인가
-내가 살아가는 동력이다. 불교는 내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불교를 학문이 아닌 수행으로서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산책할 때 원각경 게송을 읊고, 출근하면 다른 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목탁을 치며 천수경과 금강경을 독송한다. 퇴근하면 반야심경을 왼다.
수행은 아상을 지워줘 하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상이 강해서 번뇌가 심했던 나로서는 이보다 값진 수양이 없다.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2003년 계를 받기도 했다.

◇ 후학에게 해줄 말은
-훌륭한 철학자들은 공히 자기 이야기를 한 사람들이다. 철학자가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거장의 목소리를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자기 철학을 하고, 그것이 바르다면 만인이 공명(共鳴)하게 돼 있다.
세계를 설명하는 틀로서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자기가 전공한 특정철학만 고집하다보니 사유가 제약되고 편협해짐은 물론, 현실과 자꾸 멀어지게 된다. 이 같은 풍토는 철학을 대중으로부터 유리시키고, 생명력을 약화시켜 철학은 쓸모없는 학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철학, 나아가 인문학이 위기를 겪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 퇴임 후 계획은
-알음알이가 아닌 반야지혜를 얻고 싶다. 이는 간절한 소망이다. 반야지혜를 얻고 알림으로써 세상의 복덕이 되고 싶다. 이를 위해 참선을 배우려 한다.
학문적으로는 <동서철학사> <원효사상> 등을 집필할 계획이다. <동서철학사>는 철학사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를 다루고, <원효사상>에서는 원효 스님을 철학적이고 쉬운 말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불교연구를 통해 보살도 정신이 우리들 삶에 배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5-08-27 오전 9:21:00
 
한마디
저도 이 지독한 아상 때문에 고생하고 있지요...
(2005-08-28 오후 2: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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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선생님의 사상을 배울 수 있는 인연이 되기를
(2005-08-28 오전 12: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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