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이 펴낸 도록에 수록된 사진. 현등사석탑사리구라는 이름이 선명하다.

삼성이 점유하고 있는 현등사3층탑 사리구가 현등사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

조계종 제25교구 봉선사 말사인 현등사가 삼성문화재단 이건희 이사장을 상대로 삼성문화재단이 점유하고 있는 현등사 사리구 일체를 반환하라는 취지의 민사조정신청을 서울서부지법민사부에 제출해 처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등사가 반환을 주장하고 있는 사리구는 은제원통형사리합(銀製圓筒形舍利盒), 수정제사리호(水晶製舍利壺), 사리 2과(舍利 2顆)로 구성된다. 사리합 표면에 1470년 영응대군(세종대왕의 아들), 사위, 딸의 시주로 현등사탑에 봉납됐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현등사 것이었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펴낸 도록에도 현등사석탑사리구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사리구를 잃어버린 경위는 분명하지 않다.

현등사는 민사조정신청에서 “사리라는 것은 시신을 화장한 후 얻어지는 인체의 일부며, 사리를 담은 사리합은 관곽과 같은 용도로 사리와 일체를 이루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는데다, 현등사라는 명문이 있어 현등사 것임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선의취득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문화재단측은 “1981년 김동현 옹으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소장 경위에 절차상 하자는 없다”면서도 민사조정신청에 대해서는 “현재 내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현등사의 민사조정신청을 도와준 봉선사 혜문 스님은 “사리는 스승의 유골로서 성스러운 보물”이라고 전제한 뒤, “소송을 통해 분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경스럽게 느껴져 민사조정신청을 내게됐다”며 “삼성이 반환요청에 응해 현등사3층탑 안에 다시 안치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