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공동대표 현산ㆍ혜국)가 종무원 노조 설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8월 23일 밝혔다.
수좌회는 ‘종단발전과 화합을 위한 전국선원수좌의 호소와 제안’이라는 제목이 입장에서 “노동조합의 결성보다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종헌 종법의 테두리안에서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노동조합은 불교 교단의 전통과 불교문화, 불교인의 정서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노동조합을 통해서는 너와 나, 이것과 저것의 분별아닌 모두를 향상시키는 길을 장애하고 갈등자체가 본래 공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노동쟁의가 야기되어 갈등을 더욱 키워갈 위험이 너무도 크다”라고 지적했다.
수좌회는 또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방법으로는, 그 방편을 통해서는 설사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종도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에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애정어린 마음으로 경고한다”며 “노동조합신고를 철회하고 종무원 불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수좌회 입장 전문.
종단발전과 화합을 위한 전국선원수좌의 호소와 제안
“우리는 부처님께서 걸어오신 길을 본다. 그 길은 너와 나, 이것과 저것의 분별이 아닌 모두를 향상시키는 길이다. 갈등을 부정하기 보다 갈등자체가 본래 공(空)한 것임을 보여 주셨으며 다시 지혜와 자비로 이를 구족시켰다. 이처럼 부처님은 우리에게 어떤 삶의 가치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명징하게 보여주셨다.”
이글은 ‘대한불교 조계종 종무원 노동조합 창립선언문’ 서두에 나온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너와 나, 이것과 저것의 분별이 아닌 모두를 향상시키는 길을 가야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너와 나, 이것과 저것의 분별아닌 모두를 향상시키는 길을 가고 있는가? 우리는 갈등을 부정하기 보다 갈등자체가 본래 공한 것을 보고 있는가?’
우리 모두 정직하게 자신을 향하여 물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누가 이 물음앞에 자유로울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종단구성원 우리 모두는 너와 나, 이것과 저것의 분별아닌 모두를 향상시키는 길을 가려고 다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갈등을 부정하기 보다 갈등자체가 본래 공한 것으로 보도록 끊임없는 정진을 해야 합니다.
이러할 때 우리들 불제자는 부처님께서 걸어가신 그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고 그리하여 지혜와 자비를 구족해 갈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일부 종무원들이 시도하는 노동조합의 결성보다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종헌 종법의 테두리안에서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은 불교 교단의 전통과 불교문화, 불교인의 정서에 결코 어울리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을 통해서는 너와 나, 이것과 저것의 분별아닌 모두를 향상시키는 길을 장애하고 갈등자체가 본래 공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노동쟁의가 야기되어 갈등을 더욱 키워갈 위험이 너무도 큽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출발한다하더라도 필경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그 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예측할 수 없는 갈등 구조속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전국선원 수좌회에서는 일부 중앙종무원들이 시도하는 노동조합결성을 절대로 반대하는 것입니다.
우리 수좌스님들만이 아니라 전국의 대다수 스님들은 모두 같은 심정이라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방법으로는, 그 방편을 통해서는 설사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종도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기에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애정어린 마음으로 경고합니다.
종무원 불자들의 애로를 모르는 바 아닙니다. 불교를 사랑하고 종단을 아끼는 그 마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진정 불교를 사랑하고 종단을 아낀다면 전국본사주지스님들이 그토록 염려하는 뜻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수좌스님들과 대다수의 스님들이 왜 노동조합만은 안된다고 반대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신고를 철회하고 종무원 불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기를 바랍니다.
종무원은 노동자라기보다 삼보를 외호하고 전문성을 통해서 교단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불자입니다.
종무원 불자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종단을 위해 봉사하는 종무기관의 소임자 스님들도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열린마음과 따뜻한 마음으로 섭수하여 종무의 효율성이 제고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일부 종무원 불자들이 왜 노동조합을 결성하려고 하는 가를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생산활동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는 회사가 아닌 중앙종무기관의 예산은 전적으로 삼보정재의 분담금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많은 종도들은 삼보정재로 바쳐지는 분담금의 그 많은 분량이 중앙종무기관의 운영비(인건비)로 충당되고 있는데 과연 중앙종무기관의 그렇게 많은 인력과 그에 따른 많은 인건비에 비례하여 종단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겸손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하여 종단발전에 기여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종단에 불고 있는 풍향은 종단발전과 불교의 바람직한 사회적 역할에 역풍이 되어 그동안 애써 가꾸어온 긍정적인 새싹들마저 뿌리채 뽑아버릴 거센 비바람이 될 것 같아 심히 안타깝습니다.
종단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병폐는 우리 모두 뼈아픈 자기성찰과 참회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 치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종단내의 여러 갈등을 해소하고 종단이 안고 있는 폐단, 선거제도등 비 불교적, 반 승가적 제도를 부처님 교법과 율장정신에 입각하여 개혁하기 위해 제방의 대덕스님, 중진스님 등 불교계의 존경받는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과 개혁의 틀을 짜야 할 것입니다.
우리모두 불조(佛祖)와 대중앞에 각자의 허물을 참회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합시다.
우리 수좌스님들도 대중들의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부처님과 역대조사스님들과 불자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대중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기 위해 참회어린 마음과 뼈를 깎는 자세로 가일층 분발하여 더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다짐합니다.
불기 2549년 8월 16일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 수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