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는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의 두 가지 사상을 모두 내포하고 있으며, 전자는 예수에게 후자는 그 제자에게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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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는 예수가 성령을 가득 받아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신약성서의 내용을 돈오의 순간으로, 체험 후의 이타행을 <육조단경>의 오후수행불행(悟後修行不行)으로 해석하며 “신약성서에서 돈오돈수의 체험은 예수에게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예수의 제자들의 깨달음은 예수처럼 단박에 이뤄지지 않는다. 서 교수에 따르면 “제자들은 스승의 부르심에 단박에 응답함으로써 제자가 되고, 스승과 같은 인물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을 돈오라 볼 수 있지만, 그 후에도 더 오랜 시간을 두고 꾸준히 닦아야 하는 경우가 신약에 자주 등장한다는 점에서 돈오점수적”이다.
이 같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부터 서 교수는 “스승 예수가 돈오돈수하지 않았다면 돈오점수하는 제자들이 어느 방향으로 수행해야하는지 지도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신약성서 안에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의 보완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여기서 나아가 한국불교사의 돈점논쟁을 재해석했다. 즉, 기독교에서 돈오돈수가 예수에 한정되고, 나머지 제자들은 돈오점수의 과정을 겪는 것처럼 일반적인 중생을 염두에 둔 보조 스님은 돈오점수의 가르침을 펼친 반면, 자신의 체험을 다른 사람에게 권장하려 했던 성철 스님은 돈오돈수를 강조했고, 그것이 보조 스님에 대한 극단적인 비판으로 나타났다는 것.
서 교수는 “성철 스님의 배타적인 진리관은 지나치게 불균형적이었지만, 돈오돈수적 패러다임의 우수성을 상기시킬 수 있었다”고 지적하며, “성철 스님의 극단성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돈오돈수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면 한국불교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