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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지 보존 무엇이 문제인가
무관심 속 방치와 무분별한 개발 속 사면초가

서울종로구 장의사지에 있는 당간지주 옆에서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어떤 안전장치도 없다.
조계종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9월 폐사지보존 법안 국회상정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폐사지 보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 539호 1면 참조)

폐사지가 우리에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됐다는 독자부터 폐사지 보존 상의 문제가 무엇인지 물어오는 독자에 이르기까지, 폐사지보존 법안이 상정되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반향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폐사지는 불교유적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다. 전국 2천~3천여 개의 폐사지 가운데 1960년대 이후 100여 곳만이 발굴됐으며, 사적 또는 시·도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는 곳은 100여 곳에 불과한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폐사지에 대한 무관심은 폐사지에 관한 변변한 통계조차 파악되지 않았다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전국에 폐사지가 몇 개나 되고, 어디에 있는지조차도 파악돼 있지 않다.

원주흥법사지 절터 한편에 고추밭이 있다.
폐사지와 관련한 유일한 통계 자료는 조계종 총무원이 1997년부터 3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불교사원지>뿐이다. 그나마도 문헌에 의지한 자료로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물며 폐허가 된 절터의 유래와 역사 규명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경남지역 최대 사찰 가운데 하나였던 산청 단속사지에는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두 기의 석탑과 3.56m 크기의 당간지주가 남아있다. 단속사지동3층석탑 등 두 기의 석탑은 보물 제72·73호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석탑과 더불어 사찰의 중심을 이뤘을 금당 자리에는 민가가 들어서 있다.

보물 463호 진공대사탑비의 귀부와 이수, 그리고 보물 464호인 삼층석탑이 남아 있는 원주 흥법사지(문화재자료45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초석이 여기 저기 뒹굴고, 절터 한편에는 고추밭이 자리하고 있다.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폐사지도 이 같은 상황이니, 대다수 지정되지 않은 폐사지는 말할 것도 없다.

종로구 신영동 세검정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진행 중인 인도확장공사는 폐사지에 대한 냉대의 극치를 보여준다. 문화재위원회의 현상변경 승인을 받아 공사가 진행 중인데, 보물인 당간지주 옆의 LPG 가스통과 산소용접용 가스통이 위태롭다. 게다가 당간지주 보호난간 옆에서 지반침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폐사지 보존은커녕 보물로 지정된 당간지주 안전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산청 단속사지. 탑 뒤편 금당터로 추정되는 곳에 민가가 위치해 있다.
방치 못지않게 폐사지를 망치는 것은 그릇된 관심이다. 관광자원 개발에 목마른 지방자치단체들에게 폐사지는 관광자원으로 인식된다. 경복궁 뜰에 있는 지광국사현묘탑(국보 제101호) 반환을 주장하고 있는 원주시가 지광국사현묘탑을 중심으로 법천사지와 거돈사지(사적 제168호)를 묶어 관광지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서산시 또한 보원사지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최근 복원 방침이 발표된 경주 황룡사지 또한 안심할 수 없다.

이처럼 문화재적 가치가 적은 곳이면 방치되고, 유물이 좀 있고 볼 것이 있는 곳은 관광자원으로 개발되는 것이 폐사지가 오늘에 처한 현실이다. 폐사지의 가치를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 불교계가 나서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폐사지에 대한 무관심과 무분별한 개발로부터 폐사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폐사지에 대한 불자들의 관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찰문화연구원 신대현 연구위원은 “폐사지란 인연이 다해 사찰의 기능이 멎었을 뿐 여전히 사찰 못지않은 불교유적”이라고 지적하며 “폐허가 된 절터에서 불법과 구도정신을 배울 수 있는 만큼 성지순례 코스로 포함시켜 폐사지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5-08-20 오전 11:19:00
 
한마디
단속사지와 흥법사지의 사진 설명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즉 두번째 사진은 흥법사지고, 세번재 사진은 단속사지 사진입니다.
(2005-08-22 오후 11:4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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