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승미씨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본 불교수행론 연구’라는 논문으로 오는 8월 26일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창숙씨의 박사논문 ‘인도불교의 여성성불사상에 대한 연구(1994)’ 이래 10여년 만에 탄생한 여성주의에 입각한 불교학 박사논문이다.
이번 박사논문의 의의는 불교의 가부장적 제도와 관습을 주 대상으로 삼는데서 한 걸음 나아가 불교수행에서의 여성의 경험까지도 연구 대상으로 적극 수용했다는 데 있다.
이를 근거로 조씨는 “불교수행에 관한 전반적인 교설체계가 젠더(gender)중립적이지 않으며 오랫동안 남성중심적으로 해석된 산물”로 규정하고 “불교수행론이 변화해야한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종합적인 시각 형성을 위해 반야적 관점과 방편적 관점을 취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조씨는 “반야사상이 고정적 실체가 없는 공을 인식하는 것을 중시하는데 반해, 방편사상은 진리가 현실세계에서 경험되는 측면을 중시하며, 이 두 측면이 보살에게는 동등하게 중시된다”는 데 착안해 반야적 관점과 방편적 관점을 연구에 적용했다.
조씨에 따르면 반야의 관점에서 본질적이고 불변하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본질이나 본성을 갖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부과된 허위가 해체될 수 있다.
| ||||
조씨는 불교경전, 한국불교사 기록 그리고 현대여성의 신행수기 등을 통해 불교수행과 관련된 여성에 대한 설명과 여성들의 경험 등을 찾아냈다.
불교수행이 가부장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로 조씨는 △보살핌의 공동수행화 △일상언어를 사용한 불교수행론 정립 △여성의 경험이 잘 표현되고 소통될 수 있는 매체와 장르의 개발 △여성들을 지도하는 여성스승의 제도화 등을 제안했다.
특히 보살핌의 공동수행화란 보살핌의 역할을 남녀 공동의 역할로 변화시킴으로써 여성에만 전가되는 성역할 의무를 감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동국대 불교학과에서는 조승미씨의 논문 외에도 김영진씨의 ‘장타이엔(章太炎)불학에서 개체와 윤리문제’ 박성철씨의 ‘영산재의 문화적 활용모델 연구’ 등 2편의 박사논문이 함께 통과됐다.
김영진씨의 논문은 개체보다 집단이 강조된 중국 근대기를 살면서 불학에 입각한 개체의 실천적 삶을 고민했던 장타이엔의 사상을 조명했다.
김씨는 번뇌의 현실을 개척하는 것이야말로 불교적 의미에서의 자기수행이라고 이해하고, 불교의 논리가 현실의 윤리가 되기를 열망하며 실천적 삶을 추구한 장타이엔에게서 불교의 현실적인 가치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