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2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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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우가풍으로 날려버린 무더위”
조계총림 선원의 을유년 하안거 해제
하안거를 해제하고 길을 떠나는 수좌들. 현대불교자료사진.
8월 19일, 불교의 5대명절 가운데 하나인 우란분절이자 을유년(乙酉年) 하안거 해제일이다. 이른아침, 남도땅 조계산 송광사에 대중을 모으는 대종소리가 울리고, 조계총림 선원과 산내 암자, 근원거리에 있는 선방 수좌들이 대웅전에 모였다. 지난 안거 기간동안 ‘허물은 없었는지’ 대중에게 고하는 포살을 하기 위해서다.

참회와 가행정진을 다짐하는 <범망경>독송에 이어 “한 치의 세월도 아껴 공부하라”는 방장 스님의 해제법어에 대중 모두가 허리를 곧추 세웠다.

조계총림 선원에서 이번 안거를 지낸 수좌는 수선사(修禪社) 15명, 문수전(文殊殿) 15명 등 모두 30여명. 90일전, ‘걸어서 들어오라’는 송광사 규율에 따라 모두가 바랑을 걸쳐메고 산문에 들어섰다.

이들을 처음 맞이한 것은 계곡위에 자리한 청량각(淸凉閣)이다. 청량각 대들보에는 두 마리의 용이 있으니 산문에 들어서는 용은 여의주가 없고, 산문을 나서는 용은 여의주를 물고 있다. 한 철 살고 나갈 때 ‘깨달음’ 이란 여의주를 물고 가라는 경책이다.

조계총림 선원은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정혜결사를 이곳 송광사로 옮기고 수선사라 이름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나타났다. 중국 선법을 이은 구산선문과 달리 보조국사가 독자적 선풍을 확립한 도량이기에 남다르다.

이후 수선사의 선맥은 도도히 흘러 16국사를 배출하며 ‘승보종찰’로 거듭났다. 근세에 들어서는 1900년 한국선불교의 중흥조 경허 스님이 ‘삼일선원’을 개설했다. 이후 효봉, 구산 스님으로 이어지는 선맥은 1969년 조계총림으로 지정되어 명실상부한 목우가풍의 종가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계총림 선원의 하루는 새벽 2시에 열린다. 일단 정진에 들어가면 산문밖 출입이 허용되지않는다. 여느 선원과 달리 반 철을 맞아 갖는 산행도 없다. 포행중에도 산문 경계인 청량각을 넘지 못한다. 어른스님에서 행자에 이르기 까지 음식이 똑같은 ‘평등공양’도 목우가풍의 하나이다.

‘소치는 목동(牧牛)’들이 모인 조계총림은 외호대중들도 수행에 있어 한마음이다. 텔레비전이 없고 핸드폰이 통하지 않으니 일단 도량에 들어서면 절해고도와 다름없다.

선승들이 안거를 나는 수선사는 승보종찰에 걸맞게 대웅전 뒤 부처님보다 윗자리에 자리해 있다. 규모가 40여평에 불과해 고참 납자가 아니고서는 방부들이기 조차 어렵다.

초심자와 가행정진을 원하는 수좌들은 문수전에서 정진한다. 문수전은 외국 수행자들을 위해 개설된 불일국제선원이 자리했던 곳으로 수선사보다 하루 2시간 더 정진한다.

‘100년만의 더위’라는 지난 여름, 조계총림 선원의 대중들은 이렇게 한 철을 났다. 만행에 앞선 수좌들에게 해제법어를 내리던 조계총림 방장 보성 스님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반드시 몸을 잊고 도를 위하되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해야 합니다. 한 치의 세월도 아껴 능히 내 것을 만들어서 쓸 수 있는 날까지 오직 정진하기 바랍니다”


송광사=이준엽 기자 |
2005-08-19 오후 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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