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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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울창창 생명의 '화엄' 노악산 남장사
108사찰생태기행

우리의 절이 산중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신라의 삼국통일 직후 의상대사 시대이지만, 산중 절이 하나의 문화양상으로서 전통이 된 것은 중국으로부터 선종(禪宗)이 들어오기 시작하던 9세기 이후 선문구산 시대의 일이다. 당시 선불교의 전수승들은 도읍에서 멀리 떨어진 심산유곡에다 절을 짓고 선지를 펼쳤다.

상주 노악산 자락에 위치한 남장사는 선불교 초기에 지어진 전형적인 산중선찰이다.
상주 노악산(露嶽山) 남장사(南長寺)도 선불교 초기에 지어진 전형적인 산중선찰이다. 신라 말 최치원(崔致遠)이 지은 쌍계사 진감국사비(眞鑑國師碑)에, “당나라에서 돌아온 국사가 노악산 장백사(長柏寺=남장사)에서 선을 가르치니 배우려는 이가 구름처럼 모였다”는 기록이 있다.

남장사 삼거리에 서면 멀리 노악산 주봉과 능선들이 보인다. 해발 725m인 노악산은 <산경표(山徑表)>에 ‘노음산(露陰山)’으로 나와 있다.

남장사는 사하촌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좋다. 너무 호젓하고 허허롭다 싶을 즈음 산자락에 돌장승 하나가 나타난다. 세모난 얼굴에 툭 불거진 눈과 큰 코가 한눈에도 남성을 느끼게 한다.

돌장승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아담한 저수지가 녹음 속에 묻혀 있다. 남장마을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가둔 물이다. 물총새 한 마리가 여기저기 건너 앉으며 물 위를 유영하는 물고기를 노리고 있다.

저수지에서 일주문을 지나 큰 절까지는 호젓하고 그윽한 숲길이다.
저수지에서 일주문을 지나면 호젓하고 그윽한 숲길이 나온다.
소나무와 참나무를 비롯한 느티나무, 때죽나무, 오리나무, 아카시, 느릅나무, 산뽕나무, 개옻나무 등등의 활엽수가 푸른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남장사의 일주문은 꽤나 연륜이 깊다. 팔작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속설에 1000년 된 칡뿌리라고도 하고 싸리나무라고도 한다. 하지만 느티나무가 아니고는 그렇게 굵은 나무를 이 땅에서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상채기가 난 구멍 속에다 벌들이 집을 지었다.

범종루 주변은 수령 400년 된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전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등등 장년의 나무들이 서로 도반이 되어 어울려 있다.

남장사 경내는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보전 영역과 비로자나불을 모신 보광전 영역으로 크게 나눠진다. 경사지에 앉은 두 영역은 다듬지 않은 자연석으로 쌓은 석축과 계단과 돌담으로 자연스럽게 구획돼 있다. 돌로 쌓았음에도 색깔이 밝아서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시멘트를 거의 쓰지 않아서 친환경적이다.

극락보전 내부포벽에 ‘이백기경상천도(李白騎鯨上天圖)’가 눈길을 끈다. 이백이 채석강에서 뱃놀이를 하던 중에 강물에 비친 달을 건지려다가 죽어서 고래를 타고 천상으로 갔다는 전설을 그린 그림이다. 고래를 그린다는 것이 그만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있는 잉어를 그리고 말았다.


높은 석단에 걸쳐진 돌계단을 오르면 보광전 영역이다. 보광전은 사방이 판벽이다. 판벽은 마치 현악기의 공명(共鳴)통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안에서 스님들이 염불을 하거나 목탁을 치면 소리의 어울림이 좋다.

누리장나무꽃
보광전 옆에 교남강당은 숭유배불시대의 잔재이다. 그 옛날 상주지방의 유림들이 자주 남장사에 들어와 거들먹거리며 음풍농월(詩會)를 가졌다는 기록이 있다. ‘영남(嶺南)’을 가리키는 ‘교남(嶠南)’이라는 말이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다.

수각 옆에 수국이 무성하다. 수국은 한자로 비단 ‘수(繡)’자를 쓴다. 꽃은 암수가 없는 무성화로서 시기에 따라서 연자주색-푸른색-연분홍색으로 여러 차례 변한다. 수국은 종자가 없기 때문에 잎이 진 후 봄에 가지를 꺾꽂이해서 번식시킨다.

수각 지붕 위에 돌나물과에 속하는 바위솔들이 여기저기 뿌리를 박고 있다. 바위솔 잎은 잎자루가 없어서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서 난다. 오래된 기와에서 자란다 하여 일명 ‘와송(瓦松)’이라고도 하는데, 산중 절집에 가면 석탑이나 오랜 기와지붕에서 흔히 눈에 띈다.

영산전 계류 관목 숲에 큰유리새 한 쌍이 이 가지 저 가지를 날아다니고 있다. 동남아에서 겨울을 나는 큰유리새는 전국에 분포하지만,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여름철새이다. 수컷은 코발트 청색을 띠고, 암컷은 올리브 갈색을 띠고 있다. 큰유리새 부부는 새끼들을 모두 이소시켜 놓고 요즘 남장사 계곡 숲에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큰절에서 관음선원 가는 길은 호젓한 오솔길이다. 일손이 모자라 내버려둔 묵밭과 산자락 풀섶과 관목숲에는 다양한 초본들이 대화엄의 정토를 이루고 있다. 그 가운데 난초 종류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타래난, 해오라비난, 잠자리난, 방울새난 등은 물기가 축축한 습지에 자라고 은대난, 옥잠난, 흰제비난, 병아리난 등은 잡목 숲에서 관찰된다.

누리장나무가 때 일찍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누리장나무의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고, 색깔도 각기 다르다. 화사한 꽃에 어울리지 않게 누릿하고 역겨운 냄새를 풍긴다고 해서 누리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래도 곤충들은 그 냄새를 아주 좋아한다. 늦가을이면 열매는 짙푸른색으로 익는다.




우리목하늘소
노악산 주변은 참나무가 많아서 딱정벌레류들이 자주 관찰된다. 우리목하늘소는 ‘떡갈나무하늘소’라는 별명에서 보듯이 참나무숲을 좋아한다.

흑갈색 얼룩무늬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딱지날개의 어깨 쪽에 큰 알갱이가 촘촘히 나있다. 참나무 속에서 3∼4년을 숨어 살다가 날개를 달고 나온다.

관음선원 숲 그늘에서 관찰된 두꺼비는 특정야생동물로 보호되고 있다. 주변 환경에 따라 몸의 색깔을 잘 바꾸는 변장의 명수이다.

두꺼비는 온순하고 행동도 느리지만, 위기에 처하면 등짝에 돋은 돌기에서 하얀 색깔의 독을 낸다. 이것 때문에 뱀도 함부로 두꺼비를 삼키지 못한다.

큰유리새
파초가 아름다운 관음선원은 관음보살을 본존으로 하는 비구니 암자이다. 후불벽에 목각탱이 모셔져 있다. 자연(나무)과 예술(회화)이 만들어낸 목각탱은 조선 후기에 집중적으로 조성되었는데, 관음선원 목각탱도 숙종 때인 1694년에 제작된 것이다.

관음선원에서 중궁암(中穹庵)까지는 등산로로 50분 거리다. 활꼴(弓形)으로 휘어진 노악산의 8부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가는 동안 경사가 있어서 꽤나 숨이 가쁘다.

숲길 주변은 소나무와 활엽수들이 서로 경쟁하며 울창한 숲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적 끊어진 밤이면 이 길은 멧돼지와 오소리 같은 포유류가 오르내리는 야생의 길목이 된다.

김재일(사찰생태연구소장) |
2005-08-19 오후 2: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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