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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복지가 중요시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불교는 다양한 복지활동을 통해 ‘전법과 교화’의 사명을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는 짧은 기간 적지 않은 복지활동 성과를 올렸지만 개선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불교계의 복지포교를 점검하면서 개선할 점, 대안들을 살펴본다.
불교계는 다른 종교에 비해 현대적 개념의 복지사업에 빨리 참여하지 못했다. 개신교 등이 근대화 과정에 우리나라로 전래되면서 처음부터 근대 ‘복지’를 지향할 수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불교계는 계속해서 복지에 관심을 가졌고, 1995년에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을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타종교에 비해 근대 복지에서 뒤쳐졌다는 위기의식과 불교 본래 가르침을 사회 속에서 구현한다는 기조로 최근 10여년 사이 불교사회복지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시설수의 팽창은 주목할 만하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창립 당시 단 두 곳에 불과했던 불교계 복지시설이 현재 가톨릭과 비슷한 수준인 463(2002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조사기준)곳으로 급성장한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발전의 길을 걸어온 현대불교복지는 최근 타종교에 벤치마킹 사례가 될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또한 지자체의 복지관 수탁 운영이 늘어남에 따라 대규모 복지시설에 불교계 법인들이 대거 참여, 불교사회복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 불교사회복지의 도약
불교계 복지 포교가 복지관 위탁 운영에서만 진가를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불자들 사이의 자원봉사 활동이나 나눔 운동 의식 확산도 크게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자원봉사의 경우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산하 자원봉사단체 소속 인원만 약 1500여 명. 여기에 천태종 복지재단은 호스피스 교육생을, 진각복지재단은 노인 봉사인력을 계속 양성하고 있어 각 종단마다 특징적 발전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또 물품 나눔, 기증 등 ‘나눔 운동’도 각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펼치고 있다. 불교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눔운동은 94년 사단법인으로 창립된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법장)'의 생명나눔운동이다. (사)생명나눔은 장기기증과 골수기증 운동 등 ‘무주상보시’ 실천의 극대치인 ‘생명나눔’을 불자들로부터 이끌어내고 있다.
이렇게 불교사회복지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교화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 복지가 ‘물질적 베풂’이 아니라 ‘정서적 구제’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할 때, 불교사회복지는 근본적으로 전법과 교화, 즉 포교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복지시설은 구체적 포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보다는 일반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불교계 자체 시설이 없어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 지나친 경쟁 구도
불교계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지나친 경쟁 구도’를 불교계 사회복지기관들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기도 A복지관의 한 사회복지사는 “관장 스님들이 같은 구역 내 불교계 복지관보다 지자체에 좋은 실적을 보여주기 위해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이에 따라 같은 지자체내에 있는 불교계 복지관들끼리 조차 서로 유기적 소통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좋은 프로그램 또는 프로그램 실패 사례 등을 복지사들이 서로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각 복지관의 인력ㆍ예산 낭비로 연결되고 있다. 복지사들 대부분이 이러한 문제와 소통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누가 ‘먼저’ 마음을 열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큼은 아직 머리를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사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각 ‘복지관’이라는 복지단체의 정보 네트워크 형성이 필수적이다. 시스템이 선행돼야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식 공유도 쉬워지기 때문이다.
연대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복지사 대회’나 복지 프로그램 사례 발표회 등을 분기별로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대부분이 위탁 시설 - 자체 복지시설 만들어야
불교계 복지관이 대부분 위탁 시설이고 자체 시설이 드물다는 점도 불교사회복지 발전을 더욱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자체 위탁 시설의 경우 종교색을 띠는 프로그램을 제한하고 있어 불교사회복지 이념을 제대로 실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불교계의 힘이 제대로 결집된 복지단체나 복지관이 거의 없다보니 대부분의 복지시설은 2년마다 한 번씩 시행되는 지자체의 재위탁 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지자체가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자체 시설 건립은 물론 당장 실현하기 힘들고, 자금력 또한 필요하며 오랜 시간 논의를 거쳐 완성돼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현재 불교계가 자체시설 늘리기에 고심은 하고 있으나 아직도 시설 수탁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체 시설 건립을 위한 준비 모임 등 실질적 활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획과 행동이 더 필요할 때라는 것이 불교계 복지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 복지시스템 긴급 점검 필요
불교계 복지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별 복지관 사이의 정보교환은 물론 ‘총괄적’ 기능을 하는 재단의 행정 지원 시스템의 보완이 최우선적 과제다. 복지관과 관련단체, 자원봉사자 등 복지관련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유기적 시스템 없이는 인프라 구축도 불가능하다.
타종교의 경우 오래전부터 확립된 사회복지체제로 기금 조성과 인력 동원이 가능해, 안정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신교는 총회-노회-지교회 각 사회부의 연결을, 가톨릭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교구 사회복지국-본당 사회복지분과로 이어지는 시스템으로 복지체계를 공고히 해오고 있다. 불교도 조계종의 경우 외형적으로는 총무원-교구본사-말사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간의 연결 고리가 튼튼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총무원으로 일컬어지는 사회복지재단에 교구본말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권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게다가 교구본사에서 복지포교를 위해 따로 기구를 설치하고 말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협력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얼마 전 한 사찰이 언론매체를 통해 미신고종교시설의 아동학대 사례로 지목된 ‘수경사 사건’의 경우 수경사는 복지시설이 아니라 사찰이라는 점, 선학원 소속이라는 점 때문에 사회법과 조계종법은 물론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조차 관할 범위 안에 둘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복지재단측은 유사복지시설의 인적 관리 수행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수경사 사건’은 모든 복지시설과 대체 복지시설을 총체적으로 관리ㆍ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조계종에서는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을 ‘복지원’으로 승격시키자는 움직임이 오래전부터 일어나고 있다. 조계종의 모든 힘이 결집된 복지원이 불교복지안의 모든 인적ㆍ물적 재산과 잠재자원의 총량을 분석하고 관리ㆍ분배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 고급 복지프로그램 개발이 포교효과 보장
현재 불교사회복지시설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 없이 몇 사람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단일 복지관의 관장이나 복지사들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정서구제’라는 현대복지 흐름에 맞는 고급 프로그램 개발로 불교복지는 곧바로 포교로 이어질 수 있다. 프로그램이 바로 가장 직접적 복지포교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체 복지시설을 만들어 그곳에서 불교복지프로그램을 공모하거나 각 복지관의 회의를 통해 시행하는 방법이지만 현재 불교계 복지관은 대부분 위탁시설. 따라서 현재는 위탁 복지관에 초점을 맞춰 포교를 위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즉 지자체 위탁 복지관에서 용인되는 프로그램의 한계 지점이 어디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요즘 불교계 노인복지관에서 많이 하고 있는 참선이나 명상의 경우, 일반인들에게도 정신 수련의 한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같은 불교적 문화ㆍ교육 프로그램 운영 방법은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특히 문화 프로그램은 다도, 사찰문화재 등 불교가 가진 지적ㆍ물적 재산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