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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국립공원 안에 자리잡고 있는 용암사는 신라시대의 고찰로 신라 고승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기도도량이다. 용암사에 오르면 서울시와 인근 고양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용암사 대웅전 바로 뒤에는 용 모습을 한 바위와 거북 모습을 한 바위가 마치 병풍처럼 용암사를 감싸고 있다. 대웅전 아래로는 용의 몸통을 닮은 바위 산등과 용의 입처럼 생긴 작은 동굴이 있다.
사실 용암사는 신라고찰이라고는 하지만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 흔적만 있었을 뿐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 용암사를 중창한 사람은 현 주지인 정천 스님이다. 조선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과 석등만이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본 정천 스님은 용암사의 옛 모습을 되살리겠다는 발원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불사를 했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전통사찰로 지정받았다.
용암사는 일반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기도도량을 찾아다니는 불자들에게는 제법 이름이 나 있다. 조상 및 영가 천도 기도를 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불자들이 모여든다.
용암사 영가천도 기도는 일년에 두 차례, 즉 4월 보름과 10월 보름에 입제를 하고 7월 보름과 정월 보름에 해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입제부터 해제까지 90일 동안은 용암사 스님은 물론이고 신도들도 열심히 기도를 한다. 그리고 해제 날에는 천도재를 지낸다.
이렇게 정성을 들여 영가천도 기도를 하는 이유는 ‘뿌리없는 자손은 없다’는 주지 정천 스님의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용암사 영가천도 기도는 단순히 조상의 복락을 비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며 선업을 짓는 다짐을 하는 시간으로 인식돼 있다.
영가천도 기도가 아니더라도 용암사를 찾는 일반인과 신도들도 적지 않다. 24시간 법당 문을 열어놓아 기도객들이 마음 놓고 기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용암사에서는 기도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용암사의 또 다른 특징은 정기적으로 ‘기도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불교유적지를 돌아보는 형태의 성지순례가 아니라 순례지에서 반드시 법회를 열고 기도를 한다. 법회에 쓸 과일과 떡 등은 직접 준비해가며, 경우에 따라서는 현지에서 천도재도 지낸다.
주지 정천 스님은 “용암사에서 ‘특별한 일’이란 없다”고 말한다. 기도도량에서 기도 외에 달리 무엇이 필요하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참회하고 복을 짓겠다는 발원을 하는 것만큼 특별하고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용암사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도 불자들의 발원을 담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02)387-3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