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동기에서건 어떤 인연에서든 간에 이 한권의 책을 집어 든 순간 당신은 이제 한쪽 길만을 과감히 선택해야 한다. 인생에서 부처의 길이냐 아니면 중생의 길이냐를 두고 후회 없는 한판의 매서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부처가 되든 중생이 되든 그 결과는 오로지 지금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1996년 첫 선을 보인 이후 10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부처님의 유언> 표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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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 글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뒤를 돌아보고 있는 불상이 담긴 표지다. 금빛이 군데군데 벗겨진 이 불상은 지긋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고 있다. 핏덩이 같은 자식을 두고 떠나야 하는 부모가 그러하듯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시방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우리들을 돌아보며 안타까워하고 있을 부처님의 모습을 대면하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그분의 눈물겨운 자비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책 내용이 주는 느낌과 고스란히 닮아 있다.
<부처님의 유언>은 1996년 초판 이후 절판됐다 최근 재발간됐다. 곳곳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역자의 자상하면서도 유려한 문체와 솔직담백한 글쓰기로 부처님의 유언이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때론 부처님의 말씀과 동떨어진 현실을 통렬하게 꼬집고 있기도 하다.
30여 년 동안 오로지 경전 연구와 수행의 외길을 걸어온 공파 스님은 오랫동안 <불유교경>을 읽을 때 마다 가슴이 아팠다고 고백한다. “어떻게 해서 그분이 그토록 우리들에게 원하고 계셨던 것은 조금도 하려하지 않고, 그 분이 원하지 않았던 일들만 가려서 하며 허울 좋게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자괴심 때문이었다”게 그 이유다.
부처님의 유언을 따라 살아야 하는 수행자들이, 혹은 불자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서언부터 결문까지 총 22장의 내용을 영어로 번역하고 해설을 붙였다. 계율, 마음, 음식, 수면, 인욕, 욕심, 만족, 떠남, 정진, 정념, 선정, 지혜, 수행, 의문, 진리, 부촉, 무상 등에 대하여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당부하셨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파 스님은 <제법집요경> <지세경> <반야경> <대보적경> 등 팔만대장경 속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부처님 말씀들을 캐내와 인용하며 그 뜻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고 있다.
그동안 <불설무량수경>을 새롭게 번역한 <극락세계ⅠㆍⅡㆍⅢ>을 비롯해 <원문 천수경> 등을 펴내며 현대적 언어로 부처님 말씀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몰두해온 공파 스님. “말세의 중생들을 위해 끝까지 간곡하게 당부하신 이 유언은 부처님 자비의 극치”라는 스님은 “평범한 한 사람이 남긴 유언도 함부로 어기지 않는 법인데 하물며 부처님의 말씀이겠느냐”며 늘 부처님 말씀대로 살 것을 당부한다.
□ <부처님의 유언>(공파 스님 엮음, 맑은소리 맑은나라,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