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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화상께선 남전 스님을 만나보셨다면서요?”라고 묻자 조주 스님이 답했다. “진주에서는 큰 무가 난다지?”
납승들의 질문에 선승들은 일반인들이 전혀 알아듣기 힘든 ‘동문서답’을 한다. 전혀 엉뚱해 보이는 답을 통해 선지식들은 질문자 스스로 자신의 허점을 보게 하고, 의심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송고백칙>은 중국 송대 임제종의 설두중현(980~1052) 선사가 인도와 초기 선종 조사들의 문답 중 100칙(則)을 뽑아 송을 붙인 것이다. 이 <송고백칙>에 원오극근(1063~1135) 선사가 각 문답을 어떻게 봐야 할지를 설명하고 속담식의 짧은 평과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 덧붙인 것이 바로 <벽암록>이다.
<벽암록>의 뼈대를 이루는 <송고백칙>을 동국대 역경위원 이인혜씨가 옮겼다. 공안의 본뜻을 살리기 위해 원문과 번역문만을 실었으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선문염송설화>와 <벽암록강의>를 참고해 각주로 풀이하고 있다.
이씨는 “선지식들은 다소 거칠고 과격해 보이는 선문답을 통해 수행자들이 단지 자신을 아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놓게 만들었다”며 “<송고백칙>은 이러한 생기들로 가득 찬 책”이라고 말한다.
□ <송고백칙>(설두중현 지음, 이인혜 옮김, 도피안사, 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