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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인권도 ‘핵’이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에 따라 동국대 북한학연구소가 조사·연구한 ‘탈북자 증언을 통해본 북한인권 실태조사’ 보고서의 공개를 계기로 북한인권에 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탈북자 75%가 “공개처형을 목격했다”는 등의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 북한사회 전체의 인권상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북한 체제와 지도자를 거부하고 남한으로 들어온 탈북자들의 면접조사이기 때문에 일부 내용은 과장되거나 소문을 증언한 것도 있을 것이다. 미국 등 서방세계와 적대관계를 유지해왔던 북한의 인권상황이 열악한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조용한 외교’ 차원에서 다소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것이 사실이다. 유엔인권위원회에 상정된 대북인권결의안 표결에 한국이 불참하거나 기권한 것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 판단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실상을 방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지금은 민족의 생존권이 걸린 북핵문제 해결이 북한 인권문제보다 우선한다는 관점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전략적으로 다뤄나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족의 생존권과 북한 주민의 인권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민족의 생존권이 담보돼야 인권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라크전쟁에서 확인했듯이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지 못하면 우리 민족 상당수가 최소한의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 북한 인권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 사고’는 먼저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북한의 개혁·개방 환경을 조성해서 경제난 해소와 민주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개선은 외부 압력도 중요하지만 민주화 등 내부동력이 뒷받침돼야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발효에 대해 북한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미국이 제기한 ‘고립압살정책의 두 개의 기둥’으로 인식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공식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할 경우 남북관계는 ‘경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해 6월, 북한이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의 ‘구체안’에 합의하고도 1년여 동안 6자회담과 남북대화에 나오지 않은 것은 인권법 제정 때문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북한 인권문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유엔 등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s)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해서 한·미 양국의 역할분담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인권법,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등을 통해서 북한에 압력을 넣어 ‘정상국가’로의 변신을 유도하고, 한국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북한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대북지원과 관련한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북한인권 개선활동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6월 10일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문제가 거론됐다. 우리 정부도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당장은 남북관계 특수성을 고려해 우리 정부 가 공식적으로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우리 정부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의사표시 시점을 대비한 연구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매년 상정하고 대북인권결의안 표결에 참여하는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차원의 북한인권문제 거론이 어려운 현 단계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간접적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거론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
2005-08-13 오전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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