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종한 A종단은 얼마 전 입종한 한 스님 때문에 종단분규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 다른 종단에서 비리로 제명된 스님을 허위로 작성된 승적부만 믿고 입종을 허락했다가 분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야 그 스님이 비리로 인한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스님들의 이력서라 할 수 있는 승적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가 적지 않다. 소신에 따라 종단을 옮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각종 문제를 일으킨 스님이 종단만 옮겨 여전히 승려 신분을 유지하거나, 심지어는 승적을 허위로 조작하는 사례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규모가 작은 종단일수록 심각하다. 인원수 늘리기에 급급하다보니 아무런 검증없이 입종 희망자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검증을 한다고 해도 일차적으로 승적부에 의존하는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종단이 승적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검증 실효성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B종단 신도인 김모 보살은 최근 C종단의 한 사찰에서 열린 법회에 참석했다가 황당했다. 한주 전 B종단 소속이었던 어떤 스님이 C종단 소속으로 소개됐기 때문이다. 법회를 마치고 돌아와 B종단에 문의했지만 B종단 관계자는 그 스님이 종단을 옮겼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이하 종단협) 소속 종단조차도 승적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종단 관계자들은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많은 스님들이 옮겨 다니는데 승적부 관리는 해서 무엇하겠느냐”며 “그럴 필요성도, 승적을 관리할 인력과 시스템도 없다”고 말한다.
이같은 승적관리 부재는 결국 종단 난립으로 이어지면서 불교 이미지를 흐리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승적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함께 종단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승적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조계종은 최근 ‘승적업무 처리에 관한 령’을 입법예고하는 등 법제도 강화를 통해 승적관리를 철저히 할 방침이다. 그동안 수작업으로 승적을 관리해왔던 태고종도 올 12월부터 자체 개발한 전산프로그램을 승적관리 업무에 이용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재)일붕선교종이 최근 승적관리 목적으로 ID카드로 승려증을 발급해 종단 스님의 높은 과심을 끈 것 등은 한번 참고해 볼만 사례다. 승려분한신고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종단 스님들의 활동현황을 파악할 필요성도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소종단들은 인력부족과 재원부족으로 승적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10~20년 전에 만들어진 승적부를 전산화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종단협 김석오 총무차장은 “종단들이 서로 뜻을 모아 승적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는 일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며 “무엇보다도 승적부 관리가 필요하다는 종단들의 인식이 관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모 종단의 한 관계자는 “불교계가 자체 정화를 위해 승적 등 기본 자료를 함께 관리할 틀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도 있다. 종단 간 네트워크를 구성해 여과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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