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 생활 > 복지
위덕대 학생들 일본 히로시마서 자원봉사
일본에서 하나됨을 느낍니다

일본 할머니들을 위해 종이학과 종이거북이를 접고 있는 위덕대 학생들
8월 9일, 일본 히로시마항. 22명의 위덕대 일본어학부 학생들이 낯선 땅에서 아침을 맞았다. 현지에서 학생들을 맞은 곳은 히로시마 ‘조선통신사 연수기관’. 조선시대 한일 외교의 한 장을 장식했던 곳이다.

약 1주일 동안 기거할 조선통신사 연수기관을 둘러보며 학생들은 ‘민간 외교관’이 된 듯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나 자신감 뒤에 찾아오는 것은 막중한 책임감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은 2005년, 사회 각계에서 행사를 마련한 가운데 위덕대에서도 일본어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 자원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위덕대의 이번 프로그램은 좀처럼 매끄러워지지 않는 한일 관계를 민간 평화 교류로 부드럽게 이끌어보자는 취지다.

올해가 우리에게는 광복 60주년을 맞는 해지만 일본, 특히 히로시마 사람들에게는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히로시마 사람들에게는 60년 전 8월 9일이 끔찍한 기억으로 각인돼 있다. 이제는 건물도 복구됐고 ‘아름다운 물의 도시’로 다시 태어났지만 참혹한 기억은 아직 히로시마 사람들 가슴 속에 저마다 자리하고 있다.

학생들의 활동은 히로시마의 노인요양원에서 시작됐다. 일본어 전공자들인데도 아직 낯선 땅에 적응도 되지 않은 탓인지 평소 갈고 닦은 언어 실력이 절반도 나오지 않는다.

사실 그 보다는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들, 60년 전의 상황을 목격하고 그 여파로 몸도 마음도 쇠약해진 할머니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할지가 더 고민이다. 그런 학생들에게 일본 할머니들이 먼저 말을 건넨다.

“학생들, 종이 거북이 접을 줄 알아요?”

위덕대 학생들과 히로시마 노인요양원 할머니들의 첫 만남
할머니들은 손마다 작은 정사각형 색종이를 들고 학생들에게 건넨다. 학생들의 마음 속 부채감이 한꺼번에 풀어지는 순간이다.

할머니들과 조금 친해지고 나자 학생들은 연습이라고 하고 온 듯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집 청소, 골목청소에 할머니들의 어깨 안마, 말벗 상대까지 학생들은 각자의 몫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할머니들은 손자뻘 되는 학생들이 자신들을 찾아준 것만도 좋은 모양인지 싱글벙글이다. 게다가 한국 학생들이 자신들을 위해 먼 길을 달려와 줬다니, 고마운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한다.

특히 할머니들이 방문 학생들의 이름을 물어보고 몇 번씩이나 되 내이는 모습은 학생들에게 가슴 속 뭉클함을 전해준다.

히로시마에는 사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도 적지 않다. 일본에서 태어나 그대로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당하고 고국에 돌아갈 생각은 할 수도 없었던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재일동포 할머니를 만나기도 했다. 한 학생은 “할머니의 집을 청소하고 나오는 길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노환에다 몸 여기저기가 불편한 할머니를 혼자 두고 나오자니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8월 14일, 학생들의 활동은 히로시마 평화 공원으로 이어졌다. 원폭 피해로 쓰러져간 망자들과 대면하는 자리. 학생들에게는 무거운 침묵의 기운이 감돈다.

한 학생은 “전쟁으로 인해 무고하게 숨진 분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학생들의 기원은 참배에 이어 비석을 닦는 손길 하나하나에서도 묻어난다.

자원봉사를 체험하기 이전에는 “일본어를 전공하고는 있지만 과연 역사 인식 문제 등에 있어서 우리가 일본 사람들을 편하게 대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은 학생이 있을 정도로 ‘인식의 차이’라는 두 나라의 앙금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진행된 이후 3학년 김현욱(25) 학생은 “두 나라는 늘 평행선을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활동으로 우리가 세상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른 학생들도 한결같이 “사람 사이의 정은 국경도 나이도 다 뛰어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가까워지기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이 한꺼번에 풀어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번 활동이 역사의 벽을 넘고 국가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아픔을 가진 사람과 사람’이라는 관계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안다. 그러하기에 히로시마 사람들과 굳게 잡은 두 손에서 학생들은 한국과 일본이 민간에서 가까워 질 수 있다는 확신을 느낀다.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활동을 정리해나갈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5-08-12 오전 10:29: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