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맞아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8월 9일 담화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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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 스님은 또 “정치에 있어서도 지역 간, 계층 간, 이념 간의 갈등에 앞서 나라의 발전을 우선 고려하는 정책경쟁의 틀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는 진솔하게 참회하고 서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함께 가는 동반자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용서하는 정치로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법장 스님은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대사면 논의는 매우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담화문 전문.
광복 60주년에 즈음한
담 화 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종도 여러분!
오는 8월 15일이면 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의 사슬을 끊고 독립국가로 출범한 지 꼭 6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삼십여 년 동안의 핍박도 고통스러운 것이었지만 그 고통이 채 아물기도 전에 우리 민족은 타의에 의한 분단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고,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든 굴절된 우리 현대사의 원인이 되었던 일제 강점의 상처가 아직 머리 속에 선명한데 일본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한편, 전범들의 위패가 봉안된 신사를 정부수반이 공공연히 참배하거나 식민정책을 미화하는 왜곡된 교과서를 채택하고, 급기야 헌법을 개정해서 군대 보유와 그 군대의 외국파견을 합법화하려는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종단과 2천만 불자들은 이러한 일본의 오판과 망동에 강력히 반대하며,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이웃 국가들의 발걸음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과정 속에서도 우리는 오늘의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을 건설해왔습니다. 그것은 단지 국민소득이나 교역량 세계 10위 등의 경제적 수치에 지나지 않는 개념이 아니라 반만년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우리 삶 깊이 배어 있는 정신적 자산의 세계화를 통해서 선진한국의 기틀을 세계만방에 떨치게 된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종도 여러분!
하지만 지난 60년 동안에도 그래왔지만 현재 우리민족을 둘러싼 국제정세와 우리 사회 내부의 각종 문제는 또 다른 앞으로의 60년을 전망하는 데 있어 낙관만 할 수 없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8월 8일까지 지속된 북한핵과 관련한 6자회담은 한반도와 인류 평화를 위한 중요한 갈림길이었습니다. 그 동안 정부나 민간 차원의 민족화해 협력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평화 정착의 결실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모두 수포로 돌아가 버리고 다시 냉전의 기나긴 터널 속으로 들어갈지 하는 극도의 긴장감이 지금 한반도 주변에 서려 있는 것입니다.
또한, 국민에게 평안을 주어야 할 정치현실도 아직도 지역 간의 갈등, 계층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오히려 우리사회에서 가장 불안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에 있어서 많은 국민들은 공통된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복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경제도 서민들이 느끼기에는 아직 어렵기만 하고, 갈수록 흉포화하는 범죄나 이혼율 증가, 나체 생방송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해이한 도덕성 문제는 극에 달한 감마저 없지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2천만 종도 여러분!
광복 60주년을 맞으면서 우리는 앞서의 복잡다단한 현실로부터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상생과 화합의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남과 북이 공동운명체임을 뼈저리게 인식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화해, 협력, 공동번영의 길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주변 강대국에 대한 설득을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 세계의 평화에 기여할 것임과 그것이 세계 각국에도 이익이 될 것임을 끊임없이 이해시켜야 할 것입니다.
정치에 있어서도 지역 간, 계층 간, 이념 간의 갈등에 앞서 나라의 발전을 우선 고려하는 정책경쟁의 틀로 재편될 필요가 있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는 진솔하게 참회하고 서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함께 가는 동반자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용서하는 정치로 차원을 한 단계 끌어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대사면 논의는 매우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채울수록 줄어들지 않는 욕심의 크기를 줄여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빈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사회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지만 국민 각 개인이 갖는 정신적 고민과 갈등, 공허감이 이 해소될 수 있는 문화, 복지의 전달체계가 마련되는 것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일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2천만 종도 여러분!
광복 60주년을 맞아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국민적 자긍심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한껏 고양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지금은 우리 국민 모두가 기도하는 심정으로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을 헤쳐 나가야 할 때입니다. 갈등을 화합으로, 반목과 질시를 서로가 보듬고 일으켜주는 상생의 거대한 흐름으로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전 국민적인 염원으로 활화산처럼 일어나길 기원합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항상 그 궤를 같이 해온 한국불교와 대한불교조계종단은 이러한 국민적 염원이 모아지고 더욱 더 절실해질 수 있도록 종교단체 본연의 역할과 사명을 다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불기 2549년 8월 15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법 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